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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1000원·백반 4000원?”...‘극가성비’ 식당 찾아 ‘거지맵’ 뒤지는 청년들, 왜 이럴까

2026.03.30 18:42

[이슈, 풀어주리]
“연대생·홍대생 모여라” 밥값에 무너진 청년들
“햄버거 1000원·짜장면 3500원” 진짜 ‘극가성비’ 지도
김치찌개 8600원 시대…‘짠테크’가 다시 돌아온 이유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3월 등장한 ‘거지맵(우)’과 2023년 등장해 지금까지도 활성화 되고 있는 ‘거지방(좌)’
치솟는 외식 물가에 지친 청년들이 이제는 ‘지도’를 뒤지며 점심을 해결하는 시대가 됐다. 저렴한 식당 정보를 모아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 ‘거지맵’이 빠르게 확산되며 새로운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연대생·홍대생 모여라”…밥값에 무너진 청년들

‘거지맵’은 이름 그대로 ‘돈을 극단적으로 아끼는 사람’을 자조적으로 부르는 ‘거지’와 지도(맵)를 합친 말이다. 과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절약 정보를 공유하던 ‘거지방’이 진화해, 실제 위치 기반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신입 거지입니다. 반갑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껴보고 싶어서 들어왔다”, “유튜브·당근마켓 보고 입문했다”는 글을 남기며 커뮤니티에 참여한다.

특히 대학생들의 반응이 두드러진다. “연대생 모여라, 형제갈비골목이 나를 살린다”, “홍대생 모여라. 홍대 물가 못 버티겠다” 같은 글이 쏟아진다.

단순 정보 공유를 넘어 ‘챌린지 문화’도 등장했다. “올리브영 포인트 써서 지출 0원 달성”, “남들 놀 때 나는 식비 아껴 미래를 위해 산다”는 식이다. 이는 2023년부터 유행처럼 번졌던 일명 ‘카톡 거지방’에서 하루에 0원 지출을 목표로 일상을 공유하던 ‘무지출 챌린지’의 뒤를 잇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거지맵’은 앞서 발생한 ‘카톡 거지방’ 목적과 의도가 일맥상통한다. 개인의 ‘무지출’ 행위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연대와 정보 공유 측면에서 더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햄버거 1000원·짜장면 3500원”…진짜 ‘극가성비’ 지도

신촌·홍대 대학가의 ‘극가성비’ 식당들이 등록되어 있다. 거지맵 캡처
거지맵은 단순한 정보 사이트가 아니라,‘살아남기 위한 식비 전략 지도’에 가깝다. 거지맵의 핵심은 철저한 ‘가격 중심 필터’다. 지도에는 5000원 이하부터 최대 1만원 이하까지 가격대별 식당이 표시된다. 가장 높은 가격이 1만원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실제 등록된 메뉴를 보면 가격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달걀말이 2000원, 떡볶이 2500원은 기본이고 “중랑구 수제 치킨버거 1000원”, “OO반점 3500원 짜장면”, “4000원 김치찌개 백반” “OO동 5000원 돈까스” 같은 식당 정보도 공유된다.

5000원 돈가스가 ‘거지맵’에 등록된 모습. 거지맵 캡처
실제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세를 타며 계란말이 2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용자들은 직접 식당 이름, 메뉴, 가격을 입력해 데이터를 쌓는다. “바로 달려간다”, “멀어서 아쉽다”, “강남인데 나도 회사 앞 5000원 식당 찾았다” 같은 반응이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청년들 사이에서 “이정도면 싸다”고 느끼는 심리적 가격 저항선도 알아볼 수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가성비’ 브랜드 다이소를 예로 들었을 때, 이전에는 ‘1000원’이면 싸다고 느꼈지만 그 단가도 ‘5000원’ 선으로 올라갔다”며 “청년들이 심리적으로 ‘싸다’고 받아 들이는 외식 물가 상향선이 ‘1만원’이라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치찌개 8600원 시대…‘짠테크’가 다시 돌아온 이유

‘거지방’에 이어 ‘거지맵’이 다시 돌아온 데는 급격한 외식 물가 상승이 있다. 29일 행정안전부 개인서비스(외식비) 가격 현황에 따르면 서울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올해 2월 기준 평균 8654원으로 10년 전보다 약 2800원 넘게 올랐다.

또 국가데이터에 따르면 비빔밥은 1만161원, 냉면은 1만2538원으로 각각 3000~4000원 이상 상승했다. 칼국수와 김밥 역시 각각 9000원대, 3000원 후반까지 올라 더 이상 ‘서민 음식’이라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때 ‘저렴한 한 끼’였던 음식들이 만 원에 넘나들면서, 청년들은 스스로를 ‘거지’라 칭하며 더 싸게 먹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해가 지날수록 청년들의 취업·지갑 사정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스스로를 ‘거지’라고 부르는 것은 돈을 아껴 쓰는 것은 남들처럼 좋고, 비싼 것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고통스러운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을 빨리 파악하고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고 해석했다.

최 교수는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자들은 주체성과 예산을 가지고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특히 소비를 통해 성취감과 유능감을 느끼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발생하는데, 스스로를 ‘거지’라 칭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계획적 소비와 주체성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되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지맵의 등장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물가 상승이 만든 생존형 소비의 결과다. 일부 청년들은 더 이상 맛집을 찾지 않는다. 대신 ‘버틸 수 있는 가격’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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