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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신석기" 발언에 추락한 증시… 그래도 전쟁은 끝난다

2026.04.02 18:01

아시아권에 "에너지 안보 스스로 책임져라" 압박한 트럼프… 전쟁 끝나도 "호르무즈 리스크 계속" 전망도
 2026년 4월 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종전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곤두박질쳤다. 2일 오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이란을 신석기로 만들겠다"는 초강경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연일 이어지는 고유가와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에 지친 투자자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셀프 종전'을 선언하며 시장을 달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2~3주 내 이란에 집중 포화를 퍼붓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미션 종료"라더니... 전쟁, 아직 안 끝났다

"앞으로 2~3주간 이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그들을 신석기 시대로 돌려보낼 것이다. 이란에게 남은 협상 카드는 없다."

2일 대국민 연설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18분간 이어진 연설문은 전날 시장이 품었던 종전 기대를 무색하게 만드는 단어들로 채워졌다. 그는 현 상황을 "미션을 종료해가는 단계"라면서도, 그 해법을 종전 아닌 추가 공격을 통한 전쟁 승리에서 찾았다.

전날부터 시장은 '종전'을 기대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추가 공격이 없다는 보장이 있을 경우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넘게 오르며 장을 마감했던 것도 이런 기대감 덕분이었다.

하지만 기대는 하루 만에 꺾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으면서 코스피 지수는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전일 대비 1.33% 상승(5551.69포인트) 출발하며 기대를 모았던 코스피는 연설 내용이 끝난 오전 10시 20분경 하락 전환해 약 1.20% 하락한 5413포인트 부근에서 거래됐고 오후에는 그보다 하락폭을 키웠다. 결국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동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이후, 코스피는 5234.05포인트(전날 대비 4.47% 하락)로 장을 마감했다.

그래도 전쟁은 끝난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심의 변화'가 근거다. 표를 이기는 정치인은 없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지지율은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 캠퍼스의 의뢰로 지난 20~25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3%로 나타났다.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왕적 국정 운영을 규탄하는 이른바 '노 킹스(No Kings)' 시위도 갈수록 세를 키워가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 미국 전역에서는 총 3300여 건의 집회가 열린 것으로 집계됐다. 참여자 추정치만 800만 명. 시위대 측은 이번 시위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시위라고 주장했다.

민심 이반은 정치 지형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가 위치한 플로리다주 하원 87선거구에서 보선이 열렸는데 에밀리 그레고리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존 메이플스 후보를 꺾고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자, 지난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게 득표율 11%포인트 차이로 안정적 승리를 거머쥐었던 곳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높아진 유가, 답보하는 주가 등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원유, 주가를 콕 집어 언급한 이유다. "휘발유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한 건 이란이 상업용 탱크를 악의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라며 방어 논리를 댔다. 또 "약간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 며칠 주식시장은 호황을 보였다"며 "(전쟁에도 불구하고) 제 예상보다 많이 버텨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다면 원유가 떨어지고 주가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다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 전쟁에는 돈이 많이 든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첫 주에만 이미 110억 달러(약 16조5000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는 또 이번 전쟁 관련 예산으로 2000억 달러(약 300조 원)의 추가 예산을 백악관에 요청해둔 상태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출구전략을 강요받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공화당이 지방선거에서 대패하자 AI투자에서 민생지원으로 정책 노선을 바꿨던 것처럼 표심을 위한 증시, 시장 우호적 정책 선회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여부와 관계없이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전쟁 출구전략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쟁은 끝나도 '여파'는 계속된다... "고래 싸움에 아시아만 봉변"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에 화물선이 보이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많은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조언하고 싶다. 첫째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라. 두번째 용기를 내라. 호르무즈를 장악하고 여러분들 나라를 위해 이 해협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이란의 핵심 시설을 파괴했다. 그 다음은 여러분들에게 달려있다."

다만 종전이 이뤄져도 호르무즈 해협 개방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빠른 시일 내 전쟁을 끝내겠다면서도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직접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상황과 종전은 별개라는 것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 없이도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라며 "군사 행동과 협상을 병행하는 양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경우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혼란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양측이 협상 등을 통해 종전하게 되더라도 이번에 호르무즈 장악의 힘을 깨닫게 된 이란은 향후 반복적으로 이를 무력화하거나 유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도 적어도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은 더 이상 호르무즈와 중동 지역의 안전 보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미국,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아시아 국가들만 봉변을 당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번 전쟁의 여파로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안보와 자립 향상에 대한 필요성을 자극시켰던 것처럼 이번 사태로 그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며 "특히 에너지원 확보를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비 부담이나 정책적 지원 한계로 실질적 전환이 더뎠던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그 움직임이 보다 가팔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재생에너지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지금과 같은 경제 산업 구조를 그대로 방치하면 앞으로도 이런 지정학적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우리 국민 경제의 충격과 국민들의 고통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방향은 정해졌다.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느냐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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