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만과 편견’ 읽다가, 주인공과 연애상담
2026.04.03 04:34
해리포터 주인공과 대화 해외 챗봇
국내 쇼펜하우어 등과 문답 서비스
“독서 장벽 낮춰 긍정적” 평가 속
“해석-판단은 결국 독자 몫” 지적“다아시, ‘결혼할 사람’이란 확신은 언제 생기나요?”
“그 사람이 빠진 미래가 어색할 때입니다. 여행, 이사, 나이 든 모습…. 이런 장면들 속에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서 있다면, 이미 마음은 장기적인 동반자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지요.”
여기서 다아시는 누굴까.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남자 주인공을 떠올렸다면, 정답이다. 다만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 속 장면은 아니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미스터 다아시’와의 대화다. 해외 AI 스타트업이 개발한 캐릭터 기반 챗봇 서비스로, 다아시의 생각과 화법을 재현하도록 설계됐다.
최근 작중 인물의 생각과 화법을 AI 기술로 재현한 챗봇과 대화하며 책을 읽는 ‘AI 독서’가 현실이 되고 있다. 다아시는 물론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나 ‘마법천자문’ 손오공과도 대화할 수 있는 AI 챗봇이 등장했다. 심지어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와 인생 상담도 가능하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일단 직접 몸으로 부딪쳐 봤다.
● 소설 속 인물과 연애 상담
“한국어로 말해도 될까요?”
“낯선 음률이지만, 그대와의 대화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배우겠습니다.”
“당신은 엘리자베스에게 언제 확신을 가졌나요?”
“저는 늘 조건을 따지는 사람이었습니다. 가문, 평판, 이익. 그러나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저는 계산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소설에서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첫 청혼을 거절당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거절당하고 어떻게 다시 일어났나요?”
“다시 고백하기 위해 일어선 게 아닙니다. 그녀가 아니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그 결과로… 다시 기회가 온 것뿐입니다.”
AI라는 걸 아는데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지금까지 대화를 보면 래번클로일 수도 있겠어요. 질문 방식이 분석적이니까요. 다만 비밀스럽고 계획적인 면이 있다면… 슬리데린 교수님들이 관심을 가질지도 몰라요!”
● “결국 판단은 인간의 몫”
국내에서도 ‘밀리의서재’가 작가나 등장인물 말투를 구현한 ‘AI 페르소나 챗봇’을 운영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냉소적인 화법으로 답하는 챗봇이나 ‘마법천자문’ 손오공 챗봇 등이 대표적. 밀리의서재 측은 “쇼펜하우어의 특징을 강화하려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를 주요 텍스트로, 작가의 생애나 에피소드, 관련 인물 등이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책을 읽다가 궁금한 점도 AI에게 물어볼 수 있다. 플라톤의 ‘국가’와 관련해 “소크라테스가 묘사한 참주정의 특징”을 물어봤다. AI는 “시민의 재산을 강제로 한꺼번에 빼앗고, 납치해 노예로 삼는 등 폭력적이고 부도덕한 통치 형태”란 답변과 함께, 연관된 본문의 두 대목을 안내했다.
출판 전문가들은 이런 AI 대화를 어떻게 바라볼까.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풀 동영상을 ‘쇼츠’로 보는 리듬이 독서에도 적용된 것 같다”면서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처음부터 두꺼운 책으로 읽는 건 솔직히 쉽지 않다. ‘히스클리프(폭풍의 언덕 등장인물) 챗봇’ 채팅이 독서 장벽을 낮춰 준다면 나쁠 건 없다”고 했다.
다만 “히스클리프 챗봇과 대화했다고 ‘폭풍의 언덕’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완성된 전체로서의 텍스트가 있는데, 자칫하면 복잡한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AI 활용이 독서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지만, 해석과 판단은 독자 몫이란 조언도 나왔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AI가 엉뚱한 답을 줬을 때 잘못됐다는 걸 깨칠 수 있다면, 거기서 또 다른 상상을 시작할 수 있다”며 “AI가 정답을 줄 것이라 기대하기보단 계속 질문을 던지고 훈련시키며 필요한 것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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