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는 추경’ 한숨 돌린 정부…‘급한 불’은 끄지만 전쟁 장기화 땐 ‘시한부 훈풍’ 우려
2026.03.31 17:03
정부가 역대 가장 짧은 기간에 ‘빚 없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면서 중동 전쟁으로 야기된 경제 충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급한 불’을 끄는 데 효과가 있겠으나 중동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아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시한부 훈풍’이 될 우려도 제기된다. 고유가 장기화에 대비한 근본 대책으로서 에너지 소비 구조 개선을 유도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예산처가 31일 발표한 이번 추경은 편성 작업에 착수한 지 19일 만에 마쳤다. 역대 최단 기간이다. 이처럼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초과 세수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통상 적자 국채 발행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지만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한 덕에 ‘빚 없는 추경’이 가능했다. 정부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한 사례는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이번이 7번째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세입이 당초 전망치보다 25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경기개선 덕분에 법인세는 지난해 본예산 편성 당시 전망치보다 14조8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활황에 따른 주식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도 예상치보다 10조3000억원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추경이 경기 하락 압력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느냐에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을 통해 성장률이 0.2% 포인트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6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고유가 장기화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끌어내린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충격을 일정 부분 완화할 전망이다.
소득 하위 70%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이 지급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역시 단기적으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분석 결과, 정부가 지난해 7월 지급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영세 소상공인업체의 매출 회복 효과를 끌어낸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효과가 더 컸다.
추경이 시점상으로도 빠르게 편성됐기 때문에 타이밍이 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추경 ‘훈풍’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는 등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로 급한 불을 껐지만, 2차 최고가격이 1차 대비 전 유종에서 210원 인상되면서 가격 통제가 가파른 유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났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금 지원은 급한 불 끄기에 그칠 뿐”이라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추경에 대거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쟁 길어질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이번 추경 재원의 핵심이었던 반도체 수출마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지만, 경기 침체를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적극적으로 경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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