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니아부터 미술 애호가, 체험형 여행자까지… 누가 찾아와도 LA에는 정답이 있다
2026.04.04 00:31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美 로스앤젤레스 여행
어느 누가 찾아와도 로스앤젤레스(LA)는 정답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 마니아라면 축구 선수 손흥민이 뛰는 LA FC 경기장에서, 미술 애호가라면 현대 미술 거장들이 모여 있는 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에서, 체험형 여행자라면 호그와트행 기차가 서는 꿈의 동산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한 번은 마음을 뺏길 것이다. 라라랜드(La La Land)에선 누구든 주인공이 된다.
지난 2월 22일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개막전은 LA FC 홈구장(BMO 스타디움)이 아닌 1932·1984년 LA 올림픽이 열렸던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렸다. LA FC 소속 손흥민과 인터 마이애미의 리오넬 메시가 맞붙으면서, 경기에 대한 축구 팬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경기장엔 7만5673명의 관중이 몰려 MLS 역대 최다 관중 수 2위를 기록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한국인 여행자라면 LA는 이미 손흥민으로 통할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LA FC로 이적했다. 이번 시즌 개막에 맞춰 공개된 손흥민 유니폼은 이미 BMO 스타디움 최고의 인기 상품이 됐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 LA다저스의 경기도 놓칠 수 없다. 설명할 필요 없는 MLB 간판스타인 오타니 쇼헤이가 뛰는 팀으로, 올해 월드시리즈 3연패에 도전한다. 다저스타디움에선 특히 경기장 투어 프로그램(성인 기준 42.25달러)에 참여해볼 것을 추천한다. 역대 월드 시리즈 챔피언십 트로피, MLB 최초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42번 유니폼, 골든글러브와 실버슬러거 수상자 등 곳곳에서 다저스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를 비롯해 최희섭·류현진·김혜성 등 한국인 선수들이 몸담아온 팀인 만큼 그들의 흔적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해 초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대학생이 된 아들과 미국프로농구(NBA)를 직관하는 모습이 화제였다. LA에서 농구 경기가 주는 희열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가야 한다. 기자는 전통의 강자인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맞대결을 관람했다. 코트를 층층이 둘러싼 실내 경기장은 마치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치어리딩, 하프타임 공연 등은 농구를 잘 몰라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소파이 스타디움’에선 미식축구리그(NFL)의 박진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약 7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은 오는 2026년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경기장으로 활용된다. 투어 프로그램(1인 56.65달러)도 갖추고 있어 필요하다면 이용해 볼 수 있다.
LA에서 최대한 스포츠를 많이 즐기고 싶다면, 숙소는 다운타운이 좋다. 윌셔 그랜드 센터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LA 다운타운 호텔에서 묵을 경우 LA FC 홈구장과 다저스타디움, 크립토닷컴 아레나까지 모두 차로 10분 이내에 갈 수 있다. LA 스카이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고층 호텔로 로비가 70층이며, 대부분 객실도 31층부터 66층에 위치해 LA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특히 윌셔 그랜드 센터 71층에 있는 라부세리(La Boucherie)는 고층 뷰의 장점이 극대화된 스테이크 맛집으로,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에 찾는 곳으로 소문났다.
LA는 미국 내에서 박물관·미술관이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LA 전역에만 800개 이상의 박물관·갤러리가 밀집해 있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게티 센터(The Getty Center), LA카운티 미술관(LACMA) 등 세계적 수준의 소장품을 갖춘 곳이 많다. 그중에서도 2015년 개관한 ‘더 브로드(The Broad)’는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 있는 미술관이다. 앤디 워홀부터 장 미셸 바스키아, 제프 쿤스 등 내로라하는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더 브로드 건너편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도 작지만 놓쳐선 안 된다. 귀띔하자면 이곳은 유니크한 디자인의 감각 있는 소품들이 모인 ‘굿즈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LA 지역 미술관들은 지역 부호들의 기부금과 기증으로 설립돼 입장료가 무료인 곳이 많다. 미국 최고 석유 재벌로 꼽혔던 진 폴 게티의 개인 소장품이 모여 있는 게티 센터, 부동산 개발자 출신 자선 사업가 일라이·이디스 브로드의 ‘더 브로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LA 시민이면 누구나 큰 비용 없이 유명 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혜택이 먼 이국에서 온 관광객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참고로 더 브로드에 들렀다면, 근처에 있는 월트디즈니 콘서트홀도 보러 가길 권한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건축물로, 우범지대에 가까웠던 LA 다운타운을 예술·문화 지대로 변모시킨 일등 공신이다.
