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종전’ 시사했지만, 에너지 위기는 지금부터다
2026.04.02 01:31
만성적 고유가, 원자재 수급 우려 커
공급망·에너지전략 혁신 서둘러야
중동 전쟁이 종전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동시다발로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우리는 아주 곧 떠날 것”이라면서 군사작전 종료 시점을 2~3주 이내로 예상했다. 한국시간으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란에서도 종전 언급이 나오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모색한다”고 했다. 어떤 방식이든, 중동 전쟁의 끝맺음은 한 달이 넘도록 우리 경제를 옥죄던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큰 변화다. 그래서 금융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주가지수는 급등했고,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말끔한 종결이 아닐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와 무관하게 전쟁을 끝낼 수 있음을 드러냈다. 항행 안전과 원유 공급에 대해서 관련국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떠넘길 수 있다. 이미 ‘이용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을 열면 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란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고속도로 요금소’처럼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에 선박 한 척당 200만 달러(약 30억원)를 받고 통과시켜주기도 했다. 이란 언론은 연간 통행료 수입으로 1000억 달러(약 150조원)를 거둬들일 것으로 추산했다. 통행료 부과·징수가 현실화하면 중동산 원유의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진다. 만성적인 고유가가 새로운 기준인 시대가 오는 것이다. 여기에다 중동 지역 에너지 시설은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에너지 자원뿐 아니라 비료·헬륨가스 등 핵심 원자재 공급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에너지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경제는 두 번의 오일쇼크를 견뎌냈지만, 힘들게 얻은 교훈을 현실로 만들지 못했다. 여전히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 안팎에 이른다. 지리적 접근성, 국내 정유설비와의 적합성 등을 이유로 과도한 의존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국가 에너지 전략이 허술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에너지 공급망과 전략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당장은 경제성보다 공급 안정성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정부는 관세 인하 등 세제 혜택과 운송비 보전 같은 수단을 총동원해서 중질유 생산국인 캐나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또한 정유설비 체질 개선을 병행해 ‘중질유 리스크’를 걷어내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에너지 믹스, 에너지 소비 구조 개편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에너지는 국가 생존, 경제안보와 직결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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