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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첫 외부 CEO 영입한 세븐일레븐 왜?

2026.04.01 21:01

편의점은 ‘부동산 사업’인데…IT가 답 될까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수장이 깜짝 교체돼, 배경을 두고 업계 관심이 쏠린다. 상미당홀딩스(옛 SPC그룹) IT 계열사 섹타나인의 김대일 대표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1988년 코리아세븐 설립 이후 38년간 이어온 ‘순혈주의’를 깨고,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강한 인적 쇄신 의지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단, 오프라인 중심 편의점 사업 특성상 IT 전문가의 경영 혁신 성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회의론도 대두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수장이 깜짝 교체돼 배경을 두고 업계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뉴웨이브 한양대프라자점. (코리아세븐 제공)
정기 인사 4개월 만에 깜짝 교체

“김대일 대표, 장고 끝에 수락”

코리아세븐의 이번 수장 교체는 여러모로 이례적이란 평가다. 우선 지난해 11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지 4개월 만에 이뤄진 ‘원포인트 인사’다. 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인사 발표 하루 전인 3월 23일 긴급하게 임원 회의를 소집하고 대표 교체를 사내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즉, 대부분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인사였단 얘기다. 신임 대표를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김홍철 대표의 퇴임식을 열고 속전속결로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런 배경에서 제기되는 가설은 두 가지다. 김홍철 대표의 후임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거나, 지난해 실적이 어닝 쇼크 수준으로 매우 안 좋았거나다. 매경이코노미 취재를 종합하면 둘 다 영향이 있고, 특히 전자에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다. 김대일 대표의 장고(長考)로 인사가 지연됐다가 뒤늦은 수락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전언이다.

여기에는 코리아세븐 설립 이래 38년 만의 첫 외부 인재 수혈이란 변수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간 코리아세븐 대표는 문병혁 동화산업 회장의 차남인 문용준 초대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영입됐다. 특히,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담당한 최경호 전 대표는 코리아세븐 평사원 출신으로, 첫 내부 발탁 인사여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2022년 한국미니스톱 인수 후 실적은 지속 악화했다. 회사는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그룹에서 인사 혁신 업무를 담당하던 김홍철 대표도 세웠지만 하락세는 이어졌다. 코리아세븐에서 내부 승진을 시키고, 그룹 혁신 인재를 투입해도 백약이 무효하자 사상 첫 외부 인사 수혈이란 ‘극약 처방’에 나선 것이다.

2년 3개월 만에 물러나는 김홍철 대표는 21년 만의 ‘최단기 퇴임’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 대표의 전임인 소진세, 정승인, 최경호 전 대표의 재임 기간은 각각 4년, 6년, 4년이었다.

김대일 코리아세븐 신임 대표(코리아세븐 제공)
‘큰 그림’ 그리는 전략통

라인·상미당서 신사업 개발 앞장

이제 업계 관심은 김대일 신임 대표에게로 쏠린다. 그는 과연 위기에 빠진 코리아세븐을 혁신해서 회생시킬 수 있을까.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먼저 김 대표의 화려한 이력과 전략가로서의 면모는 기대를 모으는 요인이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베인앤드컴퍼니, AT커니 등 컨설팅 회사에서 15년간 근무했다. 이후 네이버 라인에서 5년간 아시아지역 사업개발, 인도네시아 법인 대표를 역임한 뒤, 3년간 태국 CP그룹의 핀테크 기업인 어센드머니(Ascend Money)의 해외사업 총괄대표를 맡았다. 2023년 7월 상미당홀딩스(옛 SPC그룹)의 IT 서비스 및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인 섹타나인의 대표로 선임돼 신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어센드머니가 태국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동남아 최대 기업인 CP그룹의 계열사인 점, 프랜차이즈를 주력으로 하는 상미당홀딩스 계열사 대표 출신이란 점 등은 가맹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코리아세븐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전략과 핀테크·IT 분야 전문가로서 국내외 다양한 사업 경험을 갖춘 추진형 경영자(리더)로 평가받고 있다”라며 “국내외를 막론한 다방면의 사업 리더 경험을 토대로 공고한 내실 경영 체계 구축과 함께 편의점 미래 추진 사업의 방향 설계, 디지털 테크 혁신(퀵커머스, AI) 등 편의점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김대일 대표와 섹타나인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컨설턴트 출신답게 큰 그림 위주로 보는 전략가다. 직원들의 아이디어 제안이나 보고서에도 가급적 격려해주고 디테일까지 세세히 관여하지 않고 폭넓게 권한을 위임하는 스타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미니스톱 인수 후폭풍 지속

편의점은 ‘규모’…단기 성과 쉽지 않아

단, 한쪽에선 김대일 대표가 코리아세븐에서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제기된다. 편의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신규점 확장 여지가 거의 없는 데다, 편의점은 규모의 경제와 상권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사업이어서 김 대표가 강점을 지닌 핀테크·IT 분야의 노하우 접목도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편의점 시장 규모는 이미 정점을 찍고 갈수록 축소되는 흐름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5만3266개를 기록, 전년 대비 1586개 감소했다. 연간 점포 수가 줄어든 건 1988년 편의점 산업이 태동한 지 36년 만에 처음이다. 편의점 4사의 매출 성장률도 2023년 8%, 2024년 3.9%, 지난해 0.1%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려면 ‘기존점 뺏기’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는 막대한 실탄과 영업 노하우가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사실상 ‘부동산’ 사업이다. 시장이 성장세였던 2010년대 중반, CU와 GS25는 억대 권리금을 쏘며 우량점 확보에 열을 올렸다. 반면, 세븐일레븐은 실탄을 아끼느라 이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렇게 누적된 격차는 단기간에 뛰어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됐다”라고 말했다.

편의점의 DX(디지털 전환) 혁신으로 주목받던 배달, 픽업도 성과는 제한적이다. B마트, 다이소 등 생활용품 전문점들도 잇따라 퀵커머스(즉시 배송) 시장에 뛰어들며 근거리 쇼핑 채널로서의 강점이 예전 같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미니스톱 인수에 쓴 3133억원은 당시 이마트24가 써낸 금액의 2배에 달하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액이었다”며 “이후 점포 통합 과정에서 우량점 유지를 위해 추가로 권리금을 대거 지출하며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롯데가 아니었으면 코리아세븐은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3호(2026.04.01~04.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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