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당신의 브랜드를 찾게 하려면
2026.03.30 15:22
오늘 아침 필자는 오픈클로(OpenClaw)에게 러닝화를 한 켤레 사달라고 요청했다. 브라우저를 열지도 않았다. 매장에 갈 필요도 없었다. 브랜드를 검색하지도, 여러 웹사이트를 돌며 가격을 비교하지도 않았다. 그저 AI 에이전트에게 새 러닝화를 보내달라고 문자만 보냈고, 에이전트가 상품 탐색부터 실제 구매까지 전 과정을 알아서 처리했다. 심지어 내 신발 사이즈를 따로 알려줄 필요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에이전트 커머스'의 핵심이다. 맥킨지는 이 시장이 2030년까지 미국 리테일 매출 1조달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 변화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지금 전자상거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타깃(Target)의 경우 챗GPT를 통한 유입이 매달 40%씩 늘고 있고, 일부 고객사는 첫 프롬프트부터 최종 결제까지 이어지는 에이전트 채널에서 전체 매출의 10%를 올리고 있다.
한동안 쇼핑 여정에는 분명한 '정문'이 있었다. 플랫폼에서 얼마나 잘 보이느냐, 광고를 얼마나 집행하느냐, 검색 순위가 얼마나 높으냐가 중요했다. 소비자가 어딘가에 먼저 도착해야만 구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 도착 지점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곧 커머스를 지배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퍼플렉시티(Perplexity)에 러닝화 추천을 요청하면, 상품 탐색 과정 전체를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에이전트에게 통째로 넘기는 셈이 된다. 어떤 상품을 보여줄지, 어떤 상품은 아예 노출조차 시키지 않을지를 AI가 결정한다. 여기에 스폰서드 리스트도, 검색 순위도, 도착해야 할 플랫폼도 없다.
실행 단계도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에이전트 기능을 갖춘 브라우저와 오픈AI의 UCP, 제미나이의 ACP 같은 프로토콜이 확산하면서, 탐색부터 구매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종단간 에이전트 커머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AI 에이전트에게 잘 보이는 브랜드는 구글 검색 결과 1위가 아니더라도 AI 검색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이 변화 속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고객이 쓰는 도구가 아니라, 고객 그 자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소비자 대상 디지털 커머스 시대를 규정한 개념이 사용자 경험(UX)이었다면, 지금 빠르게 떠오르는 '기업 대 에이전트(B2A)' 시대를 규정하는 개념은 '에이전트 경험(AX)'이다. 브랜드 입장에선 실제 고객층에 여전히 자사 웹사이트 접근을 차단하려 드는 자동 크롤러들까지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에이전트들이 사람처럼 웹을 둘러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AI 도구가 인용한 URL 가운데 구글 검색 상위 10개 결과와 겹치는 비율은 12%에 그쳤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챗GPT가 인용한 출처의 90%가 구글 검색 첫 20페이지 안에도 없었다. 전통적인 검색엔진최적화(SEO)만으로는 더 이상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제 승부를 가르는 것은 여기에 맞는 새로운 최적화 전략이다. 필자는 이를 '에이전틱 웹 최적화(Agentic Web Optimization)'라고 부른다. 이미 이 영역에서 준비된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필자는 제품은 바뀌지 않았는데도 콘텐츠 구조가 에이전트가 읽고 이해하기 좋은 방식이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순위가 밀려난 브랜드들을 봤다고 말한다. 반대로 AX와 답변엔진최적화(AEO)를 도입해 AI 중심 환경에서 보이지 않던 브랜드가 단숨에 1위로 올라선 사례도 있었다.
예컨대 한 로보틱스 기업 고객사는 콘텐츠를 AEO에 맞게 재구성한 뒤 4개월 만에 에이전트 노출도가 94% 늘었다. 기존 콘텐츠는 사람 독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분석 결과, 거대언어모델이 정보를 추출하고 인용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구조화된 형식이 부족했다. 명확한 FAQ 섹션, 실제 활용 사례, 사용자가 AI 도구에 실제로 던지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 브랜드는 콘텐츠 관련성을 더 높이고,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를 손봤다. 반면 경쟁사들은 여전히 모호하고 홍보성 강한 표현, 읽기 어려운 형식에 머물렀다. 그 결과 이 브랜드는 업계의 '기준점'이 됐다. 거대언어모델이 이 브랜드를 인용하기 시작했고, 에이전트도 이 브랜드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이때 필요한 전략은 비교적 분명하다. 우선 AI 에이전트가 자사 브랜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제는 거대언어모델이 웹사이트를 어떻게 크롤링하고 해석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도구도 나와 있다. 많은 브랜드가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큰 공백을 확인하고 놀란다고 한다.
또 콘텐츠는 사람뿐 아니라 에이전트가 읽기 쉽게 짜야 한다. FAQ, 구체적 사용 사례, 실제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중요하다. 키워드만 잔뜩 넣은 랜딩페이지로는 부족하다. 외부 인용 관리도 중요하다. AI 모델은 레딧(Reddit)이나 위키피디아(Wikipedia) 같은 출처에 큰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자사 브랜드가 그곳에서 어떻게 언급되는지 이해하고 서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API와 구조화된 스키마, 정돈된 상품 피드 같은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제품 데이터도 새 시대의 매장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 커머스의 전장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가설이 아니다. 타깃과 월마트(Walmart), 엣시(Etsy)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AI 에이전트가 정보를 소비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맞춰 API와 스키마, 콘텐츠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챗GPT로부터 들어오는 추천 유입 비중이 최대 35%까지 치솟고 있다.
소비자 행동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최근 어도비(Adobe) 연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거의 절반은 틱톡(TikTok)을 검색엔진처럼 쓰고 있다. 이미 14%는 구글보다 챗GPT에 더 의존하고 있다. '검색하고 클릭하는' 행동에서 '에이전트에게 묻고 승인하는' 행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짧고, 대부분의 브랜드가 깨닫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필자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B2A 영역에서 큰 진전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기업은 이제 사람 구매자만이 아니라, 그를 대신해 행동하는 AI 에이전트에게도 마케팅하고 판매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를 에이전트에 위임하고, 직접 웹사이트를 뒤지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결국 에이전트끼리 성공적인 거래 경험을 학습해 더 나은 추천을 내놓는 첫 '에이전트 대 에이전트' 네트워크도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 전자상거래 전장에서 앞서가는 브랜드들은 표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지금 AI 에이전트가 자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점검하고, UX보다 AX에 투자하며, 사람만이 아니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있다.
결국 다음 10년의 커머스 승자는 최고의 웹사이트를 가진 브랜드도, 구글 검색 순위가 가장 높은 브랜드도 아닐 수 있다. 기계가 이해하고, 신뢰하고, 추천하는 브랜드가 판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 Aviv Shamny &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아비브 샴니(Aviv Shamny)는 리미(Limy)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이다. a16z 스피드런 스카우트(Speedrun Scout)로 선정된 바 있는 그는 비즈니스 개발 리더로서 커넥팀(Connecteam), 소노비아(Sonovia) 등 신흥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제품, 고객, 자본의 접점에서 활동해 왔다. 아비브는 산업공학 학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기고문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포춘의 견해나 신념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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