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BTS, K-유산, 부산
2026.03.30 19:01
방탄 공연·세계유산위 개최, 부산 ‘수혜도시’ 될 기회로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2022년 부산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왔다. 세계는 들썩였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펼쳐진 복귀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은 넷플릭스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는데, 무려 1840만 명이 실시간 또는 방송 종료 후 24시간 내 지켜봤다. 이날 발표된 정규 앨범 5집 ‘아리랑’은 발매 첫 주 약 417만 장이 팔렸고, 30일 ‘빌보드 200’ 메인 앨범 차트 1위에도 올랐다. BTS는 광화문 공연 직후 미국 뉴욕에서 스포티파이 이벤트와 구겐하임 미술관 무대 등을 펼치면서 글로벌 귀환 신고식에도 나섰다. 한 증권사는 BTS 컴백 앨범 매출이 2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화려한 컴백쇼보다 더 눈길은 끄는 건 BTS가 던진 화두 ‘K-유산(Heritage)’이다. 앨범에 우리나라 전통요 아리랑을 표제화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 K-유산의 글로벌 확장 시도에 나선 것이다. K-유산을 전면화한 건 BTS의 이번 앨범 트레일러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은 BTS 멤버가 원통형 음반을 트는 것으로 시작한다. 1896년 미국 워싱턴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일본에 유학 중이던 조선 청년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하며 당시 한국인이 사랑했던 대중음악인 ‘아리랑’을 육성으로 녹음한 것이다. ‘역사상 최초의 우리말 녹음’이자 한국의 대중음악을 처음으로 세계인에 알렸던 음반이다. BTS는 역사를 소환하며, 130년 전 세계인 그 누구도 몰랐고 관심 없던 한국 대중음악(K-팝)이 이젠 각광받는 존재가 됐으며, 뿌리를 당당히 드러내면서 더 깊게 뻗어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리랑의 여정은 BTS 5집 타이틀곡 ‘스윔(SWIM)’ 뮤직비디오에서도 드러나는데, 거대한 범선을 타고 대양을 항해하는 BTS 멤버 7명은 미국행 증기선에 오른 조선 청년 7명과 오버랩된다.
앞선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디아스포라발 K-유산이었다. 한국의 문화유산이라는 ‘특수성’이 세계인의 공감이라는 ‘보편성’과 잘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케데헌 영향으로 한국 문화유산의 보고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작년 관람객 수는 개관(1945년) 이래 역대 최다인 650만 명을 넘었다. 전년(379만)보다 70% 넘게 급증한 수치다. 2주 전 ‘2026 아카데미 시상식’은 K-유산의 세계화를 직접 목도하는 자리였다. 시상식 축하무대에서 주제곡인 ‘골든’이 나오기 전 ‘헌터스 만트라’가 전주곡으로 연주됐는데 판소리와 사물놀이가 울려 퍼지고, 갓을 쓰거나 장삼을 걸친 무용수들이 한국춤을 펼쳤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의 소리와 춤이라니! 아무리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인만 아는 전통적 요소가 세계인에 통할까? 하는 소심한 우려는 케데헌부터 BTS에 이르면서 반신반의를 거쳐 확신으로 이어졌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감독은 케데헌 무대를 응원봉을 흔들며 즐겼고, 스포티파이 등 미국 공연에서 해외 아미(BTS 팬덤)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가사를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따라 불렀다. 아리랑뿐만 아니라 BTS 컴백 공연 및 신곡과 연관된 세종대왕, 백범 김구, 성덕대왕신종, 경복궁 등 한국만의 키워드도 온라인상에서 단기간에 세계인의 집중적 관심을 받았다.
케데헌과 BTS가 판을 키운 K-유산, 지금 가장 뜨거운 이 명제가 부산엔 도시 브랜드를 키울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BTS는 내달부터 월드투어에 나서는데 오는 6월 12, 13일 공연은 부산에서 펼쳐진다. 군대에 가기 전 마지막 무대를 부산에서 가졌던 BTS가 이번엔 13번째 ‘생일잔치’(BTS 데뷔일이 2013년 6월 13일)를 부산에서 치른다. 부산을 향한 BTS의 잇단 ‘찐사랑’으로 BTS노믹스(경제효과)를 충분히 누리는 한편 연계 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부산의 헤리티지, 이른바 ‘B-유산’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계기로도 삼을 수 있다. 부산은 임시정부청사, 피란민 거주지 등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노력 중이고 다른 역사적 맥락도 많다. 더군다나 7월에는 제48차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유네스코 산하 정부 간 기구 회의로 매년 세계유산의 등재 및 보존·보호에 관련된 주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자리다. 우리나라는 1988년 가입 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의장국이 되어 역사적인 회의를 부산에서 주재한다.
이선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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