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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 개봉 49일 만에 안방극장 출격…'홀드백' 논쟁 재점화하나

2026.03.31 13:43

영화 ‘휴민트’ 보도스틸 [NEW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가 내달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난다. 지난 2월 11일 극장 개봉 이후 49일 만이다.

한국형 첩보물의 진가를 보여줬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기세를 넘지 못한 채 누적 관객 수 220만 명으로 상영을 마무리했다. 류 감독을 비롯해 조인성, 박정민, 신세경 등 화려한 제작진과 배우진, 완성도 높은 연출과 상당한 제작비(손익분기점 400만 명)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지난 25일 넷플릭스는 ‘휴민트’ 공개를 확정하고, 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 등 33개 언어 자막과 영어·스페인어 등 21개 언어 더빙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구독자라면 누구나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시청할 수 있다. 넷플릭스 측은 “국내 관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은 ‘휴민트’가 이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되며 그 열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휴민트’ 공개…넷플릭스·NEW의 ‘윈-윈’ 될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극장 개봉작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안방 시청자를 만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대중적 관심이 높은 최신작의 경우 OTT에서도 개별 결제(TVOD) 방식으로 먼저 공개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휴민트’처럼 구독형(SVOD)으로 곧바로 서비스되는 사례는 비교적 이례적이다. 영화의 제작·배급을 맡은 NEW와 외유내강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NEW 관계자는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국내 극장 개봉의 뜨거운 열기를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이어가며, 수익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판단했다”면서 “넷플릭스의 자막·더빙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관객이 한국 영화를 시차 없이 즐기게 함으로써, 글로벌 한국 영화 팬덤을 확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극장가 회복의 일환으로 개봉작이 OTT 등을 통해 공개되기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이른바 ‘홀드백(Holdback)’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이라 업계는 이번 NEW와 넷플릭스의 파트너십을 주목하는 모양새다. 제작·배급사 입장에서는 극장 수익의 한계를 빠르게 메움과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OTT 입장에서는 양질의 K-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하는 소위 ‘윈-윈(win-win) 전략’일 수 있다는 평가다.

영화 ‘휴민트’ 포스터 [NEW 제공]


한 배급사 관계자는 “(‘휴민트’의 넷플릭스 공개는) 작품의 생명력 연장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할수록 다른 작품에 투입할 자원이 빨리 마련된다. 업계 전반으로도 부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말했다.

관심은 이번 ‘휴민트’의 넷플릭스 공개가 최근 진행되고 있는 ‘홀드백’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으로 ‘홀드백’ 법안을 언급한 만큼 법제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얼마나 제도를 영화업계의 특성에 맞게 설계하느냐다.

앞서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오경 의원과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각각 홀드백 법제화에 대한 수정안을 발의했다. 임 의원의 안의 경우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명시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영화는 극장 상영 종료일 기준 6개월 이후에 OTT를 통해 공개되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필요’vs‘걸림돌’…“유연한 대응 필요”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 주관으로 진행된 ‘한국영화 산업의 선순환 구조 복원을 위한 홀드백 정책 토론회’ [한국영화관산업협회 제공]


현재 홀드백 논의와 관련해 극장업계와 제작·배급업계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극장가는 영화산업의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 차원에서 홀드백 제도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개봉 직후 영화가 OTT에 공개되는 관행이 굳어질 경우, 관객 감소와 투자 위축이라는 영화계 위기가 가속화될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신한식 한국영화관산업협회 본부장은 지난 2월 임오경 의원실이 주최한 ‘한국영화 산업의 선순환 구조 복원을 위한 홀드백 정책 토론회’에서 “한국영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홀드백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홀드백 기간에 대해서는 시행령이나 고시로 정해 홀드백 기간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홀드백 법제화를 우선적으로 시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제작·배급업계에서는 OTT로 이동하고 있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영관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홀드백 기간에 영화가 갈 곳을 잃은 소위 ‘블랙아웃’(판매 중지 상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극장에서부터 최종 ‘윈도우’(매체)인 지상파 방송까지 수익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생명력’이 살아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홀드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 개봉 후 OTT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지연되면 배급권에 대한 협상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 “가장 좋은 상황에서 협상하고, 그로 인한 수익이 산업에 재투자된다면 한국 영화 전체로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영화관의 모습 [연합]


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홀드백’ 논의가 다소 주춤해진 가운데, 정치권은 업계 의견이 반영된 절충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6개월’로 명시된 홀드백 기간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홀드백’ 관련 법안들은 상임위 계류 중이다.

임오경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홀드백’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업계의 의견을 추가로 들을 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 9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영화콘텐츠 소비트렌드 연구’ 보고서는 인위적인 규제 대신 변화된 콘텐츠 소비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극장 관람 감소 인원의 35%가 극장 외 대체 플랫폼의 존재로 인한 것이며, 이에 따라 ‘홀드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제도의 일률적 적용이 아닌, TVOD(결제형)·SVOD(구독형) 등 유통 채널별로 유예 기간을 차별화하고, 동시에 흥행 성적에 연동된 가변적 홀드백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제작사가 홀드백을 준수함으로써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를 상쇄하고, 안정적 상영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스크린 독과점 방지’와 연계한 제도적 보완이 동반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영화의 흥행 성적이 손익분기점에 미달하거나 특정 관객 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제작사가 자금 회수를 위해 조기에 2차 판권 시장(VOD/OTT)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흥행 실패가 확실시되는 경우, 별도의 심의나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 적기에 자금을 회수하고 차기작 제작을 준비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줄 수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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