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서 실수로 1500원 과자값 빠뜨렸는데 '절도'?…헌재 판단은
2026.01.06 20:24
[서울경제]
무인매장에서 1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실수로 결제하지 않은 재수생에게 내려진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헌재는 “절취의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김모씨가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해당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청구인에게 절도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다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절도죄 성립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수사 미진과 증거 판단의 잘못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7월 24일 밤 발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학원에 다니던 김씨는 밤 10시 32분쯤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아이스크림 4개와 과자 1봉지를 골랐다. 그러나 무인 계산대에서 아이스크림 4개와 비닐봉지 값 3050원만 결제한 채 1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는 계산하지 않은 채 매장을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냉동고 위에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꺼내 올려두고 다시 넣지 않았다. 점포 주인은 과자 미결제와 아이스크림 손실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수사 과정에서 매장 주인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만 원을 지급했고 점포 측은 합의서를 제출하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부주의로 결제를 누락했다”고 진술했으며 이전에 절도 전력이나 형사처벌 이력은 없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김씨의 행위를 범죄로 판단했다.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지만 총 2300원 상당의 물품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헌재의 판단은 달랐다. 헌재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근거로 김씨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물건을 고르고 자신의 명의 체크카드로 일부 상품을 정상 결제한 점 등을 들어 “과자만을 의도적으로 절취하려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김씨가 매장 내에서 수차례 휴대전화를 확인한 점을 문제 삼았다. 결제 내역 문자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과자를 추가 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의가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음악을 바꾸거나 다른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확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는 사정만으로 절취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이른바 ‘제2의 초코파이 사태’라는 논란도 불러왔다. 앞서 검찰은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1050원 상당의 초코파이를 먹은 하청업체 직원을 절도 혐의로 기소해 과잉처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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