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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공식화 착수…홍해까지 막힐 땐 아시아 직격탄[트럼프 2기]

2026.04.01 04:57

이란 의회, '호르무즈 관리 계획' 초기 승인…WSJ "트럼프, 호르무즈 개방 없이도 작전 종료 의향"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체제 공식화 절차에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즉시 개방을 요구하며 담수화 시설을 포함해 이란 민간 시설 공격 위협을 강화한 시점이다.

가자지구 전쟁을 빌미로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봉쇄한 전력이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이 이란 전쟁에 참전해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아라비아반도 양쪽 해협이 다 막힐 땐 아시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며 국제유가는 요동쳤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 계획이 승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엔 해협 내 안보 조치 강화, 금융 및 수수료 규정, 미국 및 이스라엘 선박 통행 금지, 이란의 주권적 권한 및 군대 역할 강화, 법적 틀에 대한 오만과의 협력, 이란에 일방적 제재를 가하는 국가들의 통행 제한, 환경 보호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통행료 규모 및 부과 절차, 본회의 통과 시기 및 도입 시기는 불분명하다. <로이터> 통신은 이 조치가 본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표결이 언제 이뤄질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 북쪽은 이란과 닿아 있지만 남쪽은 오만과 닿아 있어 오만의 동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란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이는 통행료 징수 체제를 공식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주 영국 해운전문매체 <로이드리스트>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 사실상 '통행료 징수소'를 도입해 최소 한 척이 200만 달러(약 31억 원)를 지불하고 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인용해 통행료 징수 방법으로 선박당 200만 달러를 부과하는 안과 적재량에 따라 부과하는 안이 제안됐으며 이는 각각 이란에 하루 2억8000만 달러(4290억 원), 5600만 달러(858억 원)의 수익을 안길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이미 적대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막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지난 25일 프레스TV 에 "우리가 우방으로 지정한 일부 국가들에 대해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 중국, 러시아, 인도, 이라크, 파키스탄의 통행을 허용했다"며 "적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우호국으로 분류된 파키스탄의 경우 파키스탄 국적 선박 20척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이란과 합의했다고 28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미 하버드대 국제해양법 교수 제임스 크라스카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도입 땐 "이란이 매우 고립될 수 있다"며 지금까진 각국이 유보적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이란에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전문가 "사우디, 호르무즈 막힌 뒤 홍해 통해 아시아로 운송…막힐 땐 유럽 우선시할 수도"

지난 한 달간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평소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데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 주말 참전해 홍해까지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며 국제유가는 또 다시 들썩였다. 30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까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25% 상승한 배럴당 102.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0.2% 오른 배럴당 112.7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 55%, WTI 가격은 53% 가량 상승했다.

후티 반군은 2023년 말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홍해의 남쪽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고 항행을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 이 공격으로 수에즈 운하 통행이 막히며 공급망 혼란이 초래됐다. 모하메드 만수르 후티 반군 정보부 차관은 지난주 미 CNN 방송에 바브엘만데브 해협 폐쇄가 "실행 가능한 선택지"라며 "그 결과는 미국과 이스라엘 침략자들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31일 <타스님> 통신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위치를 표시한 이미지를 게시하고 후티 참전을 언급하며 소식통을 인용해 "저항전선이 며칠 내 새 놀라운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해까지 막힐 경우 경우 홍해와 페르시아만을 양쪽에 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해상 수출이 더욱 차질을 빚게 된다. 사우디는 이란 전쟁 뒤 홍해를 통한 해상 수출 물량을 크게 늘렸는데, <로이터>가 인용한 무역데이터업체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일평균 77만배럴이던 홍해 얀부항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주 하루 465만8000배럴에 달했다. 미 CNN 방송은 화물·에너지데이터업체 보르텍사를 인용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원유량이 이달 28일까지 전달 대비 21% 늘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컨설팅사 리스타드에서지의 석유·가스 연구 책임자 아르템 아브라모프는 CNN에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유조선 통행이 어려워진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몇 달안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홍해가 폐쇄될 경우 아시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케이플러 선임 원유분석가 무유 쉬는 CNN에 이번 달 사우디 얀부항을 통한 원유 수송 전부가 아시아를 향했지만 바브엘만데브 해협 폐쇄 땐 사우디가 인근 유럽으로의 원유 수송을 우선해 아시아로의 원유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아시아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멀리 돌아 원유를 보낼 수 있다고 봤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아시아로 원유가 운반될 경우 지중해를 가로지른 뒤 아프리카 서해안을 돌고 인도양을 거쳐 목적지를 향하게 된다. 에너지컨설팅사 에너지애스펙츠 공동설립자 리처드 브론즈는 CNN에 이 경우 아시아로의 항해 시간이 몇 주 늘어나 "아시아의 원유 공급 부족을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위협도 계속돼 3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해역에서 쿠웨이트 유조선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두바이 언론국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조선 화재를 진압했고 인명 피해와 기름 유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WSJ "트럼프, 호르무즈 개방 없이도 작전 종료 의향"…아시아·유럽에 떠넘기나

30일 미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수천 명이 중동에 도착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확전에 대한 긴장이 높아졌다. <로이터>는 이날 미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정확한 배치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빠르게 합의하지 않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개방하지 않을 땐 미국이 이란의 "모든 발전소, 유정, 하르그섬, 어쩌면 모든 해수 담수화 시설까지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3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없이도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종료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임무가 당초 미국이 예정했던 작전 기간 4~6주를 넘기게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란 해군과 미사일 비축고를 무력화한다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고 적대행위를 서서히 축소하는 한편 이란에 외교적 압력을 가해 자유 무역 흐름을 재개하도록 할 것이지만, 이 방안이 실패할 경우 유럽과 걸프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주도하도록 압박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군사 선택지들이 있지만 당장의 최우선 순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달 영국, 프랑스, 캐나다, 한국, 일본 등 거의 40개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적대행위가 끝나면 해협의 안전한 통행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상태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이란 전문가 수잔 말로니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기 전에 군사 작전을 종료하는 행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전쟁을 시작했고 그 여파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며 "에너지 시장은 본질적으로 전세계적 성격을 갖는다. 해협 봉쇄가 지속될 땐 이미 발생하고 있는 경제적 피해로부터 미국을 격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러한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해가 질 무렵 페르시아만을 향해하는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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