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만난 피할 수 없는 미래 AI에이전트 방송 후기
2026.03.30 08:13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는 질문에 답을 내놓는 데서 출발했다. 그러나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가 등장하고 있다. 목표를 주면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며, 컴퓨터를 직접 조작해 실행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다. 인간을 대신해 행동하는 AI가 현실이 된 지금, 우리는 AI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
지난 3월 17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나의 완벽한 비서 - AI 에이전트 시대' 편 (☞ 방송보기)은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조명했다. 디지털 유목민의 성지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풍경으로 시작한 방송은 AI 에이전트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는 한편, 인간이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AI 에이전트 시대'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3월 21일 해당 회차를 취재한 우한울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우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방송 끝낸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I는 <시사기획 창>에 오면서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이슈들이 이어지면서 계속 미뤄지다 이번에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됐어요. 나름 만족할 만큼 충분히 고민하고 취재했고, 그 과정에서 느낀 핵심 메시지도 잘 정리해 전달한 것 같습니다."
'AI 에이전트'에 대해 어떻게 하게 됐나요?
"AI는 발전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어떤 분 표현으로는 '1년이 10년 같다'고 할 정도죠. 처음에는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 10주년을 계기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현재와 미래를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새로운 기술과 흐름이 계속 등장하면서 방향을 바꾸게 됐습니다.
과거를 정리하기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핵심을 정확히 짚는 것만도 충분히 어렵고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제를 'AI 에이전트'로 좁혔습니다. 사실 취재 초기에는 AI 에이전트가 막 등장하던 시점이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입니다."
취재 전에는 AI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었어요?
"그동안은 거대언어모델에 대해 상식적인 수준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기반의 신경망이 데이터를 학습해 단어 사이의맥락을 파악하고, 질문에 맞는 답을 연결해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다는 정도, 그리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이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우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훨씬 더 밀착해서 바라보게 됐습니다."
해외 취재도 진행했던데 어땠나요?
"더 큰 박람회나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취재 기간이 두 달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우리는 지금 AI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보면, 알파고 대국 이후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먼저, 그리고 직접적으로 겪은 바둑계와 프로 기사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둑계는 AI의 파고를 가장 먼저 맞은 현장이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다가 '실리콘 발리'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를 가리키는 말로, 코로나 이후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이 모여든 곳입니다. 저는 이들이 AI시대의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집단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가까운 미래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판단했고, 그렇게 생각한 지 이틀 만에 바로 발리로 떠났습니다."
하루 30분 일하는데 한 달 매출 1억 5천이란 보안 전문가 얘기가 나오던데.
"어떻게 보면 '먼저 온 미래'를 사는 한 사람의 단면을 본 셈입니다. 하루 30분 일하고 한 달에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건 지금 기준에서는 놀라운 일이지만, 그 사람에게는 이미 AI와 공존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단순히 수입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구조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저희가 방송에서 전하고 싶었던 핵심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이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가 하는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가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면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입니다. 실제로 보안 전문가였던 매튜 카도 과거에는 그렇게 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업무를 맡기면서, 본인은 하루 30분만 일해도 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시간을 단순히 쉬거나 소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는 더 중요한 고민을 합니다. 회사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계획하는 등 더 큰 의사결정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절약된 시간만큼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삶의 질도 높아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의 전부를 방송에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AI 에이전트라는 개념이 낯선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존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온 AI는 주로 LLM(Large Language Model), 즉 거대언어모델과 대화하며 궁금한 것을 묻고 답을 확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직접 조사하고 정리해 습득해야 했다면 이제는 그 과정을 LLM이 대신해주는 셈입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단순히 답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컴퓨터 안에서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눈과 손발'을 갖게 된 개념입니다."
로봇 아닌가요?
"피지컬 AI라고 하는 건 물리적 실체를 갖고 밖에 나온 건데요. 물론 그것도 에이전트이긴 하지만 에이전트의 개념으로 물리적이냐 피지컬하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아요. 에이전트는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해서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부동산 중개인에게 맡기잖아요. 부동산 중개인이 에이전트죠. 부동산에 맡기면 중개인이 살 사람을 컨택해서 협상하고, 계약에 이르기까지 일을 수행하죠. 제가 계약조건을 주고 권한을 위임하면 중개인이 다 판단해서 행동합니다. 이처럼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 해준다는 거예요."
김문정 씨가 초등학교 교사라는 건 반전 같아요. 전 IT 업계 종사자일 거라 짐작했거든요.
