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숲
‘24대 1’ 경쟁 뚫고 산으로 간 부부들…잿더미에 ‘희망’의 미래를 심다

2026.04.04 14:22

지난달 28일 안동 산불피해지 ‘묘목 심기’
예비·신혼부부 참여…자녀와 함께 오기도
유한킴벌리 “숲의 가치·중요성 확산 계기”


식목일을 앞두고 최근 경북 안동 산비탈이 북적였다. 지난해 3월 산불에 따른 비극의 현장을 희망으로 바꾸려 전국에서 신혼부부와 예비부부 100쌍이 달려왔다. 묘목을 쥔 이들의 손엔 긴장감, 땅을 파는 곡괭이에는 묵직한 진동이 실린다. 잿더미로 변한 대지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의 정성 어린 땀방울은 가장 강력한 자연 복원의 신호탄이다.
 
지난해 4월5일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봉화대산(해발 185.8m) 정상 인근에서 민간 환경단체 생명의숲 후원자와 일반 시민 등이 산벚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앞서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의 산림 복원 현장에서는 예비·신혼부부 100쌍과 함께한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2026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42년째를 맞이한 유서 깊은 캠페인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무려 24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00쌍의 부부들은 안동 산불 피해지 일대에 모여 헛개나무와 굴참나무 묘목 5500그루를 정성스레 심었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곳을 포함한 영남권 산불 피해 면적은 10만4000ha로 서울시 면적의 1.7배에 달한다. 대규모 산불로 생물다양성 감소, 산사태, 토사유출과 더불어 지역 경관과 주민 생활환경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숲이 본래 기능을 회복하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산림복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의 산림 복원 현장에서 열린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2026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에서 한 부부가 묘목을 심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산림복원을 위해 나무 심는 일은 멀리서 보면 낭만적이지만 삽으로 흙 한 덩이를 뜨는 순간부터 쉽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기자도 지난해 강원 동해시 봉화대산 정상 인근에서 묘목을 심으며, 일반 시민 등 참가자들과 그 무게감을 온몸으로 체험한 바 있다.
 
해발 185.8m의 나지막한 산인 이곳은 2022년 3월 동해안 산불의 상흔으로 여전히 참혹했다. 밑동이 시커멓게 탄 나무들은 당시의 화마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증언하고 있었고, 울창한 나무숲에 가려 산에서 보이지 않았던 망상해변이 훤히 내다보이는 풍경은 역설적으로 사라진 숲의 존재감을 일깨웠다.
 
곡괭이로 흙 아래 숨은 돌이나 죽은 나무뿌리를 캐낼 때마다 ‘꽹’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강한 진동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돌덩이를 하나 골라낼 때마다 몸 전체가 부르르 떨릴 정도의 저항감이 느껴졌고, 겨우 파낸 구덩이에 묘목을 수직으로 세우고 젖은 흙을 먼저 덮는 과정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했다.
 
묘목이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표시봉’에 노끈을 묶고 주변 흙을 발로 꾹꾹 밟아 다지는 작업까지 마치고 나면, 옷은 금세 흙투성이가 되고 숨은 턱밑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땀을 닦으며 불어오는 산바람에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느꼈던 그 뿌듯함은 현장에 모인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묘한 동질감을 만들어냈다.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의 산림 복원 현장에서 열린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2026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에서 한 부부가 묘목을 심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이번에 안동에 모인 부부 참가자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과거 신혼부부 시절 참여했던 부부가 훌쩍 자란 자녀와 함께 다시 찾아와 대를 이어 묘목을 심는 감동적인 사례도 있었다.
 
묘목 한 그루를 심는 행위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을 가꾸는 약속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한킴벌리는 오는 2030년까지 생명의숲, 산림청과 협력해 안동 산불 피해지 일대 25.9ha 면적에 약 6만3700그루의 나무를 심는 대대적인 복원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산림복원의 방식이다. 단순히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산불에 강한 숲을 만들기 위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수분 함량이 높아 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를 침엽수인 소나무 지대 사이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혼합림’ 방식이 대표적이다. 다음 세대에는 대형 산불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설계다.
 
지난해 4월5일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봉화대산(해발 185.8m) 정상 인근에서 김동환 기자가 시민 등 참가자들과 함께 산벚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지난해 현장에서 만났던 나무 심기 참가자들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지키기’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었다. 특히 한 어린 참가자의 “자연환경에 좋은 일을 하기 전에 사고가 나지 않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먼저 지켰으면 좋겠다”던 말은 어른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산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기후위기로부터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근본 해결책인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숲의 다른 소식

숲
59분 전
숲·습지·바다 누비는 'AI 보디가드'…멸종위기종 지킨다
숲
1시간 전
박은식 산림청장, 산불피해지서 평화의숲과 나무 심어
숲
1시간 전
“도망치며 개미만 먹고 버텨”…피격 美조종사들 생존담
숲
2시간 전
안동 산불피해지 나무심기
숲
2시간 전
산불 피해지서 나무 심는 사람들
숲
4시간 전
박은식 산림청장, 평화의숲과 함께 산불피해지 나무심기 행사 가져
숲
5시간 전
초대형 산불 피해지 안동, 벌거벗은 산 복원 나무 심기
숲
15시간 전
기아대책, 안동 산불 피해 복원 행사 참여…5천700그루 식재
숲
1일 전
신한금융, 경북 안동 산불 피해지에 숲 조성 나서
숲
2026.01.13
고터·세빛은 ‘관광’, 양재는 ‘AI’… 문화·디지털 특구 띄운 서초 [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