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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대해부]④ '낙하산 인사' 리더십 공백 장기화 부메랑으로

2026.03.31 15:54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리더십은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겉으로는 민간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공자금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보은성 인사가 내려오는 관례가 고착되면서 거버넌스 차원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KAI의 주요 매출처가 방위사업청인 만큼, 고위 관료나 군 장성 출신의 역대 사장들은 막강한 대관 능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예산 확보와 수주에 도움을 줬다. 다만 부작용도 분명하다. 최근 의사결정이 멈춘 리더십 공백기에 실주가 이어지면서 미래 모멘텀에서 멀어졌다는 상처가 남았다.

KAI 지분 34.71% 쥔 공공자금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지분 26.41%를 가진 수출입은행이다. 2대주주로는 국민연금공단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분 8.30%를 보유했다. KAI의 지분 34.71%가 정부와 관련되어 있다.

공공자금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어 코드인사가 계속된다. 수출입은행은 한국 정부가 지분 76.38%를 보유한 국책은행이다.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내부 출신인 하성용 5대 사장을 제외하면 임인택 초대 사장부터 현직인 김종출 9대 사장까지 8명이 정권의 인사로 수장 자리를 꿰찼다.


KAI의 사장 인사가 정권의 영향을 받는 이유는 경영난 때 한국산업은행의 도움으로 회생했기 때문이다. KAI는 1999년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3사의 통합으로 출범했으나 경영난으로 위기를 겪었으며 설립 당시 부채비율이 593.7%에 달했다.

주채권은행이던 산업은행은 KAI에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빚을 주식으로 바꿔주는 출자전환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KAI의 최대주주가 수출입은행으로 바뀐 건 2017년이다. 당시 수출입은행은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적자를 떠안으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이 악화했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의 자본을 충당해 주기 위해 산업은행이 보유한 KAI 주식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겼다.

'경영 공백' 멀어진 모멘텀
KAI에 내려지는 코드인사는 명암을 보인다.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김조원 6대 사장은 내부 출신의 하성용 전임 사장이 분식회계와 비리 혐의로 물러나자 조직 쇄신과 투명성 회복에 나서며 위기를 수습했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인 안현호 7대 사장은 2019년 ADEX 등에서 고객과의 면담을 수행하는 등 적극적인 세일즈 행보를 보였다. 안현호 체제는 성과를 나타냈고 2022년 폴란드와 역대 최대 규모의 전투기 수출 계약(FA-50 경공격기 48대, 약 4조원)을 맺었다.

다만 최근에는 코드인사가 리스크로 작용했다. 강구영 8대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사퇴했다. KAI는 강 사장이 물러난 이후 8개월 동안 리더십 공백을 겪으면서 주요 사업에서의 실주와 노사 갈등이 이어졌다. 정권 교체에 따른 리더십 불확실성이 현실이 된 사례다.

지난해 미래 모멘텀이 될 사업 입찰이 이어졌지만 성과가 없었다. 경영 공백 기간인 9월 사업비 1조7775억원의 한국형 전자전 항공기(전자전기)와 10월 약 3조원의 공군 차세대 항공통제기(조기경보기) 2차사업을 경쟁사인 대한항공에 내줬다. 이 때문에 KAI의 포트폴리오는 KF-21, FA50 등 플랫폼 사업에 더 묶이게 됐다.

KAI는 그동안 한국의 국방항공사업을 사실상 독점해 왔으나 이 같은 입지를 민항기 중심으로 성장한 대한항공에 빼앗길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부문을 통해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올해 항공우주 매출 전망은 1조원에 달한다.

전자전기와 조기경보기는 기존 항공기를 들여와 첨단 장비를 얹어 체계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KAI는 사업 수주를 통해 기술 내재화를 이룬 뒤 한국형 플랫폼 개발로 연계할 계획이었다. 또 군용기는 한 번 도입되면 30~40년 운용되는 만큼 유지·보수·정비(MRO)와 후속성능개량 등 고부가가치 사업까지 나아갈 수 있었지만 사업을 수주한 경쟁사에 주도권이 넘어가게 됐다.

경영 공백과 잦은 교체 등으로 KAI의 리더십이 불안정한 사이 경쟁사는 방산에 진출해 주도권을 키웠다. KAI 노조 측은 "잇따른 실주의 원인은 리더십 공백"이라며 "의사결정이 멈춘 사이 수주를 놓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선임된 김종출 9대 사장은 취임식에서 경영 공백을 만회하겠다고 밝혔다. 방산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동시에 민수 비중을 확대해 현금흐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19일 경남 사천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업의 가치는 이윤 추구에 있고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을 수주해야 한다"며 "경영 공백과 수주 실패 등 현안을 마주한 만큼 비상경영에 준하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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