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찐오빠’ ‘전세계’ ‘sunday’… 박왕열, 감옥서 1인 3역하며 마약 거래
2026.04.02 05:01
소속 범죄 조직은 ‘월드와이드 패밀리(worldwide family)’, 텔레그램 닉네임은 ‘전세계’, ‘선데이(sunday)’, ‘찐오빠’....
필리핀에서 강제 송환돼 구속된 ‘마약왕’ 박왕열(48)은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면서 공범들을 활용해 한국에서 마약 거래 범행을 벌였다. 본지가 1일 확보한 박왕열의 공범 최모씨의 1·2·3심 판결문에는 박이 왜 ‘마약왕’으로 불렸는지를 뒷받침하는 범행 양태가 상세히 담겼다. 박은 여러 개의 텔레그램 계정으로 1인 다역을 하며, ‘밀반입→운반→은닉→수거’ 등 단계별로 공범들을 점조직 형태로 가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2024년 7월 26일, 마카오·필리핀 등지의 카지노에서 환전상으로 활동하던 최씨는 박왕열의 조카 이모씨의 소개로 박을 만났다. 박이 수감된 필리핀 민도로섬 사블라얀 교도소에서였다. 그 자리에서 최씨는 “투자금 8억원이 묶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죽고 싶다”고 하소연했고, 박은 “목숨 걸고 번 돈을 한 번 본 분께 줄 수는 없지 않느냐. 대신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박은 ‘월드와이드 패밀리’라는 다국적 마약 조직에 소속돼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 구한 마약을 한국에 내다 팔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가 찾아왔을 무렵, 박은 미리 한국에 밀반입해 둔 약 3㎏(3억790만원 상당)을 유통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 박은 국내 운반책으로 최씨를 활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때부터 박은 매일 밤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며 최씨를 꼬드겼다. 필리핀 교도소에선 돈만 있으면 휴대전화도 쓸 수 있었다.
“2~3년 일해서 5억~6억 벌어 빚 갚으면 돼요.” “저도 약이 뭔지도 모르고 팔았는데 수십 년 한 사람들 다 제치고 이 바닥 1등을 했어요.” “한두 달만 하면 일어설 수 있어요. 몇 달 안에 독립 가능하십니다.”
앞서 박왕열은 조카 이씨를 통해 운반책 A씨에게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서 쥐색 여행용 가방 하나를 받아 와 부산으로 옮겨 놓으라고 지시했다. 최씨를 만나기 나흘 전인 7월 22일 이미 여행용 가방은 부산에 도착했고, 그 속에는 백반(白礬)으로 위장한 필로폰이 들어 있었다. 부산에 도착한 가방은 박의 친구 어머니가 받아, 고속버스 택배, 퀵서비스 편으로 서울을 거쳐 경기 의정부시로 보냈다.
며칠 뒤 의정부에선 운반책 B씨가 가방을 받았고, 그 속에서 검정색 비닐에 싸인 필로폰만 꺼내 의정부 시내에 있는 한 사우나 옷장에 숨겼다. 박에게 지시받은 대로 옷장 열쇠는 그대로 꽂아두고 나왔다.
최씨가 필리핀에서 박왕열을 만나고 한국에 입국한 것은 8월 5일. 최씨는 박의 지시대로 곧장 의정부로 향했다. 당시 최씨는 박에게 “회장님 걱정 마세요. 최대한 안전하게 처리한 뒤 뵈러 가고 싶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튿날 최씨는 사우나 사물함에서 B씨가 숨겨둔 필로폰을 수거했다. 그러나 건물에서 빠져나오다가 잠복해 있던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박의 지시는 대부분 텔레그램으로 이뤄졌다. 박은 텔레그램 닉네임으로 ‘전세계’ ‘선데이’ ‘찐오빠’ 등 3~4개를 돌려가며 썼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마약 운반 과정에서 운반책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이나 대금을 횡령하는 등 ‘배달 사고’를 내지 않도록 했다”며 “점조직 형태를 유지해 전달 과정 중 누군가 수사기관에 적발되더라도 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같은 해 6월, 박왕열은 또 한 차례 마약을 한국으로 들여왔다. 이번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P씨를 운반책으로 썼다. P씨는 필리핀의 한 호텔에서 박의 공범에게서 커피 봉투에 담긴 필로폰 약 1480g(1억4800만원 상당)을 받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공항 화장실에서 박이 지정해 준 사람에게 필로폰을 전달하고 그 대가로 약 200만원을 받았다. 군 복무 중 지적장애와 적응장애로 판명돼 조기 전역한 P씨는 작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박왕열은 악명 높은 ‘마약왕’이지만 마약 범죄로 수사받거나 재판받은 적은 없다. 한국에서 생(生)참치 유통 사업을 하다가 사기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게 전부다. 필리핀에서도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60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지난달 25일 강제 소환된 박은 처음으로 경찰에서 마약 혐의와 관련해 조사받고 있다. 박은 필로폰 약 4.9㎏과 엑스터시 4500여 정 등 시가 30억원 상당의 마약을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고, 공범만 23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커피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