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가격인하 넘었더니 비닐봉지 대란
2026.04.04 13:00
배달 중심 브랜드나 편의점 공급 우려
부직포 봉투 등 대안…단가 높아
일각에선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비닐봉투 대란
요즘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매번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나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는 봄 날씨 이야기입니다. 지난 목요일엔 잠실 석촌호수 인근을 다녀왔는데, 벚꽃이 만개해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잠실에 근무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잠실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 올해 들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두 번째 주제는 봄 날씨처럼 따뜻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바로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슈입니다. 오늘은 전쟁이 곧 끝날 것 같다고 하고, 내일은 전쟁이 장기화될 것 같다고 합니다. 저의 짧은 식견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한 2일, 연설 직전까지만 해도 상승세던 주요국 증시는 연설 직후 급하락했습니다. 다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 비슷한 걸 할 거라고 생각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겁니다.
유통업계에선 '비닐봉투 대란' 우려가 큽니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나프타' 공급이 원활치 않기 때문입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유화 기초소재인데요. 전쟁 여파에 가격이 한 달 전 대비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미 플라스틱 포장용기와 비닐봉투 공급가도 20~30%씩 오르고 있습니다. 일부 대형마트에선 종량제 봉투 구매 제한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쟁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대국민 연설에서 "2~3주"를 언급했는데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간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입니다. 나프타 공급 대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대체품 찾아라
앞서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 동참하기 위해 가격 인하에 나섰던 유통업계인데요. 곧바로 가격 인상 요인이 나타나니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배달이 주력인 치킨 프랜차이즈나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이 많은 커피 전문점, 비닐봉투를 많이 쓰는 편의점 등은 플라스틱 비닐 봉투의 대체품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이달 중순부터 PB 'get커피'의 컵 뚜껑과 빨대를 폴리락틱애씨드(PLA) 기반 소재로 순차적으로 교체할 계획입니다. PLA는 옥수수·사탕수수 등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하는 '바이오 플라스틱'입니다. 나프타를 사용하지 않아 수급 문제에서 자유롭고, 원가도 일반 플라스틱과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비닐봉투 수급 불안정에 따라 종이봉투나 부직포 봉투로의 전환을 고민 중입니다. 다만 비닐봉투보다 배 가까이 비싼 가격이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비닐봉투의 수급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면 결국 비용 부담을 떠안더라도 교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비닐봉투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오히려 부직포 봉투가 더 싸질 수도 있죠.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이달부터 '일회용 수저포크 안받기', '다회용기 서비스' 확대 등 플라스틱 저감 캠페인을 통해 입점 업체들을 간접 지원합니다. '안받기'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에게 5000원권 쿠폰을 지급하는 등 본사 지원을 통해 입점 업체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재기 안해도 되나요
정부도 나프타 공급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 안보 품목으로 지정했습니다. 27일부터는 수출 통제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선제 조치를 취해 가격 급등을 막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게 '종량제 봉투 대란'입니다. 일부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할 수 없게 된다며 사재기에 나서자 일부 대형마트가 구매 제한을 거는 등의 이슈가 나타나면서 실제로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비닐봉투 공급 우려가 제기된 뒤인 지난달 말부터 대형마트의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평시보다 2~3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서 팔린 종량제 봉투는 일 평균 270만장에 달했습니다. 최근 3년간의 일평균 판매량 55만장의 5배에 달합니다.
나프타가 '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원료이기 때문에 여러 산업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일반 시민들이 종량제 봉투를 사재기해야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해명입니다.
결국 이 나프타 문제는 전쟁이 끝나야 해결될 겁니다. 그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플라스틱 대체품'을 고민하고 플라스틱을 덜 쓰는 정도겠죠. 그래도 이번 '나프타 대란'을 계기로 일상 생활에서 플라스틱을 덜 쓸 수 있게 된다면, 조금은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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