호르무즈 봉쇄에 '돈벼락' 러시아…이란전쟁, 러·우 대리전 양상
2026.04.05 04:00
지난 3월 27일 '에어앤드스페이스 포스 매거진'은 '사우디 주둔 미 공군 기지가 이란의 공격에 피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미군이 부상하고, 공중급유기와 함께 E-3 지휘통제기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처음 보도하였다. E-3는 전장 전체를 실시간으로 통합·지휘하는 '공중 지휘소'다. 대이란 군사작전에서는 정보·감시·정찰 통합, 표적 선정, 표적 타격, 공중전 지휘 등을 조율했다. 핵심 플랫폼 E-3의 손실은 작전의 효율성과 전장 상황인식 능력을 동시에 저하시킬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전쟁 개시 이후 이란의 미사일 발사 능력은 90% 이상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 레이더·통신시설·급유기·E-3 등 '주요 전략자산'들을 정밀 타격하는 신공(神功)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미군의 네트워크 중심전 구조를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표적 선정 및 공격 패턴이 러시아 스타일의 공중전 교리와 유사한 점에 주목한다. 기지 타격, 고가치 플랫폼 제거 등을 결합한 수법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축적된 러시아의 실전 경험과 상당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러시아, 미 공군기지 연속 촬영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3월 29일 카타르에서 진행된 'NBC 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브리핑을 근거로 러시아 군사위성이 사우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를 3월 20·23·25일 세 차례 촬영했다고 밝혔다. 위성 정보의 출처와 공유 여부에 대한 독립적으로 검증된 증거가 없어, 이를 러시아 개입의 '확정적 증거'로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반복적 촬영 패턴은 군사 공격의 준비 단계와 일치한다. 이는 러시아가 이란에 민감 정보를 지원해 주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미국이 러시아의 이란 지원을 사실상 묵인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수동적 피해국의 위치에서 벗어나 중동 전장을 자국에 유리한 전략적 외연(外延)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한마디로 이란 전쟁을 계기로 전개되는 '대리전쟁'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보이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젤렌스키의 NBC 인터뷰는 자국 정보기관의 역량을 과시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대이란 '정보·감시·정찰(IRS)' 지원 정황을 국제사회에 폭로하려는 '정보전'의 일환이다.
젤렌스키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를 순방하여 안보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드론 위협 탐지 및 무력화 노하우를 갖춘 방공 전문가들을 현지에 파견했다. 우크라이나는 중동 전장에서 드론 요격 역량을 수출하는 '안보 공급자'로 발돋움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카타르·UAE·사우디·쿠웨이트·요르단 등에 228명의 방공·드론 요격 전문가를 이미 파견했으며, 이들은 실제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요격하는 작전에 투입되었다. 동시에 걸프국들은 수만 대 규모의 우크라이나 드론 구매 의사를 보이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무기 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기업들의 수출 신청이 보류된 상태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협력을 통해 패트리엇 미사일 등 고가 방공 자산과의 '물물 교환 협상'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저비용 요격 드론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여 군사적·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다.
이란 전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대리전 양상을 보이게 된 근본적 이유는 양측 모두에게 본래의 전쟁터 밖에서 상대의 전략적 기반을 우회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관점에서 이란 전쟁은 직접적인 군사력을 투입하지 않고 감시·정찰 지원만으로 미국의 중동 지역 내 전력 자산을 소진시키고, 또 전쟁의 와중에 유가 급등이라는 반사이익을 거두는 '비용 제로(zero-cost)'의 선택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드론 전쟁 경험을 중동 시장에 수출함과 동시에, 발트해 연안의 러시아 에너지 수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타격해 유가 급등으로 러시아가 누리는 '돈벼락'의 특혜를 상쇄하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양국의 목표는 이란 전쟁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까지 끌어들이는 '대리 전쟁'의 양상으로 비화되었다.
러시아·중국·이란 협력축의 부상
러시아의 대이란 지원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보·위성·드론이라는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전개됨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란의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타격 정밀도를 결정적으로 향상시키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의하면, 러시아 위성은 사우디의 공군기지뿐 아니라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에 위치한 미국·영국 공동 기지, 쿠웨이트 국제공항,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등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체 위성을 보유하지 않은 이란이 이런 시설들을 정밀 타격했다는 사실 자체는 러시아, 나아가 중국의 지원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제 러시아·이란 드론 공급망은 방향이 역전되었다. 과거에는 이란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샤헤드 드론을 공급했지만, 이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개량한 샤헤드 계열 드론, 특히 제트엔진(터보팬터보제트 계열), 향상된 항법 시스템, 전자전 대응 장치, AI 기반 자율비행 기능까지 포함된 고도화된 플랫폼을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란이 러시아에 기본형 드론을 공급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러시아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한 기술을 다시 이란에 수출하는 '드론 기술의 역확산' 현상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는 이란이 드론 타격의 정밀도와 생존성을 동시에 끌어올려, 미국과 그 동맹국의 방공 체계에 새로운 부담을 가중시키는 변수가 되었다.
중국의 지원은 직접적 군사 개입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도 공급망 기반의 우회 지원을 통해 이란의 전쟁 지속 능력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항법 체계 측면에서 중국은 자국산·서구산 항법 기술의 이전을 동시에 추진하는데, 중국 전자시장·유통업체들은 민간 용도로 생산된 관성 센서, 위성 항법 모듈 등의 부품이 이란의 무기 체계에 통합될 수 있도록 중개·공급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한다.
