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언제 끝날지 모른다"…李, 26조 추경으로 '중동發 파고' 넘을까
2026.04.02 17:15
李대통령, 5개월 만에 국회로 발걸음…여야에 '26조2000억원' 추경안 설득
與 "빚 없는 추경, 국민 지켜낼 방파제"…野 "위기 극복 아닌 재정 파탄 서막"
이번 사태 계기로 '장기적 전략' 촉구 목소리도…"에너지 의존 구조 혁신해야"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비상 상황에는 그야말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통과 설득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처럼 밝혔다. 추경안에는 고유가 파동에 따른 '피해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에너지 공급망 확보와 민생·청년 현안 대책 등이 포함됐다.
정치권에선 중동 전쟁으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분위기다. 다만 야권에선 1년도 안 돼 두 번이나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표(票)플리즘'이란 비판도 나온다.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 등 예산 편성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추진한 첫 추경으로부터 9개월, 같은 해 11월 본예산 시정연설을 한지 5개월만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들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위기' 키워드만 28번 언급하며 "긴 안목과 호흡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고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추경안이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고유가 부담 완화(10조1000억원) ▲소상공인 정책자금 등 민생안정 대책(2조8000억원) ▲산업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2조6000억원) 예산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청년 일자리 대책 ▲지방 재정 지원 관련 예산도 편성됐다고 밝혔다.
핵심인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에는 석유 최고가격제 운영 등 유류비와 교통비 절감 5조1000억원, 고유가 피해지원금 4조8000억원, 에너지 복지 예산 2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새로 마련해 고유가·고물가의 이중 부담을 겪는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드리겠다"며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600만 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 지역 우대원칙에 따라 1인당 기본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차등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소한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무상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확대하고, 소상공인 대상 3000억원 이상의 정책자금 추가공급 및 희망리턴패키지 지원 8000건 확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국비 4000억원 투입도 이뤄진다. 또 수출 바우처 지원 대상을 1만4000개 사로 확대하는 등 산업 현장에 필요한 2조6000억원 투입 계획도 마련했다.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등 지방의 투자재원 9조5000억원도 편성됐다.
李 추경 시정연설에 여야 반응은 '온도차'
이번 추경안을 놓고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필요한 결단을 내렸다고 호평하는 분위기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브리핑을 통해 "위기 앞에 결단으로 응답한 대통령 시정연설, '빚 없는 추경'으로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길을 분명히 밝혔다"며 "정부가 선제적 조치를 통해 위기를 예측이 아닌 현실로 직시하고 즉각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추경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고유가 부담 완화, 취약계층 보호, 소상공인 지원, 공급망 안정까지 포괄하며 국민 삶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대응책"이라며 "이번 추경은 선택지가 아니라 거센 파도 앞에서 국민을 지켜낼 든든한 방파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경안이 단 한 치의 지연 없이 통과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야권에선 위기 극복이 아닌 '재정 파탄'의 서막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전쟁 대응을 추경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해법은 보이지 않았고, 민생을 강조했으나 설계는 부실했다. 결국 남은 것은 '빚잔치 위의 말잔치'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쟁을 이유로 지출을 확대하면서도 전쟁이 가져올 경기 침체와 세수 감소 가능성은 외면한 채 성장률 전망만 끌어올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안에 대해서도 "소득 하위 70%에게 최대 60만 원을 주겠다는 발상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복합 위기 속에서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그 고통을 다시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악순환을 정부가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가 아니라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에 예산을 집중하는 '핀셋 지원'에 나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중동 리스크를 계기로 '에너지 불확실성' 고차방정식을 풀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시사저널에 "이란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도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 군사 안보 분야의 혼란 못지않게 세계 경제도 심각한 에너지 불안시대로 진입했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일시적인 단기적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 위기로 보고 에너지 의존 구조를 대폭 혁신하는 근본적 대응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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