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암살을 공식화한 나라
2026.04.01 04:31
암살 숨기지도 않는 이스라엘
가자지구 만행 묵인이 근본원인
1973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들이 뮌헨올림픽 테러 보복 작전을 벌이던 중 표적을 오인해 무고한 시민을 사살했다. 골다 메이어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사회 압박에 작전을 중단했다. 이때만 해도 이스라엘은 암살 작전이 정상적 국가 행위가 아님을 인식했기에 몰래 진행했고, 드러나자 중단했다.
50년이 넘은 지금 이스라엘은 암살을 숨기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지난달 18일 에스마일 하티브 이란 정보부 장관을 '제거'했다고 발표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군에 "추가 승인 없이 이란 고위 관리라면 누구든 즉시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추적하고 하나하나 사냥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란 외무장관과 국회의장 이름도 표적 명단에 있었으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시적으로 제외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지만, 군 출신도 아닌 인사를 포함해 한 나라의 각료를 싹 다 죽이는 일이 국가 공식 작전이 된 것이다.
극단적 인명 경시는 가자지구에서 시작됐다.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은 무장단체 하마스를 없애겠다며 민간인 거주지도 무차별 공습, 불과 2년 반 동안 7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하마스 주요 인사들은 표적 공습해 살해했다.
가자지구 병원과 학교를 폭격하고, 피란민이 돌아올 수 없도록 건물을 폐허로 만든 이스라엘은 전쟁 범죄로 볼 수 있는 이 방식을 레바논에 이식하겠다고 선언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지난달 5일 이스라엘 북부 국경을 방문해 "곧 다히예(베이루트 남부)가 (가자지구 도시) 칸 유니스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츠 장관은 같은 달 22일 레바논 국경 마을 주택 철거를 "가자의 베이트 하눈·라파흐 모델에 따라 가속화하라"고 공식 명령했다.
기자들을 무장 단체 요원으로 규정하고 표적 공습해 살해하는 수법도 가자에서 완성됐다. 지난달 28일 레바논 남부 고속도로에서 취재 차량을 표적 공습해 기자 3명을 사살한 이스라엘군은 그중 한 명이 헤즈볼라 요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 소재 독립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살해된 기자는 129명으로, 이 중 약 3분의 2가 이스라엘에 의해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폭주 뒤엔 가자 전쟁 당시 국제사회의 침묵이 있다. 일부 서방 국가들이 항의 성명을 냈지만 실질적 제재는 없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024년 11월 네타냐후에 대해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하자, 미국은 오히려 ICC를 제재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비판의 화살을 '반유대주의'라는 방패로 막아왔다. 하지만 타국의 각료를 사냥하듯 죽이고 민간인 거주지 파괴를 '모델'이라 부르는 국가에 그 방패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던 미국에서조차 이스라엘에 부정적인 비율이 긍정적인 비율을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른다.
어둠 속 은밀한 일을 대낮 공개 선언으로 바꾼 오만함이 압도적 힘의 증명인지 국제적 고립의 시작일지는 결국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순간을 세계가 똑똑히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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