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란 전쟁 개입 요구 줄줄이 ‘퇴짜’···트럼프는 “호르무즈 직접 가라” 격분
2026.04.01 16:02
스페인은 미 전투기 영공 진입 자체 금지하기도
미국선 ‘나토 무용론’···대서양 동맹 통째 균열
이란 전쟁이 한 달째 접어들면서 미국·이스라엘 편에서 전쟁에 개입하는 데 선을 긋는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졌다. 이에 격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77년 동안 이어진 대서양 동맹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시칠리아 공군기지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탈리아 군 당국은 미국의 요청이 양국 협정에서 정한 정례적 운항이나 군수 지원 목적이 아니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극우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폴란드는 자국 패트리엇 방공시스템을 중동에 보내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엑스에 “우리 패트리엇은 폴란드 영공과 나토 동부 전선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어디로든 옮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이란 공습을 정면 비판해 온 스페인은 이란 전쟁에 투입되는 미군 전투기의 스페인 영공 진입 자체를 금지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란을 상대로 미·이스라엘이 벌인 전쟁에 개입하는 데 애초부터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으나, 최근 들어 보다 직접적으로 선을 긋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이 사전 협의나 설명 없이 시작한 전쟁이 동맹국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유럽이 주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나토 동맹국들이 이란과의 전쟁에 개입하는 데 점점 더 강하게 저항하고 있으며, 이미 긴장 상태에 있던 동맹에 더 깊은 균열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장기화한 전쟁이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고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키면서 유럽의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전쟁 초기 미국을 지지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마저도 최근 “전략이 존재하는지,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는지에 심각한 의구심이 들고 있다”며 미국을 비판하는 데 가세했다. 멜로니 총리의 경우 전쟁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집중 검증대상이 되는 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싱크탱크 국제문제연구소 나탈리 토치 소장은 “마르크 뤼터(나토 사무총장)부터 페드로 산체스(스페인 총리)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에서 중심은 후자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이미지가 ‘아빠’(Daddy)에서 ‘악당’(Baddy)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뤼터 총리는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이 정당했다고 강변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에 빗댄 바 있다.
유럽의 최근 대응에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을 거부한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뒤늦게라도 용기를 내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서 석유를 가져가라”며 “이제부터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던 것처럼 미국은 더 이상 당신들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이란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되면 나토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정부 핵심 참모들도 ‘나토 무용론’에 가세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나토 체제가 단지 유럽이 공격받을 때 우리가 방어하는 구조일 뿐이고, 우리가 필요할 때 그들이 주둔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좋은 합의가 아니다”며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우리가 자유 진영을 대신해 이런 규모의 작전을 수행할 때 동맹들이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할 의지가 있는지 세상에 드러났다”고 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나토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