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전
베이글코드, 7일 만에 완성작 124개… 생산성 대폭발 비결은?
2026.04.02 06:01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자리한 모바일 게임사 베이글코드 사무실은 직원들의 열기로 한껏 데워져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사내 게임 개발 대회 ‘게임잼(GameJam)’과 ‘AI 퍼스트 페어(First Fair)’를 잇따라 열어 스스로도 놀랄 만한 결과표를 받았다.
대회 기간 7일 동안 완성된 모바일 게임은 124개. 3년 전 같은 행사에서 완성작이 9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도약에 가까운 생산성 향상이었다.
대회 준비 기간은 60일에서 7일로 줄었고 참가팀은 10개에서 124개로 늘었다. 최종 우수작은 심사위원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앱스토어에 출시한 후 사용자의 재방문율로 결정한다.
베이글코드는 설립 14년 차의 중견 게임개발사다. 카지노에서 즐기는 놀이를 모바일로 옮긴 게임이 성공을 거두며 2025년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김준영 공동대표와 임직원들을 만나 폭발적인 생산성의 비결을 물었다.
AI 제작 엔진 배포... 개인 참가자 크게 늘어
“2023년 11월 챗GPT가 처음 나온 이후로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변화를 직감했고 그 기회는 찰나처럼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김준영 대표의 말이다. 베이글코드는 곧바로 자체 AI 기반 게임 제작 엔진 ‘게임베이커리(GameBakery.ai)’ 개발에 착수했다. 동시에 직원들이 다양한 AI 도구를 토큰 소모량 걱정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이번 대회에서 완성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는 지난 2년간 개발해온 게임베이커리의 첫 배포와 직원들의 AI 리터러시 향상이 상승 작용을 일으킨 덕분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손하영 데이터사이언티스트는 “연금술사가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신무기를 만드는 게임을 제작했는데, 재료 조합 데이터베이스를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유정 홍보실장은 “3년 전만 해도 개인 참가자는 한 명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참가자의 88%가 개인이었다”며 “한 명의 구성원이 과거 팀 단위로 수행하던 일을 처리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사스포칼립스’
김준영 대표가 주재하는 ‘AI 퍼스트 회의’는 일주일에 네다섯 번 열린다. 처음에는 AI 관련 부서만 참여하는 회의였지만, 이제는 직원 누구나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회의로 확장됐다.
기자가 참관한 회의에서는 AI랩팀이 개발한 프로젝트 관리 도구 ‘투두스(ToDos)’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기존 협업 도구인 ‘지라(Jira,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프로젝트 관리 및 이슈 추적을 위한 협업 도구)’는 수작업 입력이 많습니다. 게임 생산성이 급격히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게임 이력을 관리할 수 없어 ‘투두스’라는 도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저희 팀은 AI랩팀이 개발한 투두스의 코드 일부를 팀 사정에 맞게 수정해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티스트들이 모인 팀인만큼 UI(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더 직관적이고 컬러풀하게 바꿨습니다.”
미국 월가에서 제기되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 기존 서비스 기반 소프트웨어가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는 과장이 아니었다. 현장에서는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쓰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었다.
빅 테크가 다 만들어 버리면?
기자는 “오픈AI나 구글 같은 빅테크가 관련 기능을 업데이트해버리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빅테크가 AI 서비스의 기능을 업데이트하면 수십 개의 스타트업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있다.
김준영 대표는 “실제로 우리가 그런 일을 수없이 경험했다”면서 “챗GPT 3.5 시절, 직접 개발한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비롯한 각종 도구가 지금은 쓸모를 다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래도 선행 연구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능을 ‘사용’하는 조직과 그 기능이 왜 필요한지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들어본’ 조직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 그는 “빅테크가 모든 기능을 다 만들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영역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그런 점에서 2026년은 게임 개발사가 격차를 벌려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AI는 속도, 방향을 정하는 건 사람
베이글코드가 2년간 AI 전환을 추진하며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AI는 어디까지나 ‘가속기’이며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이다. 방향성이 없는 AI는 운전대를 놓은 슈퍼카처럼 통제되지 않은 채 질주해 버린다.
베이글코드가 2023년부터 게임잼과 같은 사내 해커톤을 매년 개최하는 이유도 모든 구성원이 새로운 기술을 자유롭게 실험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커톤에서 발굴된 프로젝트는 이후 추가 개발로 이어지며 실제 업무에 반영된다.
이제 베이글코드의 사내 코드 생산량은 하루 10건 수준에서 100~200건으로 급증했다. 사람의 손만으로 코드를 관리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여기에 게임 개발에 먼저 적용한 AI 엔진 ‘게임베이커리’를 마케팅과 운영 등 전사로 확대 적용되면, 코드 생산 속도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베이글코드는 차제에 업무 환경도 재설계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모든 직원에게 맥미니(Mac mini)를 지급해, 각자 하나 이상의 에이전트를 운용하는 ‘1인 AI 에이전트’ 업무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맥미니는 본체만 있는 초소형 데스크톱이다. 최근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오픈클로(OpenClaw)’가 유행하면서 이 장비도 인기를 끌었다.
직원들은 메시지와 메일 정리, 반복적인 데이터 가공 같은 작업을 에이전트에 맡기고 더 중요한 판단과 기획에 집중하는 방식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베이글코드에서 AI는 더 이상 선언이나 구호가 아니었다. 직접 만들고 고쳐 쓰고 업무에 녹여내는 실무의 언어였다.
김준영 대표는 “게임은 기획, 아트, 개발, 데이터, 운영, 고객 대응까지 전 과정이 연결된 종합 예술”이라며 “각 분야의 깊은 도메인 지식(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AI로 증강되고 서로 시너지를 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 낼 해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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