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날 1년…미국은 다시 위대해졌나 [세상읽기]
2026.04.02 05:02
장영욱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 해방의 날’을 선포했다. 트럼프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은 그간 “친구들과 적들에 의해 약탈당하고 갈취당해”왔다. 이를 바로잡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트럼프가 꺼내 든 카드는 상호관세였다. 동맹국은 물론 지도에서 찾기도 어려운 섬나라까지 관세를 매겼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트럼프의 해방은 실현됐을까.
몇가지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미국은 그럭저럭 선방해왔다. 2025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1%로 선진국 가운데 제일 높은 축에 속했다. 주식시장은 잠시 흔들리다가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지금은 주요 주가지수가 1년 전보다 10~20% 높아졌다. 물가상승률도 1년간 크게 오르지 않은 채 2% 중반대에서 안정됐고, 실업률 역시 4%대로 낮게 유지됐다. 트럼프가 약속한 위대한 미국까지는 모르겠지만, 다수 경제학자가 예상했던 경제위기는 실현되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지표들이 트럼프식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진 않는다. 우선 트럼프의 으름장과 달리 실제로 부과된 관세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경제학자 기타 고피나트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해방의 날 즈음 32.5%로 최고점을 찍은 법정 관세율은 이후 협상과 조정을 거치며 25% 수준으로 낮아졌다. 또한 각종 유예와 면제, 예외 조항 때문에 실제 관세율은 14% 정도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난 2월 미국 대법원 판결로 상호관세가 무효화되고 더 낮은 관세로 대체되면서 관세율이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관세의 대부분을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엔 관세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 취임 전보다 관세율이 올라간 건 사실인데, 관세 부과가 의도된 효과를 냈는지는 미지수다. 해방의 날에 트럼프는 무역적자 해소, 국가 재정 수입 확보, 제조업 보호를 관세 부과의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2025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1조2400억달러로 2024년(1조2150억달러)보다 오히려 조금 늘었다. 관세 수입은 전해보다 2천억달러 이상 증가해 국가 재정에 어느 정도 기여했으나, 상호관세 무효 판결로 그중 상당수를 돌려줘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다른 세수가 감소하고 전쟁으로 지출이 늘어 재정적자 해소는 요원해졌다. 제조업 보호도 실현되지 않았다. 인공지능 대체로 노동 수요가 줄고, 이민자 추방으로 공급도 줄면서 제조업 일자리는 해방의 날 이후 계속해서 감소했다. 관세로 인해 중간재 수입 가격이 올라가면서 제조업 생산도 타격을 입었다.
미국 경제가 그럭저럭 선방한 것은 관세가 아니라 미국이 가진 구조적 강점 덕분이었다. 미국은 인공지능, 바이오, 에너지 등 핵심 산업에서 주도권을 지녔고, 달러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금융시장 우위로 투자 유치와 주가 방어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서 강력한 구매력은 무역 상대국이 다른 나라로 수출을 돌리기 어렵게 한다. 트럼프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그의 변덕스러운 정책에서 미국 경제를 지킨 건 미국이 구축해놓은 세계 경제질서였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무기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체제 경쟁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수시로 압박하고, 참모들과 상의했는지 의심이 드는 정책을 소셜미디어에 가볍게 적었다가 금세 철회하며, 경제와 안보의 주요 문제들을 동맹국과 조율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자주 역풍을 맞는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데, 그사이 트럼프 주변의 누군가가 돈을 벌었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가 들려온다.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주요 무역상대국들은 대체 수요처를 찾기 시작했다. 미국이 자초하고 있는 ‘미국 없는 세계 경제’는 결코 미국에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해방의 날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미국이 다시 위대해졌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과거의 영광이 위기의 미국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화의 부작용을 바로잡는 것부터 중동의 평화를 지키는 것까지, 미국이 홀로 감당할 수 있는 과제는 없다. 진정한 해방은 고립이 아니라 연결에서 나온다는 점이, 해방의 날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미국이 세계에 주는 교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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