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유승은 선수에게 에어매트 깔아주자
2026.04.04 04:30
국내 시설 부족해 사비 들여 해외로 떠나
이 대통령, 훈련 인프라 확충 약속 지키길
편집자주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뉴스룸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요즘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마다 챙겨보는 영상이 있다. 2026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유승은 선수가 공중에서 1440도를 회전한 뒤 눈 위에 착지하며 두 팔을 번쩍 올리는 장면이다. 까만 하늘 위로 흰색 보드와 하나가 된 채 유 선수가 네 바퀴를 도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열여덟 여고생은 세계에서 다섯 명 정도만 할 수 있다는 이 기술을 태어나 처음 올림픽 무대에서 시도했고 환상적으로 날았다. 그 결과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설상(雪上) 종목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동메달을 목에 걸고 그는 카메라 앞에서 당찬 목소리로 말한다. "안 무서웠어요.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 유 선수가 간절히 바라는 게 있으니 에어매트다. 점프, 회전 등 공중 동작을 연습하는 시설인데 눈이 없는 봄, 여름, 가을에도 맘껏 훈련이 가능하다. 특히 난도 높은 자세를 익히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는 에어매트가 없다. 일본에는 10개 이상 있는데 이것이 바로 스노보드 최강국이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도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2010년대부터 꾸준히 늘려왔다.
유 선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본 사이타마현의 에어매트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해마다 6개월 가까이 해외에 머물며 1억 원 넘는 비용을 쓴다고 했다. 유 선수와 동갑내기로 한국 설상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딴 최가온 선수도 대회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에는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이 있는데 한국에는 없어서 (이제)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현실이 될 순 없을까. 에어매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6,000~8,000㎡의 땅이 있어야 한다. 그 위에 뼈대 역할을 하는 구조물, 인조 슬로프, 부상을 막기 위한 매트 등을 놓는다. 이 공사에만 10억 원 가까이 든다. 대기업이나 금융권이 나서줬으면 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한 대기업 관계자는 "팀을 만들고 훈련비를 지원하는 것은 기업이 할 수 있지만 훈련 시설을 마련하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서다. 선수들이 시설 걱정 없이 원하는 시간에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게 꼼꼼하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를 민간에 맡기면 수익을 신경 써야 하고 유지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게 선수나 코치들의 생각이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이유다. 김수철 국가대표 감독은 이재명 대통령과 동계올림픽 선수단이 점심을 함께한 자리에서 "설상 종목은 상시 훈련이 가능한 국제 규격의 전용 슬로프 시설이 없어 매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실정"이라며 에어매트 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도 "여러분이 국민의 더 많은 관심 속에 응원받으며 국제 무대에 설 수 있게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며 "국제 규격을 충족하는 동계 종목 경기 시설을 비롯한 훈련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지금이 바로 그걸 할 때다. 앞날이 밝은 우리 선수들이 몇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낯선 음식 먹으며 힘든 시간 보내는 횟수를 줄여주자.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실력을 키우게 해주자. 그래야 그들이 더 멋진 기술을 선보이고 우리는 그걸 만끽할 수 있다. 또 스노보드 저변을 넓혀 제2, 제3의 유승은, 최가온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다져질 것이다. "돈 걱정 말고 10대를 행복하고 즐겁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유 선수 엄마의 말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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