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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는?…트럼프 '장대한 분노'에 세계는 대혼란

2026.04.04 16:19

'호르무즈' 해협 막히자 경제도 위기
나토 등 유럽은 물론 한국까지 동맹 '흔들'
러시아, 중국은 오히려 반사이익
북한은 핵 능력 개선 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UPI


‘전투는 이겼지만 전쟁은 아직 모른다.’
미국이 압도적 군사력으로 전투는 승리하고 있지만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장대한 분노(Epic Fury)’로 이름 붙인 대(對)이란 군사작전 33일 차인 지난 4월 1일(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에 대해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3주는 미군의 철수 시점으로 거론해온 기간으로 그 기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전쟁 초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 인사들을 제거하며 우위를 점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작전 때처럼 이란 정권도 며칠 내로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신정체제(神政體制) 국가 이란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사망한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지도자로 옹립하고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는 이란과 협상이 진행 중임을 언급하면서도 최후통첩 성격의 경고장도 함께 날렸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란의 발전 시설 하나하나를 매우 강력하게,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공격하지 않은 원유 시설에 대해서도 타격 가능성을 열어두며 “(타격한다면) 그들이 생존하거나 재건할 작은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해병대와 공수사단 등 상륙 병력을 포함해 미군 5만 명을 이란 주변에 배치한 상태다.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이란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는 선박 통행료 부과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세계 원유 수송의 12%를 차지하는 홍해까지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나토 탈퇴 가능성도…韓에도 불만

이란 전쟁은 미국·유럽 간 ‘대서양 동맹’의 뿌리마저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개입에 미온적인 유럽을 비판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7년간 양측을 결속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일 공개된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나토 탈퇴를 강력 검토 중(strongly considering)”이라고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트럼프의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요청을 거절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영공 통과와 공군기지 제공 등도 거부했다.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북한) 바로 옆에 4만5000명(실제 주한미군은 2만85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했다.

대북 방어를 위해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군함 파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탈퇴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축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에너지 수급 및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확보와 관련해선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 국가들은 그 통로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며 동맹국들의 자체적인 방위를 촉구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를 기록하는 등 국내 반발도 커지고 있다. 미국 50개 주, 3300여 곳에서는 3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열렸다. 800만 명에 달하는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과 반이민 정책 등을 비판했다. 매사추세츠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에 그쳤다.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다. 이란 전쟁을 지지하는 응답자도 29%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이란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3.78L)당 4달러를 넘을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참패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러시아·중국 오히려 ‘반사이익’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중국·러시아·이란·북한’(CRINK, China·Russia·Iran·North Korea) 가운데 전쟁 당사자인 이란을 제외하고는 이번 전쟁으로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히자 당장 러시아산 원유 몸값이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따른 초과 세입이 하루 1억5000만 달러(약 2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도 중립을 유지하면서 자국 위안화의 영향력만 높이고 있다. 이란이 중국 등 비적대적 국가 선박에 호르무즈해협 문을 열어주면서 중국 위안화로 원유 대금을 결제한 국가 유조선 통행을 허가했다. 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달러 결제 협약 이후 50여 년간 굳건했던 ‘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이 발생한 것. 미국이 중동에 군사력을 집중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의 ‘목줄’ 호르무즈를 쥔 이란은 해협 통과 선박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통행료 징수로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원)를 웃도는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쟁 전 기준 하루 평균 140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는데 척당 200만 달러(약 30억원) 통행료를 징수한다는 얘기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도 3월 28일 전쟁 참전을 선언했다. 후티 반군의 근거지인 예멘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중동의 원유 수송로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맞닿아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봉쇄되면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중동산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막힌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세계 원유 수송 비율은 12%로 호르무즈해협(20%)과 비교해 적지 않다.

국제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봉쇄되면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규모가 하루 1000만 배럴에서 1700만 배럴로 늘어나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쟁 참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우디는 호르무즈해협이 막히자 동부 유전에서 홍해 연안까지 1000km 이상 떨어진 홍해 항구 도시 얀부로 원유를 이송해 수출하고 있다. 사우디가 원유 수송로 확보를 위해 군사작전에 나설 경우 이란 전쟁은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핵능력 개선한 북한 “이란과 달라”

그러는 사이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과시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할 신형 로켓엔진을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신형 엔진 최대 추진력이 2500kN(킬로뉴턴)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시험 당시 최대 추진력을(1971kN)이라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추진력이 27% 향상된 것. 엔진 출력이 커질수록 ICBM의 사거리는 늘어난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춘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전쟁으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는 정권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을 다시 확인시켜준 점도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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