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포화 속에 방산·건설株 웃고 자동차·항공株 울었다
2026.03.29 08:00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이란 전쟁이 한 달 가량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는 업종별로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유가 급등을 발판으로 방산, 건설 등은 상승 흐름을 이어간 반면 비용 부담이 커진 운송·제조 업종은 약세를 보이며 시장의 힘의 균형이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정유·방산·건설에 집중된 전쟁 영향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쟁 직후 유가 급등의 수혜는 정유주에 집중됐다. 국제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며 주가를 끌어올린 영향이다.
지난달 27일 전쟁 발발 이후 흥구석유는 종가 기준 1만7610원에서 3만2700원까지 급등했고 한국석유도 1만6300원에서 2만8150원까지 상승했다. 에쓰오일 역시 11만원에서 13만4700원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후 정유주는 국제 유가와 이란 정세 변화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정유업황을 두고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증가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부담, 수송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중동과 유럽 정유사들의 가동률 조정으로 중간 유분 마진이 확대되면서 국제 스팟 기준 등·경유 마진은 예상보다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건설, 원전, 방산, 원자재 업종도 점차 수혜 흐름을 보였다. 전쟁이 단순한 충돌을 넘어 군비 확대와 공급망 불안, 전후 복구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적 영향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우선 방산은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나타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K-방산 관련주가 급등했으며 이후 중동 리스크 장기화 국면에서는 차익실현 매물로 일부 조정을 받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주가는 전쟁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7일 종가 119만5000원에서 이달 13일 148만8000원까지 올랐다가 27일 133만5000원으로 내려왔고 LIG넥스원도 같은 기간 50만9000원에서 83만4000원까지 급등한 뒤 73만5000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오준호 스터닝밸류리서치 연구원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까지 이어진 대규모 수출 계약은 K-방산이 단순히 무기를 파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안보 체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건설 업종은 원전 사업과 전후 재건 수요 기대가 반영되며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지난달 27일 종가 1만140원에서 27일 1만7260원까지 상승했고 GS건설도 2만2400원에서 이달 23일 3만1850원까지 올랐다가 27일 2만6350원으로 조정됐다.
전쟁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자 비료·곡물 등 원자재 관련 종목도 공급망 불안 기대를 반영하며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중동과 흑해 지역 리스크로 식량과 비료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가격 상승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영향이다. 남해화학, 조비 등 비료주와 일부 곡물·사료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나프타 공급 차질 우려까지 더해지며 관련 업종 전반을 자극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수지·페인트 등의 핵심 원료로 수급 불안이 커질수록 가격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삼화페인트는 지난 26일 장중 11%대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고 대영포장은 29%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운송 어렵고 유가 뛰자 자동차·항공 '제동'
반면 자동차주는 전쟁 발발 이후 낙폭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현대차는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달 27일 장중 68만7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49만원대로 내려앉았고 기아 역시 같은 기간 20만5500원에서 15만원선까지 밀렸다. 물류비 상승과 부품 공급 차질이 겹치며 실적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업황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반등 가능성은 남겨두고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황 부담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피지컬AI 신사업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다"며 하반기 로봇 산업 관련 수주를 반등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항공주는 유가 직격탄을 맞았다.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30%를 차지하는 유류비가 고유가 국면에서 급격히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달 초 2만2000원선까지 떨어진 뒤 2만5000원대로 일부 회복했지만 지난달 27일 종가 2만810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하락 구간에 머물러 있다.
항공사들이 4월 유류할증료를 인상했지만 이는 비용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동시에 여행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환율과 고유가가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2분기부터 실적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전쟁이라는 변수는 산업 내 구조조정을 앞당기고 결국 경쟁력을 갖춘 기업 중심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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