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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번” 보수 재결집?···“김부겸 줘뿌리란다” 국힘 심판?

2026.04.04 10:00

“과거와는 다른 양상” 김부겸 출마 이후 변화의 바람 부는 대구 민심
국민의힘 공천 난맥상이 불러온 심판론…지선 이후도 후유증 남을 듯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 3월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평소에는 대구 경제에 관심도 없다가 무슨 일만 있으면 서문시장에 나타납니다. 아쉬울 때만 대구를 찾습니다. 말로만 보수의 심장입니다. 심장이 꺼지는데 어데 청심환 하나 구해온 적 있어요? 또 빨간 잠바 입고 줄줄이 나서서 큰절하고 당기면 우리 할매 또 마 불쌍트라 하고 찍어주시지예? 이 말에 또 속으시겠습니까?”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시장 출마 선언 후 대구를 방문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사자후다.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받쳐 쓴 김 전 총리는 작정한 듯 ‘찐 대구 사투리’로 발언을 쏟아냈다.

“오랫동안 지켜봤겠지만 저는 싸움꾼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을 때 제가 1조원이 넘는 지원금을 대구·경북에 갖다주이 신문에도 나왔잖아요! 뭐라캤습니까! “XX놈 지 돈 가왔나” 캤잖아요. 그것 때문에 내가 속이 뒤집어져 가지고 정치 치웠잖아예! 정말입니다. 제가 이 육두문자를 써가면서까지 말씀드리는 건 죄송하지만 정말로 한번 변해봅시다. 대구에서 이번에 확 바꾸입시다.”

과거 김 전 총리와 함께하던 사람들이 부르는 애칭은 ‘김부’다. 이번에 대구시장에 출마하며 기자들과 소통하는 공보방을 새로 만들진 않았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때 개설해뒀던 텔레그램 방을 재활용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방침이다. 이 텔레그램 채널 이름은 ‘겸총리 언론공지방’이다. 가입 하루가 지나도 새로 올라오는 글이 없다.

“실은 아직 실무가 많이 안 꾸려진 상황입니다.” 김 전 총리 측 공보담당자의 말이다. 국회 소통관-대구 2·28기념중앙공원으로 이어진 출마 선언 후 아직 지역 일정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대구 일정은 4월 둘째 주 정도나 돼야 시작할 것이라고 김 전 총리 측은 전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출마 선언 쏟아진 관심

일단 여론조사는 김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나온다. 출마 선언 다음 날인 지난 3월 31일 발표된 TBC·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김 전 총리는 차기 대구시장 인물적합도 질문에서 49.5%를 기록했다. 2위를 기록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과 33.5%포인트 차로 오차범위 밖이다.

가상 1 대 1 대결에서도 김 전 총리 52.3%, 추 의원 36.5%의 지지율을 보였다(3월 28·29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4명 대상으로 한 무선전화 자동응답 ARS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상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초·중·고뿐 아니라 20대 중반까지 대구에서 보냈고, 군대도 그쪽에서 나왔다. 가까운 지인이 제가 문재인 캠프에 있을 때도 홍준표를 찍은 사람이다. 여러 종편방송에 나와 국민의힘 패널들과 함께 정치 평론하니 하루가 멀다고 ‘어느 모임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고 알려주는데, ‘이번에는 가만히 안 놓아둔다, 주변에서 다 김부겸 찍겠다고 한다’고 하더라. 저도 마흔 살이 넘도록 이런 건 처음인 것 같다.”

김 전 총리의 과거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의 말이다.

“대구 민심은 중앙에서 평론가들이 말하는 지역 민심과 다르다. 예컨대 중앙 보수 매체에서는 한동훈이 부산·경남도 좋아하고 대구도 좋아하니 어디를 나가도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전망하는 데 아니다. 이곳에서는 한동훈이 윤석열과 그렇게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구에서는 한동훈을 계엄 유발자라고 본다. 이건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이 이야기하는 배신자론과 다르다.”

4월 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후보자 공정경선 협약식에서 후보자들이 공정경선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


그에 따르면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의 지역민 정서는 미묘하게 다르다.

“이를테면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부·울·경’이 더 큰데, 도정이나 지역 정치만 놓고 보면 대구가 훨씬 더 분개하고 있다. 경남이나 부산은 한 번 바꿔도 보고 뭔가 해봤기 때문에 (민주당이) 경쟁이 되는데, 대구는 그런 적이 없어서 오롯이 분노와 격분한 감정이 다 국민의힘에 가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여론조사상으론 민주당 계열 후보가 선전한 적이 있었지만, 선거 막판이 될수록 ‘보수결집’ 바람이 불면서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정치평론가들은 전망했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난맥상 탓이다.

