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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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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좋고 들어도 좋은 중구난방 수다, 최강 콘텐츠가 되다

2026.04.04 09:00

[콘텐츠 시장 강자로 부상한 비디오 팟캐스트]
기존 팟캐스트 음성콘텐츠에 영상요소 결합해 롱폼 지향
자유분방 대화, 과학지식, 정치사회 이슈 등 폭넓게 적용
유튜브 '뜬뜬' 채널에 공개된 '100분 토크는 핑계고' 영상의 한 장면. 진행자인 유재석(왼쪽부터)과 배우 주지훈 김남길 윤경호가 출연해 두 시간 남짓 대화 위주로 채운 콘텐츠로, 게시 12일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넘어섰다. 유튜브 캡처


지난달 14일 유튜브 ‘뜬뜬’ 채널에 공개된 ‘100분 토크는 핑계고’ 영상은 12일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넘어섰다. 호스트 유재석과 배우 주지훈 김남길 윤경호가 게스트로 출연한 이 영상은 특별한 액션이나 화려한 편집 없이 두 시간 남짓한 대화로 이뤄져 있다. 김남길의 팬미팅 에피소드에서 시작해 각자의 작품에 대한 막간 홍보를 거쳐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로 넘어갔다가 다시 딸과의 일상으로, 네 남자의 수다는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들며 이어진다. 화면 없이 소리만 들어도 재미 만끽이다. 이처럼 편집의 기교나 구성적 재미보다 출연자들의 대화와 상호작용이 우선되는 콘텐츠 형식, 요즘 뉴미디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비디오 팟캐스트'다.

글로벌 플랫폼도 뛰어들었다



비디오 팟캐스트는 기존 오디오 팟캐스트에 적합한 음성 콘텐츠에 녹음 현장, 이미지, 자료 화면 등 영상 요소를 결합한 롱폼 콘텐츠다. 그 확산세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유튜브는 지난해 2월 비디오 팟캐스트 월간 활성 이용자가 10억 명을 넘겼다고 밝혔고, 넷플릭스는 코미디언과 스포츠 스타가 참여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비디오 팟캐스트 시장에 진입했다. 팟캐스트 창시자 격인 애플 역시 자사 팟캐스트 앱에 영상 기능 도입을 예고했다.

넷플릭스 비디오 팟캐스트 '디어 첼시(Dear Chelsea)'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이런 흐름이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비디오 팟캐스트가 지닌 '저비용 고효율' 특성이 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 중심 구성 덕분에 대규모 인력이나 장비 없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게다가 방송 분량을 늘리는 데 추가 비용이 적어 내용만 재미있다면 시청자가 오래 체류할 수 있는 롱폼 콘텐츠를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다.

유통·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오디오 콘텐츠는 유통 플랫폼이 제한적이지만, 영상 포맷은 유튜브·틱톡·X 등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신규 이용자에게 도달하기 쉽다. 시각적 브랜딩이 포함된 간접광고(PPL), 슈퍼챗, 유튜브 멤버십 등 수익원도 오디오에 비해 다양하고 광고 단가도 높은 편이다. 미국 미디어·여론조사 전문기관 에디슨리서치(Edison Research)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팟캐스트를 처음 접한 응답자 가운데 비디오 팟캐스트를 적극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77%로 오디오 팟캐스트 적극 이용자(75%)를 앞섰다. 신규 팟캐스트 이용자의 72%는 비디오 팟캐스트를 먼저 접한 뒤 같은 내용의 오디오 전용 콘텐츠를 들었다고 답했다.

왜 지금 비디오 팟캐스트인가



해외에서는 애플·스포티파이 등 오디오 중심 팟캐스트 생태계가 먼저 자리 잡은 뒤 이를 영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반면 한국은 유튜브라는 메가 플랫폼의 지배력 속에서 오디오 생태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보이는 라디오’와 ‘라이브 스트리밍’이 결합한 형태의 비디오 팟캐스트 시장으로 직행했다.

라이브 스트리밍 기반으로 형성된 한국형 비디오 팟캐스트의 사례로 '침착맨'이 최강록 셰프 초대석을 진행하고 있는 장면. 유튜브 '침착맨' 캡처


최정욱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디지털미디어플랫폼학과 교수는 “비디오 팟캐스트는 단순히 오디오 팟캐스트에 화면을 띄운 것 이상”이라며 “진정성 있는 긴 호흡의 대화에 표정, 제스처, 눈빛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포맷”이라고 정의했다. 이 형식의 본질은 대본이나 편집 의존도를 낮춘 ‘날것의 대화’에 있다. 출연자 간 티키타카는 예측 불가한 재미를 만들고, 편집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대화는 시청자에게 같은 공간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시청자와 출연자가 유사 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를 형성한다는 것. 비디오 팟캐스트의 핵심이 바로 크리에이터의 자율성과 시청자와의 강한 유대감에 있다는 얘기다.

