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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50년, 이상과 현실의 투쟁] 영토 두 배 넓힌 제퍼슨… 개척·매입·전쟁으로 미국은 성장했다

2026.04.01 23:32

⑥19세기 초 과감한 영토 확장

미시시피강 서부의 광활한 땅
佛에 1500만 달러 주고 매입
재무장관 반대·위헌에도 결단
의회도 국익 앞에서 의견 일치
트럼프 “그린란드 매입”의 뿌리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제퍼슨 기념관 내부에 세워진 토머스 제퍼슨 동상. 동상 뒤편으로는 “인간의 정신에 대한 모든 형태의 전제 정치에 대해 영원한 적대감을 맹세한다”며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한 그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은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았다. 1776년 독립 이후 미국의 영토는 약 11배 확대됐고 인구는 135배 폭증했다. 세계 제1 경제력을 갖춘 건 100년 전이다. 영국인들이 세운 식민지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기적을 이뤘을까? 미국과 세계가 중대한 변곡점에 선 지금이야말로 그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편집자 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호불호가 이토록 극명하게 갈리는 정치 지도자는 드물다. 그의 존재감과 스타일은 오랜 세월 우리가 본 미국 대통령들과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거침없고 솔직한 게 장점이지만, 때로는 무례하고 종잡을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의 위상과 영향력을 고려하면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영토와 관련된 문제에서 그의 발언은 더 두드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캐나다에는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라”고 했다. 파나마를 위협해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거했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상의도 없이 가자지구에 대한 낙관적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그린란드 매입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황당하다’를 뛰어넘어 싸늘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는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은 본래 개척과 매입, 전쟁을 통해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해 왔다. 트럼프는 그 역사를 오랜만에 소환한 것뿐이다.

토머스 제퍼슨 초상화 /위키피디아


이런 영토 확장의 시작이자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재임 1801~1809)의 루이지애나 매입이었다. 그는 임기 초기에 미시시피강 이용 문제와 강 너머의 서부 개척을 중점 과제로 삼았다. 당시 미국 영토의 서쪽 경계를 이루며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미시시피강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었다. 제퍼슨을 비롯해 많은 미국인은 미시시피강 너머 서부 지역을 지나 태평양으로 향하는 꿈을 꾸었다. 그곳은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유럽인들에게도 미지의 땅이었다. 다만 캐나다를 통해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영국이 모피 무역을 장악하며 막대한 이익을 독점하고 있었다. 미국은 그 무역에 참여할 기회를 엿봤다.

원래 프랑스가 개척해 소유하던 광활한 미시시피강 유역은 7년 전쟁(1756~1763) 이후 영국과 스페인으로 분할됐다. 미국 독립 후 영국이 차지하던 땅은 미국으로 귀속됐다. 국력이 쇠퇴한 스페인은 신생 국가 미국에도 큰 위협이 아니었다.

국제 정세가 급변한 건 프랑스에서 나폴레옹(1769~1821)이라는 탁월한 리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1799년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나폴레옹은 세계 제국 프랑스의 재건을 꿈꾸기 시작했다. 리슐리외와 루이 14세 사후 오랜 세월 사라진 대망(大望)이었다. 나폴레옹은 1단계로 무기력한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4세(재위 1788~1808)를 압박해 스페인령 루이지애나를 돌려받았다.


이 소식에 미국은 긴장했다. 프랑스의 국력은 기울어져 가는 스페인과 달랐기 때문이다. 젊고 출중하며 야망에 불타는 나폴레옹이 리더라면 미국에 실존적 위협이 될 게 확실했다. 그러나 당장은 미국인들이 미시시피강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했다. 제퍼슨은 우선 프랑스 공사 로버트 리빙스턴에게 문제 해결을 지시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제퍼슨은 제임스 먼로를 전권 대사로 임명해 파리로 파견했다.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바로 그 먼로다.

상황은 그가 파리에 도착하기 하루 전 다시 극적으로 변했다. 1803년 4월 11일, 나폴레옹이 외무장관 탈레랑을 통해 리빙스턴에게 루이지애나 전체를 미국에 매각하겠다는 기습 제안을 한 것이다. 나폴레옹의 마음이 바뀐 중요한 이유는 다가올 영국과의 충돌이었다. 영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여겼던 나폴레옹에게는 군대와 돈을 분산시킬 여력이 없었다. 타고난 전략가답게 그는 신대륙 식민 제국의 꿈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미국과 우호 관계를 맺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리빙스턴과 먼로는 당황했다. 그들에겐 루이지애나 매입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속한 협상 끝에 양측은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1500만달러에 루이지애나를 매입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제퍼슨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다. 루이지애나는 오늘날 미시시피강 서쪽 13개주에 걸쳐 있을 만큼 넓다. 그 결과 미국의 영토는 단숨에 두 배로 늘어났다.

Jefferson Memorial at night.


루이지애나 매입계약이 체결됐지만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반대의 목소리를 낸 건 재무장관 갤러틴이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거금인 1500만달러를 마련하려면 ‘국채를 뿌리 뽑고 연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을 방지하겠다’는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폐기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제퍼슨은 동요하지 않았다. 안절부절하는 재무장관에게 “회계장부만 보지 말고 이 계약으로 서부의 지평선이 어떻게 넓어질지 상상해보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의 스케일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헌법에 있었다. 당시 미국 헌법에는 연방정부가 외국 영토를 매입할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퍼슨은 평생 헌법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정부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신조에 따른다면 루이지애나 매입은 위헌적 행동이었다. 하지만 제퍼슨은 양심의 가책을 무시하고 신생 미국의 국익과 미래를 위해 결단했다. 그가 우려했던 의회 역시 루이지애나 매입을 조용히 승인함으로써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 국익 앞에서는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던 것이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국경을 확장하기 시작해 초강대국 반열에 올랐다. 오늘날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아주 오랜만에 노골적으로 영토 변경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 결국 미래에 미국의 국경은 그들의 국익과 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우리는 그 변화를 냉철하게 직시하며 국익과 역량을 더욱 단단히 준비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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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쓴 묘비명

감투와 치적 없어

독립·종교의 자유·교육을 강조

토머스 제퍼슨의 묘비 /게티이미지뱅크

토머스 제퍼슨은 묘비명을 스스로 썼다. 그의 무덤은 생가인 버지니아주 샤를로츠빌에서 조금 떨어진 몬티첼로(Monticello)의 가족묘지에 있다. 묘비엔 이렇게 적혀 있다.

‘여기 토마스 제퍼슨 잠들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저자이며, 버지니아 종교자유법안의 저자이고, 버지니아 대학의 아버지다.’

제퍼슨은 그 시대에 미국이 제공하는 모든 중요한 권좌에 앉아본 사람이다. 연방정부에서는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프랑스 대사를 지냈다. 주정부에서는 주지사, 하원의원, 2차 대륙회의 대표였다. 그러나 묘비명 어디에도 그런 감투에 대한 언급은 없다. 가장 큰 치적으로 인정받는 루이지애나 매입에 대한 자랑도 없다. 오직 독립, 종교의 자유, 교육에 대한 기여만이 기록돼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업적이었던 것이다.

제퍼슨의 묘비명을 떠올릴 때마다 고위관직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당신들은 지금 그 자리에서 무엇을 남기고 있느냐고. 혹시 존경하지도 않는 국민과 스스로도 믿지 않는 신념을 내세우며 권력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역사는 비정하다. 그런 권력자들은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손가락질 받고 잊혀진다. 문제는 그런 권력자가 많은 나라일수록 국민이 고통받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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