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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3억, 현금 대신 ‘이것’ 드립니다”…젠슨 황 ‘新보상론’ 뒤 숨겨진 AI 시대 생존법 [비저너리 파일]

2026.04.04 07:32

젠슨 황 “엔지니어에 AI토큰 지급해야”
코더보다 ‘지휘자형 인재’ 뜨는 AI 시대
수억 원어치 토큰, 복지 아닌 압박일 수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과거 386세대에게 ‘토큰(Token)’은 버스 요금통에 던져 넣던 엽전 모양의 승차권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의 토큰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토큰은 챗GPT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이 텍스트를 인식하는 ‘최소 단위’이자, 막대한 반도체 연산량과 전력이 소모되는 ‘컴퓨팅 자원’ 그 자체다.

실리콘밸리의 부(富)를 상징하는 보상 체계는 두둑한 ‘기본급’에서 대박의 꿈인 ‘스톡옵션’으로, 그리고 확실한 보상인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최근 세계 기술 혁신의 심장부에서 전혀 새로운 보상 수단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바로 ‘AI 토큰’이다.

◇“AI토큰 안 쓰면 뒤처진다”…젠슨 황이 꺼낸 새 인재론

이 기묘한 논쟁에 불을 붙인 인물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최근 연례 개발자 행사(GTC)에서 파격적인 화두를 던졌다.

황 CEO는 “만약 50만 달러(약 7억 원)를 받는 엔지니어가 최소 25만 달러 상당의 AI 토큰을 소비하지 않는다면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엔지니어들에게 기본급 외에 그 절반 정도의 가치를 토큰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현금이나 주식이 아닌 ‘연산 자원’을 강조한 이유는 명확하다. 노동의 본질이 ‘직접 코딩하는 것’에서 ‘AI를 지휘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화제가 된 오픈소스 AI 비서 ‘오픈클로(OpenClaw)’처럼 이제 AI는 스스로 하위 에이전트를 생성해 사용자가 잠든 사이에도 코드를 짜고 오류를 수정한다.

이제 기업이 원하는 우수 인재는 타자 속도가 빠른 개발자가 아니다. 수많은 AI 에이전트를 다루며 하루에 수백만 개의 토큰을 활용해 압도적인 결과물을 뽑아내는 ‘지휘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타와 오픈AI의 엔지니어들은 사내 리더보드를 통해 ‘누가 더 많은 토큰을 쓰는지’ 경쟁하고 있다. 토큰 사용량이 곧 실력이자 생산성을 증명하는 계급장이 된 셈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 수억 원어치 토큰의 이면…보상인가 압박인가

하지만 황 CEO의 달콤한 제안 이면에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계산법이 숨어있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의 한 엔지니어는 “내가 사용하는 AI(클로드) 비용이 내 연봉보다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왜 인간의 연봉보다 비싼 AI 자원을 기꺼이 쥐여줄까? 답은 간단하다. 연봉 3억 원의 개발자에게 AI 토큰 3억 원어치를 지급한다면 회사는 이제 그에게 ‘2인분’이 아닌 ‘20인분’, 나아가 ‘200인분’의 성과를 요구하게 된다.

최고급 장비를 사줄 테니 혼자서 빌딩을 지어오라는 무언의 압박과도 같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제안한 ‘보편적 기본 연산력(Universal Basic Compute)’ 구상처럼 연산력이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있다.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사람에게 얼마를 줄까”보다 “연산 자원을 얼마나 붙여서 사람을 덜 쓸까”를 고민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 현금·주식 아닌 소모성 자원…노동시장 판 바뀌나

가장 본질적인 경고는 보상의 ‘질(質)’에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 자말 글렌은 AI 토큰 패키징를 향해 “현금이나 지분 없이 보상의 외형만 부풀리는 꼼수”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우리가 주식이나 스톡옵션을 받는 이유는 회사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나누기 위해서다. 시간이 지나면 자산 가치가 오르고 이직 시 내 몸값을 증명하는 무기가 된다. 하지만 AI 토큰은 소진하면 끝이다. 한 달에 100만 개를 쓰든 1000만 개를 쓰든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은 ‘0원’이다.

기업은 “우리는 직원에게 수억 원어치의 연산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을 동결할 완벽한 명분을 얻게 된다. 아울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엑셀 시트 위에서는 이런 섬뜩한 질문이 피어날 것이다. “직원 1명에게 들어가는 AI 토큰 비용이 직원 연봉을 역전했다면, 차라리 직원을 줄이고 그 돈으로 토큰을 더 사는 게 낫지 않은가?”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의장은 AI가 지식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것이라 짚었다.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 내 노동 시간의 25%가 자동화될 것이라 경고했다.

결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토큰 연봉’ 논쟁은 인류 노동의 역사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시사한다.

머지않은 미래, 당신의 연봉 협상 테이블에는 돈이나 주식이 아닌 ‘최고급 AI 서버 접속 권한’이 올라올지도 모른다. AI의 연산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다룰 수 있는지가 개인의 몸값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과연 AI를 부리는 주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AI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 잠시 고용된 ‘생체 부품’으로 전락할 것인가. 기술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점 앞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너스로 ‘3억’을 줬는데 현금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뒤집어놓은 ‘토큰 보너스’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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