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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김부겸이 맞다…대구가 디비져야 보수가 산다

2026.04.04 10:01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한 손에 우산을 들고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노파심에 미리 밝히자면 나와 내 주변은 서울깍쟁이다. 지역감정 같은 건 모른다. 다만 젊은 날 ‘호남의 며느리’란 이유만으로 호남 출신 실장한테 억수로 귀염 받는 후배에 대해 불타는 질투를 느꼈던 기억은 있다. 그러니까 대구 출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이하 경칭 생략)와는 어떤 이해관계도(실은 일면식도) 없다는 얘기다.

“대구가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보수가 산다”고 그가 말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나라가 망하고 대구가 망해도 나만 살면 된다는 사람들이 무슨 보수를 운운하느냐”고도 했다. 속이 다 뻥 뚫리는 말씀이다.

동아일보 2010년 10월 15일자에 실린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기사. 한나라당 시절 그는 신념에 따라 대북송금 특검에 나홀로 반대표를 던진 전력이 있다.
이런 말은 아무나 못한다. 김부겸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지만 말할 자격 있다. “저희들이 클 때 대구는 자부심이었다”며 그 자부심을 우리 아들딸들도 느끼게 해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말한 걸 보면 안다. “여러분이 지키는 그 의리라는 것이 우리 자식들의 앞날을 막고 있다면, 이제는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고 외칠 땐 서울사람인 내가 “옳소!” 할 뻔했다.

● 보수의 심장, 의리의 대구

2016년 대통령 박근혜 사진과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 박근혜는 “의리가 없으면 사람도 아니다”라고 했고 대구 사람들은 배신을 용납 못했다. 대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보수의 심장을 자부하는 의리의 대구가 과연 민주당 시장을 허락할까. 김부겸도 출마선언하는 날 말했다. “(투표장 가면) 눈물이 앞을 가리가 뭐 2번 찍고 나왔다는 분이 너무 많아가….”

현재 대구에 살고 있는, 지난 번엔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의 단식을 중단시켰던, 친박 뿌리이자 사실상 친윤(친윤석열)의 근원이랄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1년 남긴 명언이 있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

‘대구경북의 사회학’이란 책에 따르면 ‘대구카면 의리 아이가!’ 할 만큼 의리는 대구경북(TK)의 습속으로 꼽힌다. 의리로 뭉쳐 대통령을 줄줄이 탄생시킨 우월감이 대구엔 펄펄 끓는다. 대구사람들이 배신자를 용서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아, 유승민…).

● 국힘과 대구, 보수 아닌 수구 됐다

1994년 10월 9일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경북중고 동창회체육대회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박준규 전 국회의장(오른쪽). 박 전 의장 뒤에 박철언 전 의원이 보인다. 동아일보 DB
그들의 끈끈함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경북고! 시험봐 입학했던 경고 출신은 정치적 감각 뛰어나고 언행 신중하며 사조직 잘 만드는 동족집단이라고 언론인 조갑제는 평한 바 있다. 6·29선언의 노태우, 안기부에 있으면서 감히 사조직으로 노태우 대선 승리를 도운 박철언, 노동운동 김문수와 민주화운동 김부겸도 경고 사람이었다.

친족회-향우회-동창회에 끔찍한 TK지만 호남 출신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박정희 이래 지배세력을 잇따라 배출하면서 (광주와 달리!) 권위주의와 반공정신, 박정희 (심지어 박근혜) 숭배 같은 지배적 질서까지 수용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근대적 시민사회로의 전이가 늦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박근혜-윤석열 탄핵사태를 거치면서는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는 상황적 보수주의와 극우성향까지 확인된다(채장수 2025년 논문 ‘보수주의 이념과 대구의 보수’). 이는 멀쩡한 보수라 할 수 없다. 국힘 강성 지지층과도 겹친다. 퇴행적 비합리주의, 반동(反動)주의, 도저히 설득 안 되는 수구꼴통 그 자체다.

● 국힘에 바치는 아까운 내 혈세 보조금

2월 23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이정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혁신 서약식에서 만나 악수 겸 팔짱을 껴고 있다. 동아일보 DB
장동혁을 보시라. 이정현은 또 뭔가. 공천을 저 따위로 해놓고 광주시장 하겠다고 날라버렸다. 국힘 당원들 눈엔 이해될지 몰라도, 나는 국힘에 가는 내 혈세 보조금이 아까워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이정현이 바로 친박(친박근혜)이다. 장동혁 단식 때 느닷없이 박근혜가 등장하더니, 이정현까지 용수철처럼 따라와선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새로 임명된 박덕흠 공관위원장은 찐박이었다. 심지어 그는 윤석열의 비서실장 정진석과 사돈이다. 찐박이자 언더찐윤인 거다! 즉 이정현이 시도지사 선거 공천을 ‘15(민주) 대 1(국힘)’ 나올 판으로 해놓자(공천 결과도 거의 친박ㅠㅠ) 장동혁은 에라, 윤어게인 공관위원장을 임명한 형국이다.

이참에 박근혜와 친박이 국힘을 어떻게 여기는지, 대구사람들은 알 필요가 있다. 그들은 국힘을 ‘국민의 이익을 위한 보수정당’이 아니라 친박 동아리쯤으로 본다. 2016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실 부실장을 지낸 시사평론가 장성철이 2019년 신동아에 피를 토하듯 고발한 내용이다. 박근혜가 거대여당 안 돼도 좋다며 진박감별사를 동원하고, 당에 살생부까지 내려 보낸 것도 그런 인식 때문이었다.