2025년 2월 미국 재무부는 이란산 드론 성능 향상을 위해 자이로 항법 장치를 공급한 중국 위장 기업들을 제재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이란과 연계된 네트워크가 유령회사를 통해 중국산 센서와 항법 장비를 확보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화학 전구물질 측면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부 보고에서는 중국에서 출항한 이란의 '유령 선단' 선박들이 로켓 연료 전구물질을 운송한 정황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물질들은 고체 로켓 연료, 추진제, 폭발물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재료들로,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 유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결국 '회피의 축'을 통해 러시아는 에너지 수익과 서방 전력 분산이라는 이중 이익을 확보하고, 중국은 공급망 지배와 에너지·기술 레버리지를 강화하며, 이란은 지속적인 군사 역량을 유지하는 삼각형 모양의 상호 보완적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우크라 전선은 관심도 하락
이란 전쟁에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이익이 작지 않기 때문에다. '마른 하늘의 돈벼락'처럼 러시아에 굴러들어온 가장 직접적인 이익은 에너지 수익의 폭발적 증가다. 호르무즈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글로벌 원유 공급이 크게 줄어들자,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언저리에서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 덕분에 러시아의 석유 수출 수익은 하루 1.5억달러 수준에서 최대 6억달러가량으로 급증했다. 배럴당 유가가 40달러(약 67%) 오를 때 수익이 4배로 뛰는 이유는 중동산 원유를 구하지 못하게 된 국가들(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산 수입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 '가격 곱하기 물량'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봉쇄 이후 인도·중국의 러시아 원유 수요가 폭증한 결과, 러시아는 석유 수출세 수입만으로도 이미 최대 19억달러의 횡재를 거두었다는 추산이 나온다. 걸프 산유국들과 달리 러시아산 원유는 발트해와 극동 태평양 항로를 통해 중동 분쟁을 우회하여 수출될 수 있다. 러시아의 지리적 이점이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의 하나로 부상한 것이다. 전쟁의 와중에 G7가 설정한 '배럴당 60달러 가격 상한제'는 유명무실해졌고, 러시아 원유는 공급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아시아 구매자들의 러브콜을 받아,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최대 8달러의 '안전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횡재'는 재정적 이익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특히 주유소에서의 기름값이 갤런당 3.5달러 수준에서 5달러 이상으로 폭등)에 대응하여, 궁여지책으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러시아는 이란 전쟁 덕분에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과 군사력 증강을 위한 재정적 역량을 한껏 확충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란 전쟁에서 누리는 이득은 에너지 수익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는 사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우크라이나 평화 프로세스가 사실상 중단되고 외교적 노력도 흐지부지되었다. 러시아는 화창한 날씨가 전선의 환경을 바꾸는 시점에 맞추어, 우크라이나 방어선에 대한 고강도 춘계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두둑해진 돈지갑 덕분이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러시아가 이란에 위성 표적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그러한 정보 제공을 중단하는 대가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보·위성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도박성 외교 거래'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 제안을 미국이 일언지하에 거부했지만, 그러한 제안 자체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압적 레토릭, 변덕스러운 전쟁 목표의 수정, 전쟁 개시 전 동맹국 협의 부재, 호르무즈해협 개방에 유럽의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하면서 생긴 마찰 등이 나토의 결속력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물론 러시아를 이란 전쟁의 일방적 수혜자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단기적 유가 수익이라는 표면적 이익의 이면에서 러시아 주도의 대(對)서방 네트워크가 훼손되고 있다. 샤헤드 드론, 군사기술, 제재 회피 경로 등을 제공해온 이란은 러시아 전쟁 수행 생태계의 핵심 축이었다. 미국·이스라엘의 집중 타격으로 이란의 군사·산업 기반이 붕괴되자,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러시아·이란·북한으로 이뤄진 'CRINK'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 생태계였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가 정보 제공 이외에 이란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현실은 그 자체로 러시아의 지역적 군사력 투사 능력의 한계를 노출시키는 신호로 읽힌다. 이는 향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무기 수출, 외교 영향력 등에서의 다차원적 국익 손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제3세계에서의 영향력은 감소
미국이 이란에 대해 고강도 군사행동과 정권 붕괴 전략을 강행하는 모습은 러시아로 하여금 자국이 그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는 러시아의 버릇으로 굳어진 핵위협·핵협박·핵공갈 레토릭, 그리고 걸핏하면 '확전 전략(여차하면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엄포)'을 들먹이던 러시아의 선택지를 스스로 제약하도록 옥죄는 역설적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이란 전쟁은 러시아에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우려를 동시에 안겨주는 '양날의 칼'이다.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유가 급등과 미국의 제재 완화가 맞물리면서 러시아의 석유 수익이 급증하고, 미국의 관심이 중동으로 분산된 덕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춘계 공세 여건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동맹인 베네수엘라·이란 모두에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함으로써 강대국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란 종전(終戰) 외교에서도 걸프국·파키스탄·튀르키예 등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사실상 배제되었다.
하지만 푸틴은 여전히 "전쟁만 끝나면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로 수조 달러의 대박" 같은 감언이설로 트럼프를 구슬러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유가 급등 '돈벼락'과 새로운 공세의 호기가 겹쳐 푸틴은 한결 여유로운 심경으로 4월을 맞이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 봄은 별로 푸근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월 1만대 이상의 드론을 소진하면서도 국내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흑해함대 무력화·러시아 발트해 석유 수출 인프라 타격·지상전 방어 등 모든 영역에서 드론을 전략적 비대칭 무기로 운용함으로써 세계 최초의 '드론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는 등의 평가가 여간 불쾌한 게 아닐 것이다. 전쟁에서 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혁신력·창의력·유연성 등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한 수 위다. 그나저나 푸틴에게 올해의 봄은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계절'이 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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