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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대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 말레이시아
전쟁이 석탄을 부활시키고 있다…"길게 보면 전기차 확산 도움"

2026.03.30 15:22

[사진=셔터스톡]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곳을 경유해 필요한 원유, LNG의 대부분을 사들이는 아시아에선 곧바로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수출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또 정부 재정은 한계에 몰리고 있다.

이번 위기는 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와 미래를 함께 상기하도록 만들고 있다.

단기적으로 각국 정부는 전력 생산을 위해 석탄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어떤 기후 정책보다 빠르게 원전 재가동과 전기차 보급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석탄으로 회귀

그동안 아시아 각국 정부는 석탄 대신 LNG 비중을 늘려 왔다. 호르무즈 위기는 이런 흐름을 되돌리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폐지한 석탄발전소 2기를 재가동했다. 한국은 석탄화력 발전의 가동률 상한 80%를 없앴다. 일본도 3월 27일 석탄발전 가동 제한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4월부터 최대 1년간 노후·저효율 석탄발전소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같은 석탄 수출국은 자국 내 석탄을 우선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비키 자니타 애널리스트는 "인도네시아는 국내 소비를 우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 수출 물량은 더 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관성이다. 석탄발전소를 일단 가동하면, 다시 멈추기가 쉽지 않다. 에너지 가격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구조, 그리고 이미 들어간 비용 때문이다.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동남아 기후변화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샤론 시는 "노후 석탄화력 퇴출 계획을 되돌리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원전으로 전진

지난해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오른쪽)의 계속운전 허가를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2호기는 2033년 4월까지 운전이 가능해졌다. [사진=뉴시스]

반면 지금의 위기는 아시아 전역의 원전 계획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수년간 논의가 있었지만, 동남아에는 아직 상업 운전 중인 원전이 단 한 기도 없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은 비용 부담이 크고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선택지가 됐기 때문이다. 대산 값싼 천연가스를 대안으로 선택해 왔다.

이란 위기 이전에도 일부 지역은 조심스럽게 원전 쪽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베트남은 첫 원전을 짓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해 왔다. 그리고 지난 23일 원자로 2기로 이뤄진 닌투안 1호 원전을 짓기로 합의했다.

말레이시아도 데이터센터 산업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자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란타우그룹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피시먼은 중국이 이미 수십 기의 원자로를 건설 중이며, 수백 기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단연 가장 야심 찬 건설 계획이지만, 여전히 중국 전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가장 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이후 '비핵가원(원전 없는 사회)'을 내세워 집권해온 민주진보당은 원자로 2기를 재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필리핀은 2032년까지 원전을 도입하겠단 계획을 밝히고, 한국과 기술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기존 원전의 이용률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이런 변화들이 얼마나 오래갈지 과대평가하기는 쉽다.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리천 심 연구원은 "오일쇼크 때마다 수입국들은 반사적으로 '화석연료 전환'을 말했다"며 "하지만 위기가 지나가면 이런 결심은 금세 잊히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석연료가 단지 발전용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플라스틱, 섬유 산업 역시 석유화학 원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 그는 "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화석연료에서 영구적으로 벗어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력만이 아니다

유럽연합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의 전기차 충전 시설. [사진=뉴시스] 

중국은 이란발 에너지 충격을 비교적 덜 받고 있다. 에너지 믹스에서 석유, LNG보다 석탄, 원자력,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정유사들에 경유, 휘발유, 항공유 수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아시아 전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주는 항공유 수입 물량의 40%를 중국에서 충당한다. 베트남, 필리핀, 방글라데시도 중국산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태국과 한국도 정제연료 수출 제한을 도입하면서 역내 공급을 더 조이고 있다.

호주 광산업계는 디젤 공급 감소로 조업 중단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 같은 항공사들은 항공권에 대규모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고 있고, 베트남과 필리핀은 항공기 운항 중단 여부까지 검토하고 있다.

피시먼 애널리스트는 중국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제 능력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잠재적인 국내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면 당신도 똑같이 하지 않겠느냐"며 "피할 수 없는 끔찍한 계산이지만, 그렇다고 틀린 선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가 전기차 산업엔 단비가 될 수도 있다. 높은 기름값이 시장을 '영구하게' 바꿀 수 있다. 소비자학에선 '수요 파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미국 운전자들은 연비 좋은 일본차로 갈아탔다. 그리고 돌아가지 않았다.

자니타 애널리스트는 "전기차가 현재의 공급 부족을 당장 완화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번 위기는 중기적으로 역내 전기차 확산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징후도 있다. 동남아 전역의 전기차 대리점들은 3월 들어 고객 관심과 주문이 늘었다고 보고했다. 정부도 변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결국 인도네시아의 모든 차량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Nicholas Gordon &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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