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완전히 주범돼야"...박상용 검사는 왜 그때 그렇게 말했나
2026.03.30 12:01
| ▲ 29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박상용 검사의 녹취록 |
| ⓒ 오마이TV갈무리 |
박상용 검사는 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변호인에게 "이화영씨가 법정까지 유지시켜줄 그런 진술이 저희가 필요한 거고, 실제로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라고 전화했을까.
<오마이뉴스>는 2023년 6월 당시 수사상황을 엿볼 수 있는 검찰의 이화영 전 부지사 피의자신문조서를 입수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2019년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이의 '보고·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에 정치인 이재명의 방북을 위한 비용 800만 달러를 대신 낸 것으로 수사방향을 설정했고, 이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를 입증하기 위해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야 이 대통령을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6월 12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이 북한에 이 대통령 방북비용을 대납했다고 이 대통령에 대해 보고를 했다'면서 검찰 수사방향에 부합하는 진술을 처음 내놓았다. 그런데 나흘 뒤인 6월 16일 조사에서 진술이 다시 바뀌더니 6월 18일에는 검찰이 설계하고 있던 공소사실에 대해 완전히 선을 그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6월 19일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2023년 6월 9일-12일] "그런 사실 없다" → "보고했다"
6월 9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은 명확했다.
스마트팜 사업과 관련한 500만 달러 지원 약속 여부에 대해 "없다"고 했고, 경기도가 부담하지 못한 비용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대납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사실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통령과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 송민경 검사 : "피의자는 경기도에서 북한에 지원을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이를 김성태에게 대납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있나?"
- 이화영 : "그런 사실 없다."
그런데 불과 사흘 뒤 진술이 바뀐다. 이 전 부지사는 조사 시작과 동시에 송 검사에게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말하며 기존 태도에서 한 걸음 나아간다.
"평화부지사로 있으면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추진한 사실이 있다. 2차 국제대회에서 김성태, 송명철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도지사 방북을 요청했는데, 송명철이 도지사 방북을 위해서는 돈이 좀 든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래서 김 회장에게 그런 것을 잘 처리해줄 것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도지사님께도 말씀드렸다."
'쌍방울 대납+이재명에 보고+이재명 인식'이라는 틀이 만들어졌다.
[2023년 6월 14일-15일] "김성태에게 방북을 부탁했다"
|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2025-10-16 |
| ⓒ 남소연 |
이후 진술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이 전 부지사에게 질문을 던진 검사도 수원지검 1313호실의 주인공 박상용 검사로 바뀐다. 이 전 부지사는 박 검사에게 "김성태에게 방북을 부탁했고, 그 사실을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명확히 말한다.
"2019년 7월경으로 기억하는데 필리핀 국제대회에 대해 지사님께 보고를 드리면서 '기업이 끼어야 지사님 방북이 성사되기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현재 기업으로 하여금 방북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게 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음날인 6월 15일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에서 방북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이재명 지사에게도 보고했냐"는 박 검사의 질문에 "오늘은 말하겠다"며 아래와 같이 덧붙인다.
"쌍방울 그룹의 김성태 회장이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추진하고 있고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방북비용을 경기도의 기금이나 공식 비용으로 처리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김 회장도 이재명 지사의 방북이 자신의 대북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 그 비용까지 알아서 전부 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이재명 지사에게도 보고드렸다."
[2023년 6월 16일-18일] "그건 사실과 다르다"
검찰 입장에서 9부 능선을 넘었다 생각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다시 후퇴한다. 6월 16일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긋는다. 이 전 부지사는 '방용철 부회장으로부터 방북비용 논의과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도 "받은 적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전달한 구체적 과정에 대해서도 "모르는 내용"이며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6월 18일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이 이 대통령을 위해 북한에 돈을 대납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완전히 선을 그어버린다.
- 박상용 검사 : "김성태는 쌍방울이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의 대납을 약속하지 않았다면 북한에서 2차 국제대회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여, 방북 비용 대납 약속이 위와 같은 북한의 국제대회 참석을 이끌어 낸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하고 있다. 어떤가?"
- 이화영 : "그것은 김성태 회장의 생각이다. 경기도와 북한 간의 정해진 일정에 따라 행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 부지사는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상황은 몰랐다"라고 강조했다.
- 박상용 검사 : "피의자는 이재명 지사에게, 방북 비용까지 처리해줄 사람이 쌍방울 그룹의 김성태 회장이다라고 명시적으로 보고를 드렸다는 것이지?"
- 이화영 : "김성태 회장이 지사님 방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은 말씀드렸다. 다만 내가 어떻게 도지사에게 '쌍방울이 지사님 방북비용을 대신 내준다' 이런 노골적인 워딩으로 보고를 하겠나."
즉, 쌍방울의 자체적인 비즈니스 진행 과정에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해 도움을 줬다고 보고한 것이지, 쌍방울이 비용을 지불하거나 그것이 목적이 됐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통화가 이뤄진 6월 19일 이후
| ▲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2025-10-16 |
| ⓒ 남소연 |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바로 6월 19일 통화다.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박 검사는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서민석 변호사에게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이틀 뒤인 6월 21일, 이 전 부지사는 박 검사를 만난 자리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 박상용 검사 : "도지사의 방북비용을 사기업에게 내라고 하는 것이 업무라고 할 수 있나?"
- 이화영 : "쌍방울 그룹이 대북사업을 하면서 그 와중에 이 지사의 방북도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이 지사에게 방북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재명 지사님께 보고도 현대아산의 예를 들어서 설명드린 거다."
조사 말미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김성태와 대질시켜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다음날인 6월 22일 김 전 회장과의 대질 자리를 마련됐는데, 이 전 부지사는 이 자리에서도 검찰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20여 일 뒤인 7월 12일, 이 전 부지사는 수원구치소에서 변호인 김형태 변호사에게 '검찰과 쌍방울 김성태 회장의 압박 속에서 거짓 진술했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고 밝힌다. 그 이후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은 현재까지 변화가 없다.
한편 박 검사는 서민석 변호사와의 전화 녹취가 공개된 뒤 자신의 SNS에 반복적으로 반박 입장을 내고 있다. 그는 "이화영 종범 의율 제안을 한 것은 서 변호사"라면서 "기사의 녹취는 짜깁기되어 마치 역으로 제가 제안한 것처럼 둔갑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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