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배당 늘리라더니 자본은 더 쌓으라?…은행권 ‘이중 압박’ 현실화
2026.03.31 15:54
주주환원 확대 흐름 속 추가 자본 규제 가능성…배당 여력 위축
“자본 쌓고 배당 늘리고”…은행권, 정책·시장 사이 균형 시험대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금융당국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에 맞춰 배당을 늘려온 은행권이 이번에는 자본 확충 압박까지 동시에 받고 있다. 고환율‧고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커지자, 배당 확대와 자본 적립을 동시에 요구받는 ‘이중 압박’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앞서 은행권이 감액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환원 경쟁에 속도를 낸 가운데,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하면서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 스트레스 테스트 앞당겨…“리스크 선제 대응”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4월 중 8개 은행지주와 20개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에 대비한 건전성 실태 점검에 착수한다.
지난해 점검이 연말 마무리되면서 올해 테스트는 내달보다는 늦게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점검 기간 역시 기존 4~5개월에서 단축해 5월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통상 연 1회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거시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연초 배럴당 50달러대에서 최근 100달러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유가 상승은 기업 비용 부담과 소비 위축을 동시에 유발하며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우고, 인플레이션 확대는 고금리 국면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환경은 가계와 기업의 상환 능력 저하로 이어지며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 동시에 환율 상승은 외화자산 증가를 통해 위험가중자산(RWA)을 키우며 자본비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복수의 스트레스 시나리오를 통해 충당금 증가와 RWA 확대가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임박…추가 규제 현실화
이번 점검은 금융위원회가 도입을 검토 중인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의 사전 단계 성격도 갖는다. 해당 제도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자본이 부족한 은행에 추가 자본 적립을 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수준에 따라 현행 최저 규제 기준(8%)에 더해 최대 2.5%포인트(p)의 추가 자본 규제가 부과될 수 있다. 가령 기존 CET1 비율을 9% 수준을 유지하던 금융사가 이전에는 영업에 큰 제약이 없었더라도 이후에는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본비율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배당이나 대출 확대가 제한되는 등 영업 전반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2024년 도입을 추진했으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시행을 유예해왔으며, 이번 점검을 통해 은행권의 자본 부담 수준을 사전에 점검할 방침이다.
◇ 배당 확대 vs 자본 확충…은행권 ‘균형 시험대’
문제는 주주환원 확대 흐름과의 충돌이다. 은행권은 최근 감액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배당 확대 기조를 강화해왔지만, 자본 규제 강화는 배당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환율 환경에서 RWA 증가와 충당금 확대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자본비율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은 배당 확대보다 자본 확충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가 자본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주주환원뿐 아니라 기업 대출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이 일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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