"그 선생님의 사례에는 제가 앞서 말씀드린 내용이 거의 다 담겨 있습니다. 이분은 유튜버이기도 한데, AI를 배우는 것을 미래에 대한 준비로 보고 계셨습니다. 동시에 교육자로서 아이들에게 AI를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강한 동기도 갖고 있었죠. 그래서 '오픈클로(OpenClaw)' 같은 강력한 AI 에이전트가 등장했을 때, 직접 먼저 써봐야겠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 투자라는 소재를 선택했는데, 다소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의도적인 선택이었어요. 핵심은 투자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소액 투자와 모의 투자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결국 AI 에이전트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판단하는지를 관찰하고, 그 자체를 다시 데이터화해 분석함으로써 AI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시도였던 거죠. 이 과정에서 선생님이 느낀 점도 인상적입니다. 과거에는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안에서만 선택해야 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AI 시대에는 접근 방식이 달라집니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한번 해보자'로 바뀌는 거죠. AI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고 함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변호사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AI 에이전트에 적절한 데이터와 학습을 제공하면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시스템도 만들 수 있는 셈이죠. 결국 우리는 기존의 직업적 틀에 머무르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일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IT 전문가가 아니라 김문정 씨 이야기를 담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질문에는 이미 답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 AI로 인해 프로그래머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코딩 학원이 줄어드는 등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그런 현상은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저희는 '그 다음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AI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AI 에이전트를 통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훨씬 넓어지고,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점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그 변화 속에서 '교육자'로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선생님 역시 가능성과 과제를 함께 안고 고민하고 계신 상황입니다. 이 두 가지 메시지가 맞닿아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그 선생님의 사례를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주식 거래를 하고 식단 조언도 해주나 봐요?
"에이전트를 만들어 학습시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전문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료 행위는 반드시 약사나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적인 건강 관리까지 모든 것을 전문가에게 맡기지는 않잖아요. 보통은 스스로 검색하고 정보를 찾아보며 판단합니다. 이런 영역에서 AI 에이전트가 중심을 잡아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내 건강 상태를 100% 정확히 파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AI 에이전트를 '매니저'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 매니저는 나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관찰합니다. 하루에 얼마나 일하는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현재 컨디션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죠.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에이전트에게 일정 부분 건강 관리를 맡기고 조언을 받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AI 에이전트가 주문은물론 구매까지 해주던데?
"방송에 등장한 곳은 '인핸스'라는 AI 에이전트 스타트업입니다. 회사에는 기본적으로 반복적이고 루틴한 업무들이 많은데, 이런 작업을 에이전트와 함께 수행하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공존하며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B2B, 즉 기업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공급해왔고, 그 과정에서 경험과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해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는 개인을 위한 '비서형 AI'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단계에 있습니다.
현재 컴퓨터 운영체제는 크게 윈도우와 애플(macOS)로 나뉘지만, 앞으로는 'AIOS' 같은 AI 중심 운영체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인핸스 역시 이런 방향성을 반영해사용자가 키보드나 마우스를 직접 조작하지 않고 말로 명령하면 에이전트가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환경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만 원 구매' 기능도 하나의 에이전트 역할일 뿐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처리할 수도 있지만, 권한을 부여하면 에이전트가 대신 수행해주는 구조인 것이죠. 결국 핵심은 사용자의 지시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대리 수행' 능력에 있습니다."
방송 보니 제작진이 '여행 예약 에이전트'를 구축했던데, 여행 에이전트를 선택한 이유는?
"여행 에이전트 같은 서비스가 가장 먼저 실용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항공권이나 여행상품 구매를 대신해주고, 식당과 호텔 예약을 처리해주는 기능 같은 것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길찾기처럼 이미 AI가 잘 수행하고 있는 기능에서 더 확장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쇼핑과 예약 같은 서비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어,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프롬프트 인젝션(prompt injection)'이 호텔 홈페이지나 쇼핑몰에 숨어 있다면, 나를 대신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가 오염된 정보나 특정 의도에 영향을 받아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결국 그 피해는 사용자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여행 에이전트에게 50만 원 한도란 조건을 제시했는데, 결제금액은 이를 초과했어요.
"제가 '50만 원'이라는 예산조건과 함께 '힐링 여행'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죠. 인간이라면 보통 예산을 먼저 기준으로 삼아 50만 원을 넘는 선택지는 애초에 제외할 겁니다. 하지만 AI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설득하거나 특정 정보가 반복적으로 주어지면, 그 영향을 받아 판단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간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예산을 정해놓고도 광고나 추천을 보다 보면 점점 더 비싼 상품에 끌리는 경우가 있죠. 다만 누군가의 판단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라면, 보통은 정해진 기준을 지키려는 책임의식이 있습니다. 문제는 AI 에이전트가 이런 '선을 지키는 기준'을 충분히 갖추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를 잘 쓰려면 먼저 AI에 대해 잘 아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AI를 완전히 알 수는 없더라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인간도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왜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며, 의식을 갖는지에 대해 뇌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그 메커니즘을 끝까지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암묵지'라고 합니다.
AI 역시 내부 작동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 '랙박스'와 같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성찰해왔듯이, AI 역시 그 내부를 더 깊이 들여다보려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그 한계를 인식하고, 인류에 이롭게 활용하면서 신중하게 공존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저는 처음에는 AI를 하나의 선택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쓰고 싶은 사람만 쓰면 된다고 봤죠.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AI와의 공존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AI는 우리의 욕망을 실현해주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AI와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다만 AI의 '블랙박스' 같은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AI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 한계를 경계하면서 더 깊이 관찰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할지 고민하는 일입니다. 숙명처럼 다가온 변화 속에서 각자 나름의 공존 방식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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