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하고 이사회 손질…주총 표 대결 이끈 행동주의 펀드, 성과는
2026.04.02 14:04
개정 상법이 깔아준 무대…내년 주총 주주권익 제고 본게임 시작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행동주의 펀드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기업의 자사주 소각과 이사회 진출 등의 성과를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주총 문턱서 안건이 부결되는 사례도 속출했지만 단순히 배당 확대를 요구하던 수준에서 진화해 기업 거버넌스를 정조준하고 저변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종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주주로 참여한 주요 상장사 주총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은 클라우드 전문 정보통신(IT) 기업 가비아에서 이사회 2석을 확보했다. 동시에 '이사 보상체계 공개'라는 권고적 주주제안도 가결됐다. 회사 측이 안건 상정을 거부했으나 얼라인파트너스가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받아낸 결과다.
시가총액 11조원이 넘는 DB손해보험 주총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민수아 후보가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철옹성'으로 불리던 대형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저변을 확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2연승을 거뒀지만 코웨이와 에이플러스에셋 주총에서는 주주제안 안건이 부결되며 판정패했다. 얼라인파트너스 측 코웨이 사외이사 후보자가 표 대결에 밀려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고 에이플러스에셋은 얼라인파트너스의 사외이사 추천과 정관 변경 등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치과용 의료기기 전문 기업 덴티움 주총에서는 덴티움 측 정관변경 안건과 얼라인파트너스 측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되며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다. 다만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사 보수한도 주주제안이 6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상장사 주총에서 위임장 대결을 통해 이사보수한도 주주제안이 통과되는 성과를 거뒀다. 덴티움의 경영진 보상이 투명하지 않고 성과 및 주주가치와 충분히 연동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주주들의 공감대가 명확히 확인된 결과"라며 "덴티움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주주들의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얼라인파트너스를 제외한 다른 행동주의 펀드들은 비교적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태광산업에 자진 상장폐지를 요구할 정도로 공세 수위를 높였던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의 주주제안도 대부분 부결됐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31일 열린 주총에서 트러스톤이 제안한 안건 가운데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의 건'만 가결되고 나머지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러스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윤상녕 변호사는 찬성률 49.8%로, 대주주 측과의 격차는 단 0.3%에 불과했다.
트러스톤은 자사주 소각 등 기업들의 태도 전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KCC 지분 1.88%를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톤은 KCC에 4조9000억원에 달하는 삼성물산 주식을 유동화하고, 발행주식의 17.2%에 이르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것을 요구해왔다. KCC는 지난달 16일 트러스톤의 조건을 수용하면서 합의에 도달했다.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도 LG화학에 제안한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됐지만 소수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팰리서캐피탈은 두 안건에 대한 소수주주의 찬성률이 각각 56%, 42%였다며 LG화학의 2대 주주 국민연금공단을 제외할 경우 이 수치가 71%와 53%로 더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가 내년 3월 주총에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본다. 올해 주총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규정한 1차 상법 개정안을 무기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예고전을 벌였다면 내년 주총에서는 강화된 '3% 룰' 시행 등 더 날카로워진 무기를 갖고 본격적인 본게임을 벌일 거란 관측이다.
7월부터 상장사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합산해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9월부터는 대규모 상장사가 의무로 3% 룰을 적용해 분리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 수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게 된다.
대다수 기업은 올해 주총에서 이 같은 상법 개정을 반영해 정관을 고쳤다. 이번에 바꾼 정관이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무대가 내년 주총인데, 행동주의 펀드 등 경쟁하는 주주가 있는 경우 이사 후보가 얼마나 선임되느냐가 쟁점이 될 거란 분석이다.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3%룰 시행과 저PBR 기업 명단 공개 등 기업가치제고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내년 주총 때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무대가 넓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소수주주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결집하는 본게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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