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김관영 빠진 與 전북지사 경선판, 하룻밤 사이 '돌변'
2026.04.02 17:51
"회수했다' 해명에도…與 최고위, 만장일치 제명
민선 7기 송하진 이어 현역 전북지사 또 탈락
이원택·안호영 국회의원 간 2파전으로 재편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경선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이 1일 밤 식사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현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김관영 전북지사를 전격 제명하면서다.
제명은 당적을 박탈하는 최고 수위의 징계로, 유력주자인 김 지사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됐다. 4년 전 송하진 전 지사에 이어 현직 지사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또다시 탈락하면서 경선 지형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3파전이던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은 이제 이원택(군산·김제·부안을) 국회의원과 안호영(완주·진안·무주) 의원 간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유력주자' 김관영, 경선 문턱서 낙마
민주당은 이날 오후 9시쯤부터 40여 분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 지사에 대한 제명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2일 밝혔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금품 제공 정황이 명백히 파악됨에 따라 도덕적 기준을 엄격히 적용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30일 전북 전주시의 한 식당에서 비롯됐다. 김 지사는 당시 청년 당원 등과 식사하던 중 수행원의 배낭에서 5만원권을 꺼내 참석자들에게 대리운전비 명목으로 건넨 장면이 언론의 폐쇄회로(CCTV) 공개로 드러난 것이다.
문제의식을 느낀 김 지사는 전날 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15명가량에게 총 68만원을 건넸으나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다음 날 전액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현금이 오간 사실은 인정하되,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불법자금은 아니어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방어선을 친 것이다.
하지만 단호한 당의 칼날은 피해가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김 지사에 대한 제명과 함께 전북지사 경선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현금 제공 의혹과 관련 당이 윤리감찰에 착수한 지 채 12시간 만에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중에 회수했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북경찰청과 전북선관위는 수사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당의 전격적인 징계 조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김 지사의 계파 색깔은 친명(친이재명)계나 친청(친정청래)계 등 어느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무색무취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쳐 2022년 대선 직전 복당한 '비주류'다. 이처럼 친명계도, 친청계도 아니어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허약한 뒷배가 신속한 징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정가에선 줄곧 경쟁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여 온 김 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본선에 진출해 재선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당에서 돈봉투 제공이라는 돌발 사건이 생기자 이를 빌미로 김 지사를 날려버리고, 명·청 대결구도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정치 공학적 얘기도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김 지사의 심경에서도 감지된다. 김 지사는 당의 제명 결정 직후 낸 입장문에서 "가혹한 밤이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결정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청년들을 위한 선의에서 비롯된 일이었고 문제를 인지한 즉시 바로잡았으나 상황을 충분히 전할 기회조차 없이 당이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은 저를 광야로 내쳤지만 도민에 대한 책무를 버리지 않고 차분히 길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전주MBC·전북도민일보가 지난달 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2%포인트)에 따르면 김 지사의 지지율은 43%로, 이 의원(22%)과 안 의원(15%)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주류 '김관영 빠진' 與 경선…'친명 vs 친청' 대리전?
가장 유력한 주자였던 김 지사가 낙마하자 민주당 내 경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애초 이원택 의원과의 양자 대결이 예상됐으나, 여론조사 선두인 김 지사가 낙마하자 불출마가 유력했던 안호영 의원이 전북도의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출마를 공식화하고 상임위원장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은 이원택 의원과 안호영 의원의 2파전으로 급변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경선이 사실상 당내 '명·청 대결'의 대리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을 당 지도부 등과의 친소관계를 감안할 때 범친청계로, 안 의원은 친명계로 분류된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12월 초 이 의원의 출마 선언에 앞서 김제를 방문해 재래시장을 함께 돌았고, 박찬대 전 원내대표 등 친명계 인사들은 안 의원의 팬클럽 '호영호재' 발대식에 대거 참석해 지지와 지원을 표명했었다.
마지막 변수는…본선 대진표도 '지각변동'
지역 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년 전 송하진 전 지사의 컷오프에 이어 또다시 현직 지사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전북지사 경선 판세는 완전히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김 지사의 무소속 출마 여부가 최대 변수다. 불출마의 경우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려왔던 김 지사의 지지층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본선 대진표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재 전북도지사 후보군으로 국민의힘 김광종 예비후보(전 우석대학교 기획부처장)와 진보당 백승재 예비후보(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북본부장)가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조국혁신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을 향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사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 직격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 어떤 인물을 도백 후보로 내세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최근 여론조사에 전북도지사 후보군으로 양정무 현 국민의힘 전주갑 당협위원장, 김성수 현 세무사 김성수사무소 대표, 김형찬 목사 등이 물망에 올라 이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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