“부산·경남이 외향적인 데 비해 대구는 생각으로만 갖고 있다. 탄핵 이후 대구 사람들은 윤석열을 기본적으로 싫어한다. 사람은 수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뽑은 사람들은 그가 제가(齊家)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신(修身)은 돼 있는 줄 알았는데 계엄재판에서 드러난 건 수신도 안 돼 있었다는 거 아닌가.”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말이다.

‘중앙’은 모르는 대구의 바닥 민심

역시 대구가 고향인 그는 1주일에 한 번씩 지역에 내려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구의 바닥 민심을 듣고 있다고 했다. “지역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래도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인데 이번에는 이재명이 싫더라도 김부겸을 찍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여전히 장동혁 지도부는 이번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만만해하고 있다. 공천만 잘하면 선거 막판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면 승률은 반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총선에서 폭삭 망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몇 배로 더 폭망하면서 그동안 안정권으로 간주했던 대구·경북까지 흔들린다. 대구시장 경선 과정에서의 문제가 워낙 컸지만, 앞으로도 헛발질할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생각했던 사람들도 진짜 안 되겠네, 국민의힘이 정신 차리기 위해서는 김부겸이 줘뿌리란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지방선거가 어려워진 것은 공천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죽했으면 활동 자율성을 보장받은 정당공천조차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겠나. 웬만해선 그런 결과가 안 나온다.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했을 일인데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얼마나 공천이 엉망이었으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나.”

그는 국민의힘에서 현재 진행 중인 공천은 자의적인 사천(私薦)에 가까운 양상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광역 공천 말고도 50만명을 기준으로 그 이상의 기초단체를 중앙당에서 공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무 근거가 없다.”

과거 기초단위 공천은 시·도당의 몫이었는데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인구수 50만명 이상 기초단체장 후보도 중앙당이 공천하는 것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가 보는 공천실패의 1등 공신은 장동혁 당대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왼쪽)가 3월 31일 국회 본회의 도중 6ㆍ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 후보에서 탈락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주호영 국회 부의장을 만나기 위해 주 부의장의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내란 문제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니 사법부 판단이 안 나왔다고 안 했던 것이 장동혁이었다. 그랬던 그가 김영환 충북지사의 공천탈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니 사법부가 정치하냐고 한다. 한입으로 두말하는 것이다.”

보수 내전, 지방선거 이후도 계속된다

그는 “아직 변수가 남았다”면서도 “현재대로라면 대구시장 선거는 55 대 45 정도로 김부겸이 당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부겸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 누가 나와도 안 된다. 뒤집어 김부겸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누구라도 이길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셋이다. 국민의힘 유권자도 장동혁 체제의 국민의힘을 안 좋아한다. 역대 어느 때보다 비판적이다. ‘투표장에 안 가면 안 갔지, 국민의힘은 안 찍겠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보기에 김부겸은 민주당 간판만 가지고 있지 TK 사람이고, 한나라당으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다. 둘째로 젊은 사람들이 아무 부담 없이 찍을 수 있는 사람이다. 셋째로 이번 선거에서 대구 유권자의 표심은 대구 발전 정책이다. 예컨대 추경호가 아무리 삼성 데려온다, 공항을 어떻게 한다고 공약해도 할 수가 없다. 왜? 야당이니까. 단체장 임기가 대통령 임기와 같다. 10년, 20년 만에 찾아올 기회를 대구 시민이 놓칠 수 없다. 대구 시민도 바보가 아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경선과 상관없이 김부겸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미워도 다시 한번’ 보수 결집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대로라면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뒤에도 보수 가치를 내세우기 힘드니 대구표가 안 모인다. 그러면 김부겸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 광역단체장만 부각되고 있지만, 기초단체장 공천 문제도 심각하다. 의아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들이 후보가 될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경선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이나 경남북 지역에선 경선에서 통과하면 이 사람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현재 장동혁 지도부가 내세우고 있는 세대교체 공천은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한 윤 어게인·장동혁 키즈로 풀뿌리 조직 교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만약 국민의힘이 대구까지 뺏기는 상황이 되면 보수 재편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최근 장동혁 행보를 보면 지방선거 이후 비대위나 차기 당권까지 놓고 궁리하기 시작한 거로 보인다. 한동훈 복당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내 중도온건 목소리는 줄어들고, 고성국·전한길 유튜브를 보는 ‘짠물’만 남는 것이다. 결국 지방선거 이후 비대위가 꾸려져도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보수 재편은 어렵고 보수 내전은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지방선거 후 관전 포인트가 더 많아질 것이 국민의힘 앞에 놓일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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