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일 만에 천막 걷지만, 세종보를 떠나진 않습니다”
2026.03.30 18:12
“끝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제 겨우 4대강을 재자연화하는 주춧돌을 놓은 거니까요.”
700일 동안 금강 세종보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온 환경운동가들이 30일 천막을 걷었다. 지난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4대강 재자연화 추진을 환경단체들과 전격 합의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4대강 16개 보의 처리 방안을 결정하고, 2027년 상반기에 금강·영산강의 보부터 먼저 철거하며, 2028년까지 4대강의 취·양수장을 모두 개선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지난한 시간이었다. 이 합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4대강에서 싸웠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2023~2024년 금강·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하고 공주보와 세종보를 다시 닫으려 할 때, 환경운동가들은 세종보에 천막 농성을 벌이며 맞섰다. 2024년 4월29일 친 천막은 2026년 3월30일까지 700일 동안 이어졌다.
700일 농성이 끝나기 하루 전인 29일 오전 세종시 세종동 한두리대교 아래 농성 천막을 찾아, 농성을 이끈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과 임도훈 자연생태팀장,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을 만났다.
기후부와 전격 합의로 농성장 접어
2년간 행사 100회…2만여명 찾아
“폭우 오면 전국서 안부 전화·방문
철거 위기 땐 주민들 동조 농성도”
농성을 마치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박 처장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4대강 재자연화 운동을 하루이틀 한 것이 아니다. 2012년 이후 오랫동안 해왔는데,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처장도 “이번 합의에 대한 두려움과 무거운 책임감이 든다. 합의가 됐다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농성장이 사라진 뒤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줄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환경단체-기후부의 합의는 전격적이었고, 내용도 진일보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4대강 재자연화에 소극적이었던 김성환 장관이 갑자기 돌아섰다. 그동안 환경단체가 요구해온 핵심 내용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
임 팀장은 “김 장관이 처음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4대강 이슈를 봤는데, 최근엔 책임감을 갖고 성과를 내려는 의지를 보였다. 1월 합의가 깨진 뒤 환경단체들이 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는데, 그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물론 이번 합의 수준에 만족하지 못한다. 4대강 재자연화가 윤석열 정부 때 완전히 무너졌는데, 이제 다시 주춧돌을 놓은 수준이다. 앞으로 4대강 재자연화를 제대로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내년 상반기에 금강·영산강에서 보 처리 방안을 이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4대강 가운데 보 해체·상시 개방을 바로 이행할 수 있는 강은 금강이 유일하다. 보 처리 방안이 한번 결정됐고, 취·양수장 개선도 끝났기 때문이다. 금강의 3개 보 가운데서도 이들이 농성한 세종보가 0순위다. 과연 내년 봄에 세종보는 철거될까? 임 팀장은 “세종보는 해체되겠지만, 공주보가 관건이다. 다리를 유지해야한다는 핑계로 공주보 해체를 후퇴시키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올해 9월에 금강·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먼저 결정하는 것은 내년 보 처리 예산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반드시 세종보와 공주보가 해체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금강 보 가운데 세종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는 상시 개방으로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 바 있다.
문 정부 시절 보 처리 방안을 결정했고, 취·양수장 개선도 끝낸 금강은 그나마 재자연화 가능성이 크 다. 그러나 영산강과 낙동강, 한강은 취·양수장 개선이나 보 처리 방안 결정이 늦어져 아직 보 처리 시기가 불투명하다. 이 3개 강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처장은 “우리는 금강만이 아니라, 4대강 16개 보 전체의 철거와 재자연화가 목표다. 보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태계를 회복해 건강한 강으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다른 강들의 재자연화도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그 지역 활동가들과의 연대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봄 세종보·공주보 해체 목표
“4대강 재자연화, 좋은 선례 만들고
3개 강 활동가들과 연대 강화할 것”
지난 2년 동안 세종보 농성장엔 시민 2만여명이 찾아왔다. 또 100회 이상의 행사가 열렸으며, 3천만원 이상의 후원금이 모였다. 쉽지 않은 700일이었지만, 감동적인 일도 많았다. 박 처장은 “농성 첫 해, 비가 많이 오면 전국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괜찮냐’고 연락하고 새벽부터 찾아왔다. 먹을 것도 가져오고 후원도 해줬다.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2024년 5~6월에 세종시에서 계고장을 보내 천막을 치우라고 했다. 그때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오셔서 함께 천막 10여개를 치고 동조 농성을 벌였다. 그때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천막은 걷지만, 마음은 여전히 세종보에 남는다. 또 연대의 힘을 보태준 이들에게 빚을 갚을 생각이다.
박 처장은 “농성장은 사라지지만, 우리는 금강과 세종보를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계속 싸우면서 초고압 송전선로나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설악산 케이블카 등 각 지역의 현장을 자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팀장도 “금강에는 재자연화 외에도 습지 보존, 난개발 방지, 하굿둑 개방 등 이슈가 많다. 세종보·공주보를 철거함으로써 다른 강들이 참고할 만한 4대강 재자연화의 좋은 선례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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