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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정의의 미궁에 빠진 삼전 노조

2026.03.31 09:00

[오동희의 思見(사견)]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삼성전자 노조가 5월 총파업에 돌입한다. 18일 삼성전자 노조 2개 단체(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에 따르면 이날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3.1%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투표에는 재적 조합원 약 9만 명 중 73.5%인 6만6019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2026.3.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시황이 실력인 줄 압니다. 운좋게 시황이 좋아 이익이 늘었는데 미래 투자 재원은 외면한 채 골고루 나눠먹자는 성과급 제도는 개선이 시급합니다."

한 글로벌 증권사 리서치 헤드가 지적한 삼성전자의 현재 최대 문제다. "우리 실력으로 번 것이 아니라 시황이 좋아서 이익이 많이 난 것이니 자만하지 말자"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의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신임 임원에게 전하는 메시지 속에 담긴 함의이기도 하다. 시황은 실력이 아니며, 기술 선도력 없는 '천수답식' 경영으로는 영속할 수 없다는 경고다.

인공지능(AI)발 슈퍼사이클로 반도체 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바라보면서 늘어난 파이에 대한 '분배정의(正義)' 논쟁이 뜨겁다.

성과를 낸 기업이 주주와 임직원에게 높은 배당과 성과급으로 충분히 보상하는 데 이견은 없다. 문제는 그 보상이 매년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이 투자되는 반도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몫에 맞는 '분배 정의'를 구현하느냐는 데 있다.

삼성전자 노사의 '집중교섭 의사록'을 보면 표면적 쟁점은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50% 폐지 여부다. 사측은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영업이익 10% 범위 내에서 OPI의 50%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쟁사보다 많이 추가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계산하면 영업이익의 14%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노동조합 측은 처음에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부문 70%, 사업부 30%으로 배분할 것을 주장했다가 협상 과정에서 영업이익 10%의 재원으로 부문 40%, 사업부 60%로 변경해 OPI 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전자는 메모리사업부에 불리한 조건, 후자는 유리한 조건이다.

회사 측은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한 채 부문장 특별포상을 통해 메모리사업부에 경쟁사보다 높은 추가 지원을 약속했지만 노조 측은 OPI의 상한을 없애 '대체로 공평'하게 나누자는 형태로 평행선을 달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승호 초기업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집중교섭장에서 "상식적으로 메모리 사업부 5억원 받는데 파운드리 8000만원으로 땡하면 그분들이 무슨 동력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겠냐"며 그럴바엔 파운드리나 시스템LSI 사업을 접자며, 직원들의 이직을 조언하겠다고 압박했다.

사실 적자사업부에 8000만원의 성과급도 적지 않는 금액이다. 대한민국 임금근로자 평균연봉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을 연봉(평균 1억 5000만원) 이외의 성과급으로 받는 것이니 '적다'는 말은 일반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는 때문일까. 성과가 높은 사업부의 몫을 덜어 다른 사업부에 나누자는 주장이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더 큰 문제는 보상 구조 자체다. 개인의 성과보다는 소속 부문이나 사업부의 실적에 따라 집단적으로 성과급이 노사협상에서 책정되는 방식은 글로벌 기준에서 맞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반도체 기업들은 개인 성과 중심 보상에 무게가 쏠려 있다. 마이크론이나 엔비디아 등은 RSU(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를 통해 개인별 기여도에 따라 보상한다. 마이크론 가면 두세배준다는 말이 돌지만 아무나 그렇게 주지는 않는다. 이들 회사가 임직원에게 성과 조건 달성을 전제로 자사주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형태다.

성과급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어야 한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의 미래 성장가능성에 대한 보상 방법은 달리 하는 게 옳다. TSMC 등이 해온 미래 성과 달성 시 보상이 이뤄지는 장기 인센티브 형태다. 성과를 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거의 동일 비율을 집단적으로 적용하는 구조는 시대에 맞지 않다.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는 각자의 경쟁력으로 생존을 증명해야 한다. 다른 사업부의 성과에 기대는 구조로는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각자가 만들어낸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구조, 개인별 능력에 맞는 분배구조 위에서만 분배 정의가 바로 선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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