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웅 전 IOC 위원 별세…"스포츠로 한반도 화합에 기여"
2026.04.01 17:10
북한의 장웅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아이오시) 위원이 지난 29일 사망했다고 아이오시가 1일(한국시각) 밝혔다. 향년 87. 아이오시는 공식 누리집에서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 하우스에 3일 동안 오륜기를 조기 게양할 것”이라고 알렸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장 전 위원의 사망 소식을 아직 보도하지 않았다.
1938년 7월5일 평양에서 태어난 장 전 위원은 농구 선수 출신으로 북한 대표팀에서 활약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북한올림픽위원회에서 행정가로 활동했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통역 요원으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각종 국제회의에 북한 대표로 참석하며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입지를 넓혔다. 1996년 아이오시 총회에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함께 아이오시 위원에 선출돼 20여년간 활동했다.
장 전 위원은 2010년대 후반부터 건강 문제를 겪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한국을 방문했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폐회식을 지켜보지 못하고 북한으로 돌아갔으며, 2019년 6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아이오시 134차 총회를 마지막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다. 2023년 10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아이오시 141차 총회에는 화상으로 참석해 올림픽 훈장(공로장)을 받았다.
고인은 스포츠를 통해 남북 긴장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86년 남북체육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고,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 실무위원회 북측위원장으로 남북 단일팀 결성에 크게 기여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의 산파 노릇을 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 개회식 뒤 국내 취재진에게 “기자분들이 느낀 것과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똑같습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아이오시는 “장 전 위원은 스포츠가 가진 통합의 힘을 강조했던 분”이라며 “스포츠를 통한 대화를 꾸준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2014년 난징 여름 청소년 올림픽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당시 WTF)과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양해각서 체결 과정에 중재자로 나섰다”며 “이전까지는 두 단체가 치열하게 경쟁했으나 이후엔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스티 코번트리 아이오시 위원장은 “장 전 위원은 평생을 스포츠와 올림픽 운동에 헌신했던 분”이라며 “특히 한반도 협력 증진을 위해 기울인 그의 노력은 스포츠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 애도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조전을 통해 “(고인이) 스포츠를 통한 우정과 상호 이해의 증진, 특히 한반도에서 평화의 가치 확산을 위해 노력하신 점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추도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2007년 4월 국제태권도연맹 총재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한 고인과 만나 남북 태권도 교류와 협력 방안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며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향한 고인의 숭고한 헌신을 기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유족으로는 북한 축구대표팀 골키퍼 출신으로 아이오시에서 근무했던 아들 정혁씨, 평양시체육단 여자 배구 감독을 역임하고 국제 배구 심판으로 활동 중인 딸 정향씨 등이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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