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전지현 아니고 시어머니…"사랑한다"
2026.03.28 05:50
'덕질'에 빠진 시니어 팬들, 가요계 '큰손'으로
콘서트관람·굿즈구매·성지순례…"액티브 시니어"
"팬덤 활동이 참여와 교류 통로 되며 삶의 활력소"
"좋아하는 대상에 돈 쓰는 '가치 소비'가 시니어 팬덤 강화"
[영화 '파일럿'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이 세계적 화제를 모은 가운데 톱스타 전지현(45)의 시어머니가 난데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지현이 아니다.
그 자신 유명 디자이너이지만 어느새 '전지현의 시어머니'로 불리고 있는 이정우(70)가 지난 21일 개인 인스타그램에 "영어 하는 리더와 10년 지나도 영어 못하는 애들. 그래도 사랑한다 모두"라며 #BTS 해시태그를 달아 글을 올린 게 '표적'이 됐다.
일부 누리꾼들이 BTS를 저격한 것이라고 비판하자 이정우는 이틀 후 "10년 차 아미가 자기가 응원하는 사람들 비난하는 걸 올릴까? 그것도 3년 9개월 만에 위대한 음반을 가지고 위대한 컴백을 한 내 팀에게"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손자들을 둔 '할머니'가 공개적으로 '아미'(BTS 팬덤명)라고 '커밍아웃'(?) 하자 더 큰 화제가 됐다.
이러한 시니어들의 '덕질',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 파워풀한 움직임이 됐다.
[이정우 디자이너 개인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쑥스럽지만 나도 아미야"…외국인 시니어 팬들도 '덕질'은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며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행위를 뜻한다. 과거에는 주로 아이돌그룹을 좋아하는 1020의 문화로 여겨졌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 속 K팝이 산업화·글로벌화하고, 트로트 시장이 커지면서 중장년층, 나아가 노년층이 이러한 '덕질'의 세계로 대거 들어왔다. 콘서트를 찾고 가수가 다녀간 장소들을 일일이 방문하는 '성지 순례'에 나서며 온라인 응원 콘텐츠도 제작한다.
자식뻘·손자뻘 스타를 열렬히 응원하는 이들은 시간과 경제력으로 무장한 덕에 젊은 층보다 오히려 더 체계적이고 꾸준하게 팬 활동을 이어간다는 평가마저 받는다.
배우 김갑수(68)는 2020년 10월 방탄소년단 공식 팬 커뮤니티에 가입해 "쑥스럽지만 나도 아미야"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그는 방송과 유튜브에서 BTS 멤버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예의 바른 태도와 음악적 완성도에 감명받아 팬이 됐다고 설명했다.
[위버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시니어 팬에 국경은 없다.
2021년 1월에는 카멀라 해리스(62) 당시 미국 부통령이 취임 직후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BTS를 팔로우한 사실이 드러나며 화제를 모았다.
또 2024년에는 콜린 크룩스(57) 주한 영국대사가 블랙핑크 콘서트를 관람한 뒤 BTS의 제이홉 등 한류 스타들과의 만남을 SNS에 공개하며 K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같은 해 독일 출신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52)은 걸그룹 아이브의 콘서트를 찾아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응원봉을 흔드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런가 하면 가수 아이유에게는 '유애나(아이유 팬클럽 이름) 미국 할아버지'로 불리는 유명한 '찐팬'이 있다.
미국인 제브 라테트(78) 씨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이유의 음악과 출연 드라마를 꾸준히 소개해 왔고, '유애나'에도 가입하는 등 적극적인 팬 활동을 이어왔다. 이에 아이유가 2024년 라테트 씨를 자신의 콘서트에 초대하기도 했다.
[제브 라테트 씨의 개인 유튜브 채널 'Zev Does KDrama'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7080 배우들이 사랑하는 트로트 가수들…"노래가 큰 힘" 국내에서는 특히 트로트 가수의 시니어 팬덤이 강력하다
배우 김영옥(88)은 대표적인 '임영웅 할매 팬'이다.
