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라면’을 사골 진국으로 만드는 마력
2026.04.04 10:32
텃밭에 매화가 활짝 폈다. 땅 주인이 심은 나무가 청매실, 홍매실 한 그루씩인데, 허연 청매화만 만개했다. 연분홍 홍매화는 아직이다. 일조량이 달라서 그런가 싶다. 볕이 갈수록 좋아진다. 다음주엔 홍매화도 만날 수 있을까?
봄이 오니 밭에 활기가 넘친다. 이즈음 밭의 주인공은 겨울을 이겨낸 양파와 마늘이다. 웃거름 듬뿍 줬더니 한 주 만에 초록빛이 더욱 짙어졌다. 김장농사를 마치고 뒤늦게 뿌린 월동 시금치는 아직 잎을 펼치지 못했다. 오종종한 게 잔디 같다. 날이 푹해지면 제일 먼저 쑥부터 찾는데, 올해는 쑥이 잘 안 보인다. 쪼그려 앉아 한참 캔 쑥이 한 움큼도 안 된다. 국도 못 끓여 먹겠다 싶다.
2월 말 묵은 밭 정리로 문을 연 주말농장은 매주 달라지고 있다. 퇴비 30포대를 새로 들였다. 묵은 밭에 퇴비를 넣어 뒤집고, 고랑을 깊이 파내는 작업은 한동안 이어질 게다. 씨감자를 두 주에 걸쳐 넣었다. 한 주 쉬고 밭에 나온 옛 밭장이 지난가을과 올봄에 밭 정리하며 긁어내 수북이 쌓아놓은 낙엽이며 마른풀 따위를 모아 밭 한가운데서 태운다. 씨감자는 심기 전에 재를 묻혀 소독해야 한다. 쌈용 잎채소는 혼합 세트 3종, 16가지를 뿌렸다. 해마다 불러본다. 이름만 들어도 싱그럽다.
‘적치마·청치마·적축면·흑치마·담배상추(혼합 상추). 적로메인·청로메인·결구양상추·청오크·적오크(혼합 양상추). 케일·다채·적겨자·청겨자·적치커리·청치커리(혼합 쌈채).’
열무도 한 밭 뿌렸다. 여린 열무를 툭툭 끊어내 고추장과 참기름을 곁들여 양푼에 밥을 비비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열매채소 심기 전에 수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루콜라는 벌써 냈는데, 공심채와 고수는 한두 주 더 기다리기로 했다. 쑥갓은 통상 아욱과 함께 반 밭씩 심는데, 밭장이 아욱 종자 사오는 걸 깜빡해서 쑥갓이 아예 밭 하나를 다 차지했다. 쑥갓은 수확 시기를 놓치면 금세 꽃대를 올린다. 국화를 닮은 쑥갓꽃은 새큼달큼하다.
저만치서 밭장이 쪼그려 앉아 완두를 정성껏 넣고 있다. 완두는 서늘한 날씨를 좋아해 남쪽에선 2월에도 파종한단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 말~6월 초엔 수확한 완두를 삶아 동무들과 막걸리 잔을 기울일 수 있을 터다. 한낮 기온이 20도를 넘어섰다. 삽질 잠깐 했다고 이마에 땀이 맺힌다.
새로 장만한 그늘막(타프)을 쳤다. 지붕이 생긴 평상 위에 빨아 말린 돗자리를 깔았다. 집 안에 들어앉은 기분이다. 내친김에 올해 첫 라면물을 올렸다. 해마다 텃밭 ‘첫 라면’은 쑥 아니면 두릅을 곁들여 끓이는데, 올핸 첫 라면이 이른 건지 쑥과 두릅이 늦은 건지 ‘맨라면’이다. 지난여름 빗줄기에 떨어진 덜 익은 토마토로 담근 피클은 월계수잎 향이 일품이다. 제주산 월동무로 담근 잘 익은 깍두기도 상에 올랐다. 작은 코펠엔 라면이 딱 두 개 들어간다. 모인 동무는 다섯이다. 두 개씩 두어 번 끓이다보면 사골처럼 진국이 된 국물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둘러앉아 후루룩거리며 씨앗 파종할 순서를 정했다. 4월 첫 주엔 쌈채소 모종을 넣고, 동무들과 올해 ‘첫 고기’를 굽기로 했다. 이어 주말마다 고추, 오이, 호박, 가지 따위 열매채소를 넣다보면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게다. 바짝 마른 파종한 밭에 물을 듬뿍 줬다. 성질 급한 녀석들은 다음 주말 고개를 내밀지도 모른다. 놀다보니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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