● 친박이 친윤으로, 죽지도 않고 또 왔다

2022년 5월 10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선서를 하는 윤 대통령 뒤로 선글라스와 마스크, 보라색 옷차림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인다. 동아일보 DB
주로 TK와 PK(부산경남)인 친박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사람들이다. 민심과 상관없이 당권장악에만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도 그래서다. 집권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실은 야당이 더 편할 터다). 책임질 일 없고, 정책연구할 필요 없고, 당엔 국고보조금 쌓여 있으니 얼마나 쉬운가. 대통령이 탄핵되든, 감옥을 가든, 누구 하나 국민 앞에 송구하다며 금배지 내려놓은 자 있었던가.

더 소름 끼치는 점이 있다. 10여 년 전 친박이 반성은커녕 친황(친황교안)-친윤으로 명찰만 바꿔달아선, 죽지도 않고 징글징글하게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영화 속 좀비처럼 말이다. 박근혜 앞에서, 또 윤석열과 김건희 앞에서 찍소리 못했던 국힘이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중시하는 자유우파 정당이라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절윤’하지 못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번도 개혁한 적 없이 자기들만의 특권과 반칙 보호에 급급해온 천박한 기득권정당이라고나 할까.

‘보수의 빛좋은 개살구’ 대구가 31년이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물론 좌파정부도 유능하지 못해 12년 째 국민소득 3만 달러에서 맴돌고 있지만). 식민지 백성처럼 국힘에 매여있는 바람에 그 지경이 된 것이다. 그래도 대구사람들은 6월 3일에도 눈물을 머금고 “미워도 다시 한번” 해가며 2번 찍을 텐가.

● “민주당에서 대통령 돼도 안 망했어!”

1월 22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동상 앞에 ‘동상 훼손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대구=뉴시스
대구 출신에 경북대 로스쿨을 나온 강수영 변호사(김어준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서 ‘짤렸다’고 했음)가 며칠 전 찰진 사투리로 들려준 대구 민심이 가슴을 친다. 택시 기사한테 들은 얘기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는 거다.

“우리 자식들이 전부 다 대구 살기 싫어하거든. 우리하고 같이 살았으면 좋겠는데 천지 일자리가 없으니까 다 서울 가고 경기도 가고 그래. 그럼 우리 입장에선 어쩌다 우리 대구가 이 꼬라지가 됐나 궁금하거든.

근데 생각해보면 전부 한 놈들이(국힘) 정치했잖아. 이제는 좀 바까야겠다 싶은데 우리 이제까지 겁이 나가 못했어. 왜냐카면 민주당 뽑아주면 무조건 너(희)는 간첩이고 빨갱이고 친북이고 이래 생각했다고. 나라 망한다, 이래 생각했다고.

근데 벌써 바라. 민주당에서 대통령 몇 번 돼도 나라 안 망했어! 북한에 나라 전부 다 넘어간다 캤는데 안 넘어가! 어! 그래 가만 보니 이게 좀 잘못 됐다 싶은 거야.

게다가 우리가 지금까지 국민의힘 밀어준 거는, 힘 있는 사람 시장으로 뽑아야 변화 된다 이랬었는데, 지금 보니까 대통령이 이재명이라. 그럼 국민의힘 누구를 뽑든, 무슨 대통령이 뭘 해주겠어? 지금 그러니, 사람들이 민주당한테 표가 가는 거야.”

● 지역주의-편 가르기 반대해온 ‘우리 부겸이’

2014년 5월 27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김부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가 장애인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당시 김 후보는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에게 졌다. 뉴시스
나는 김부겸을 모른다. 다만 내가 대구사람이라면, 이번 선거에서 절대 국힘 안 찍는다. 후보들 면면을 보시라. 다들 서울에 비싼 아파트 갖고 산다(물론 김부겸도 대구엔 자기집 없다. 하지만 그건 정계 은퇴 후 경기도에서 살고 있어서다).

이번 글을 위해 김부겸 자료를 찾으며 좀 놀랐다. 그는 지금같은 정치판에선 볼 수 없는, 지역주의-편 가르기 없는 정치를 추구해온 희귀종이었다. 1990년 3당합당에 반대해 창당된 ‘꼬마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그 시절 동교동계는 ‘우리 부겸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2003년 김대중 대북송금(현재의 사건과 헷갈리지 마시길) 특검법안 때는 한나라당 소속이면서 혼자 반대표를 던져 왕따 되는 바람에 탈당해 민주당으로 갔고 ‘나는 민주당이다’란 책까지 썼다. “노선과 정서의 차이를 넘지 못하고 이대로 지면 우리 모두는 다시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대목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는 대구도 좀 전략적이었으면 좋겠다. 한때 안철수당을 뽑아 민주당을 길들였던 광주처럼 말이다. 왜 맞고 사는 아내처럼(죄송합니다.‘정치적으로 옳지 못한 표현’인 줄 알면서도 썼답니다) 대구는 왜 국힘에 당하고만 사는지, 지켜보는 내가 분하고 답답하다.

● 대구가 깨어나야 우리 아들딸들이 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월 1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다소 한산한 분위기에서 잔치국수를 먹고 있다. 대구가 언제까지나 국민의힘에 사로 잡혀 있으면 그들은 대구를 영원한 호구로 여길 수 있다. 대구=뉴스1
대구가 디비지지 않으면, 국힘은 죽어도 정신 못 차린다. 15대 1로 패하고도 친장(친장동혁)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누가 나오든 대구를 숙주삼은 친박의 변종이다. 이번에 투표장 들어가 또 ‘우리가 남이가’ 했다간 대구는 대구대로 더 팍팍해지고, 더 오만해진 여당은 공소취소로, 연임제 개헌으로, 더 독한 독재로 치달을 수 있다.

1960년 2월 28일 대한민국 수립 후 최초의 민주운동으로 나라의 명운을 바꾼 대구였다. 다시 한번 화끈하이(화끈하게) 디비질 때가 왔다. 그래야 보수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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