‘엠비언트(ambient·잔잔한) 콘텐츠’로서의 특성도 비디오 팟캐스트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출퇴근이나 집안일을 하면서도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어 멀티태스킹이 일상화된 현대인의 미디어 소비 방식과 잘 맞물린다. 에디슨리서치의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비디오 팟캐스트를 ‘배경으로 틀어놓는다’고 답했다. 영상 콘텐츠가 시각적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 콘텐츠로도 기능하는, 비디오 팟캐스트 제작의 양수겸장 효과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디오 팟캐스트의 인기는 극단적으로 짧고 자극적인 ‘숏폼’ 시대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 교수는 “1분짜리 도파민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낀 대중이 느슨하지만 깊이 있는 롱폼 콘텐츠를 일종의 디톡스로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를 중심으로 확장되는 스펙트럼



비디오 팟캐스트는 ‘진정성 있는 긴 호흡의 대화’를 토대로 다양한 방식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다. 최 교수는 “경제, 과학, 미스터리 등 특정 주제를 깊이 탐구하려는 층부터 특정 호스트의 매력을 소비하는 강력한 팬덤층까지, 취향으로 묶이는 파편화된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영석 PD가 호스트인 비디오 팟캐스트 '50분 동안 쉴 틈 없이 말하는 영상 | 나영석의 나불나불' 영상 중 한 장면. 유튜브 '채널십오야' 캡처


비디오 팟캐스트 주류는 호스트와 출연자의 매력 자체를 콘텐츠로 삼는다. 유재석이 호스트인 ‘뜬뜬’ 채널의 ‘핑계고’와 나영석 PD가 운영하는 ‘채널십오야’ 채널의 ‘나영석의 나불나불’ 등이 대표적이다. 신작 홍보차 출연한 연예인이든 호스트의 동료든, 출연자들은 근황·취미·일상에서 비롯한 에피소드를 카메라 앞에서 자유분방하게 풀어낸다. 홍보 목적이 있어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대화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인다. 정재형, 장도연, 혜리, 에픽하이 등 연예인 다수가 이런 대화 중심 채널을 각자의 색깔을 담아 운영하고 있다.

특정 분야 지식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비디오 팟캐스트 채널도 두꺼운 고정 시청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역사·과학·철학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유튜브 채널 ‘BODA’는 대본을 따르기보다 즉석에서 떠올린 질문이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유로운 대화를 펼친다. 전문가들이 정제된 강의 형식이라면 걸러냈을 사고의 흐름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이를 통해 전문적 지식이 직관적으로 전달되면서 시청자의 이해와 몰입을 동시에 끌어낸다. ‘잠들기 전에 들으면 저절로 쌓이는 과학 상식들(과학 ASMR 몰아보기)’이라는 제목의 3시간짜리 영상은 370만 조회수를 넘겼고, 지난해 유튜브 코리아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유튜브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제작된 ‘MP’ 콘텐츠가 인스타그램 릴스로 재가공돼 업로드된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정치·사회 분야에서 진중하고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 비디오 팟캐스트를 주력 형식으로 택한 채널도 적지 않다. ‘일상에 와닿는 정치 대화’를 표방하는 유튜브 채널 ‘MP(뮤지엄피)’는 비디오 팟캐스트를 통해 노동, 주거, 연금 개혁 등 우리 삶과 밀접한 정책 이슈를 다룬다. 정치인, 당사자 등이 참여해 1시간 안팎의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정치성향 다른 사람과 친구, 연인 가능?’이라는 영상에서는 20대 대학생 4명이 출연해 일상 속 정치 대화의 어려움과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주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장홍석 뮤지엄피 대표는 “많은 사람이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정치 이슈를 재밌게 다루려다 보면 복잡한 문제가 단편적으로 다뤄지기 일쑤”라며 “문제와 원인, 대안과 한계까지 꼬리를 물고 질문하며 깊이 파고들면서도, 친근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디오 팟캐스트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요즘 것들의 사생활' 채널의 '작은 브랜드의 성장법은 달라야 합니다(with 이근상)'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요즘 것들의 사생활(요즘사)’은 ‘사회가 규정한 정답 밖에서 주체적인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레퍼런스를 제시하는 채널이다. 기존에는 10분 내외의 인터뷰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왔지만, 2024년부터 1시간 분량의 비디오 팟캐스트로 주력 콘텐츠를 전환했다. 운영진은 “한 사람의 가치관이 형성된 과정과 그 이면의 고민을 맥락째 전달하기 위해서는 짧은 호흡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인생의 궤적과 진정성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형식 전환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정과 제스처, 분위기 등 시각적 맥락은 화자의 진정성을 강화하고, 시청자가 더 깊이 감정 이입을 하면서 입체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콘텐츠에) 완전히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도록 오디오 플랫폼을 병행해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디오 팟캐스트의 전망은



비디오 팟캐스트의 득세가 '콘텐츠 생산의 민주화'라는 팟캐스트 본연의 역할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초기 팟캐스트는 오디오 기반으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제작할 수 있었는데, 비디오와의 결합이 강조되면서 스튜디오 촬영과 영상 편집이라는 진입 장벽이 생겼다는 것. 요즘사 운영진은 “기존 오디오 팟캐스트에 비해 촬영 환경 구축, 조명, 멀티 카메라 운용, 대용량 영상 편집 등 제작 공정이 훨씬 복잡하고 높은 집중력을 요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내 ‘팟캐스트’ 카테고리 화면. 다양한 비디오 팟캐스트 콘텐츠가 플랫폼 내에서 추천·노출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지닌 창작자들이 참여하는 팟캐스트 생태계가 확장돼 왔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 중심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자본과 인지도를 갖춘 채널이 유리한 플랫폼 구조 속에서 개인 창작자가 성장하기 어려운 양극화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비디오 팟캐스트가 지닌 진정성과 확산력 사이의 긴장도 감지된다. 장 대표는 “콘텐츠는 결국 소비돼야 하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으로 쇼츠를 만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앞뒤 맥락이 생략될 수 있다 보니 조심스럽다”며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디오 팟캐스트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 교수는 “비디오 팟캐스트의 본질은 기획력과 스토리”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촬영, 편집 등에 들어가는 리소스가 줄어들면서 아이디어만 있으며 누구나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미디어 시장은 1분 미만의 '초숏폼'과 1~3시간에 달하는 비디오 팟캐스트인 '초롱폼'으로 양극화되는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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