LACMA 앞에 있는 ‘어반 라이트’는 LA 사진 명소로도 통한다. LA 출신 작가 크리스 버든이 202개의 가로등을 세워 만든 작품으로, 밤과 낮 모두 각각의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LACMA 입장료(LA 비거주자 성인 기준 30달러)는 유료이지만, 미술관 앞에 설치된 이 작품만큼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LACMA 인근에 있어 함께 묶어가기 좋은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그 전 과정을 탐구하는 곳이다. 영화 ‘대부’나 ‘조스(Jaws)’ 같은 고전은 물론이고, ‘바비’나 ‘벼랑 위의 포뇨’ 같은 최신 작품들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내년 1월 10일까지 봉준호 감독 특별전 ‘감독의 영감: 봉준호’를 진행해, 한국인이라면 더 반갑게 볼 수 있다. 영화 ‘기생충’에 사용했던 그림과 소품은 물론, 봉 감독이 연세대 재학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직접 작성한 문서, 초기 습작 노트 등도 두루 전시돼 있다. 성인 25달러의 입장료에 더해, 추가 10달러를 내면 직접 오스카 무대에 올라 상을 받는 듯한 ‘오스카 체험(The Oscars® Experience)’도 가능하다.
LA는 연중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만큼 러닝이나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에도 최적인 도시다. 그중에서도 ‘할리우드 사인 익스프레스 하이크(Hollywood Sign Express Hike·1인 28달러)’는 레이크 할리우드 공원에서 시작해 ‘할리우드(HOLLYWOOD)’ 사인이 있는 할리우드 힐스까지 가이드와 함께 왕복 1시간 동안 하이킹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1923년 부동산 분양 광고 목적으로 세워진 할리우드 사인은 당시엔 흉물 취급을 받았으나, 현재는 LA를 대표하는 글자 조형물로 자리 잡았다. 이름은 ‘하이킹’이지만, 우리로 치자면 둘레길 정도의 야트막한 언덕이라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미 전역에서 청춘들이 스타의 꿈을 안고 몰려드는 ‘라라랜드’인 만큼, 가이드 중 상당수가 배우 지망생이다. 기자의 일일 가이드였던 ‘매튜’도 그중 한 사람이다. 배우를 꿈꾸며 할리우드에 온 가이드에게 할리우드 역사를 들으며, 할리우드 사인까지 오르다 보면,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란 뜻의 ‘라라랜드’란 말이 새삼 실감 난다. 참고로 할리우드 사인에 오르는 건 금지돼 있으나, 여전히 몰래 오르는 사람이 있어 가끔 이를 잡기 위한 경찰 헬기가 출동한다고 한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직접 뛰어볼 수도 있다. ‘명예의 거리’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이름을 별 모양 플레이트에 새겨 기린 보도(sidewalk)다. 1960년 처음 조성된 이후 2700개가 넘는 스타의 동판이 설치돼 있다. ‘고 러닝 투어 LA(Go! Running Tour LA)’는 전문 러너이자 가이드와 함께 명예의 거리가 포함된 할리우드 인근 5~10㎞ 정도를 직접 달리며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세계적 음반사 ‘캐피톨 레코드’는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돌비 극장을 거쳐 TCL 차이니즈 극장 앞마당에 새겨진 배우 안성기와 이병헌의 핸드 프린팅도 볼 수 있다. 5명 이내 그룹 러닝 투어의 경우 약 45달러부터 시작한다.
1927년 문을 연 프리퍼드 호텔 & 리조트 소속 호텔 ‘더 할리우드 루즈벨트’에서의 숙박은 할리우드를 가장 확실하게 느끼는 방법일 것이다. 1929년 제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처음 개최된 장소이자, 매릴린 먼로를 비롯한 수많은 전설적인 스타들이 이곳에서 묵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위치 역시 돌비 극장과 바로 붙어 있는데다, TCL 차이니즈 극장이 건너편에 있어 할리우드 대로를 돌아보기엔 최적이다. 이 호텔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호텔 수영장 바닥 무늬를 현재 활동 중인 인기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렸기 때문이다.
LA 액티비티의 정점은 뭐니뭐니해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일 것이다. 모두 해본 결과 하이킹이나 러닝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일본 오사카나 싱가포르 등에도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지만, LA는 실제 영화 스튜디오 부지 위에 조성된 테마파크란 점에서 차별화된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스튜디오 투어에도 참여할 수 있다. 미국 인기 드라마인 ‘위기의 주부들’ ‘굿 플레이스’ 등의 촬영 현장 방문은 물론이고, 어떻게 홍수 장면을 촬영하는지, 지하철 사고 장면은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어른도 깜짝 놀랄 만큼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1일권이 약 109달러부터 시작한다.
영화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성과 호그스미드 마을을 재현한 공간에선 다시 이 책을 처음 읽던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했다. 이곳에선 누구나 마법사, 혹은 마법사 지망생이 된다. 곳곳에서 많은 이가 고가의 마법 지팡이를 사서 휘두르는 모습을 봤다. 상점 안 물건이 스르륵 움직이고, 지팡이 끝에서 불이 피어나니 어쩔 도리가 없다. ‘동심’이라 쓰고 ‘상술’이라 읽히는 걸 알면서도, 이 마을 곳곳에서 기자도 지갑을 열었다. 한 번쯤 알면서도 즐겁게 속아주는 것, 그게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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