김영옥은 2025년 8월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생일을 기념해 팬들이 모인 '생일 카페'를 방문해 사진을 찍고 굿즈(기념 상품)를 살펴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당시 그는 "이 나이에 이런 곳에 처음 와본다"며 "우울할 때 그의 노래가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배우 나문희(84) 역시 2024년 1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를 관람한 뒤 팬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노래가 꼭 내 이야기 같았다"며 남편을 떠나보낸 뒤 임영웅의 음악에서 위로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배우 박원숙(77)은 2020년 6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제작발표회에서 트로트 가수 정동원과 영탁의 팬이라고 밝히며 프로그램에 출연해줄 것을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방송된 EBS TV 다큐멘터리 'PD로그 : 덕질하기 딱 좋은 나이'는 중년 여성들이 트로트 가수에 빠져드는 이유를 조명했다. 제작진이 직접 가수 영탁의 팬클럽에 가입하는 것에서 시작해 굿즈 제작, 콘서트 후기 공유 등 중년 팬덤의 일상을 따라가며 호응을 끌어냈다.
해당 프로그램 영상이 올라온 유튜브 채널에는 "내 얘긴 줄 알고 무척 공감되었습니다. 영탁 님 덕분에 무채색이던 나의 일상이 총천연색으로 빛난답니다"(구구쇼), "잘 봤습니다. 피디님 팬 되신 거 감동이었어요"(정**), "저 마음들이 내 마음 같아 진짜 공감이 되네요"(my***) 등의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 채널 '김영옥 KIM YOUNG OK'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시간·경제적 여유가 생겨 더 적극적으로 참여" 이들 시니어 팬은 가요계의 '큰손'이다. 이들의 '덕질'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
티켓 예매 플랫폼 예스24에 따르면 콘서트 티켓 구매자 중 50대 이상 비율은 2019년 5.5%에서 2022년 9.7%로 빠르게 증가했으며, 자녀가 대신 예매하는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중장년 관객 비중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영웅 팬 김모(62) 씨는 27일 "젊을 때는 좋아하는 가수가 있어도 바쁘게 사느라 쫓아다닐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시간도 생기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겨 콘서트나 팬카페 모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영웅 노래를 들으면 위로가 되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며 웃었다.
2024년 흥행한 영화 '파일럿'에는 열혈 '찬스'(이찬원 팬덤명)가 등장한다. 주인공 정우(조정석 분)의 엄마(오민애)는 "자식보다 이찬원"이라며 집안을 온통 이찬원의 굿즈로 꾸미는가 하면 이찬원의 발길이 닿은 곳을 쫓아다니는 '성지 순례'로 늘 바쁘다.
앞서 2021년 하나금융그룹이 발표한 보고서 '트로트 열풍으로 보는 오팔(Opal)세대의 부상과 팬덤경제'는 팬덤 문화가 젊은 세대를 넘어 50~60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팔 세대는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어르신들'(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을 뜻한다. '액티브 시니어'라고도 불린다.
보고서는 오팔 세대가 팬클럽 활동과 굿즈 구매, 기부, 광고 후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를 적극 지원하며 팬덤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팬 활동은 젊음을 유지하려는 욕구, 과거 문화에 대한 향수, 새로운 소속감과 자아를 찾으려는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팬덤이 중장년층의 새로운 문화·소비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튜브 채널 'EBS 다큐'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김헌식 중원대 특임교수 겸 문화평론가는 "50~60대는 이미 1990년대 대중문화 팬덤을 경험했던 세대"라며 "새롭게 등장한 것이라기보다는 과거 팬덤 세대가 나이를 먹으며 현재의 K팝 팬덤 문화에 적응하고 진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이 기존 방식이 아니라 오늘날 K팝 팬덤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년 이후에는 문화적으로 소속감을 느낄 공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팬덤 활동이 참여와 교류의 통로가 되면서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기꺼이 비용을 쓰는 '가치 소비' 성향이 시니어 팬덤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를 집필한 이동우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도 "오늘날 시니어는 더 이상 수동적인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며 "팬덤 활동 역시 이러한 능동적 삶의 방식이 문화 영역에서 드러난 사례"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의 50~60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신체적·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해 집 안에 머무르기보다 외부 활동과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찾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이 공연 관람이나 팬 활동처럼 새로운 관심사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파일럿'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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