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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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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평생 낙인찍혔지만… 남은 삶은 다르게 살고 싶어졌다

2026.03.28 04:31

[만델라 소년학교 소년수형자 인터뷰]
범죄소년 교육하는 교도소 내 학교
공부 통해 '성취의 기쁨' 깨달았지만
조진웅 사건이 일깨운 '사회적 낙인'
과거 지울 수 없고, 편견 이해하지만
"색안경, 조금 옅은 색으로 바꿔주길"
1월 23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형자들이 생물 수업을 듣고 있다. 하상윤 기자


최근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하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촉법소년이란 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아동을 뜻한다. 근래 5년간 검거된 촉법소년 절반이 13세일 정도로 제도를 악용한 소년범죄가 늘고 있고 죄질이 나빠지는 경향도 뚜렷해 보호처분만으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연령을 낮춘다고 범죄가 줄어든다는 근거가 부족할뿐더러 처벌로 낙인이 찍히면 사회 적응이 어려워 또다시 범죄에 빠져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24년 기준 소년수형자 재범률은 36.1%로 전체 수형자보다 1.6배나 높다.

전문가들도 '전과'에 '학업 단절'까지 겹친 소년범들이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단죄가 반드시 교화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법적 책임의 기준을 재정립하기 이전에, 소년범들이 죗값을 치르면서도 회복과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을까. 최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소년수형자들을 만나 답을 찾아봤다.

'성취의 기쁨' 알게 한 공부

만델라 소년학교 정문 쇠창살 사이로 학교의 교훈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명언이 새겨진 문패가 걸려 있다. 박시몬 기자


서울남부교도소에는 전국에 하나뿐인 학교가 있다. 소년수형자의 출소 후 사회 적응을 돕고 재범을 막기 위해 2023년 설립된 소년 전담 교정시설, 만델라 소년학교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명언을 교훈으로 삼는다. 소년부 재판이 아닌 형사 재판에서 14~17세에 징역형을 받은 범죄소년 3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만델라 소년학교 아이들은 공부를 통해 삶의 궤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최근 2년간 1년에 두 차례 있는 검정고시에 4회 연속으로 전원(104명) 합격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9월 합격자들에게 책을 선물하며 "다시 일어설 여러분을 믿고 응원한다"는 격려를 보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 만델라 소년학교 검정고시 합격자들에게 선물한 도서에 격려 글귀가 적혀 있다. 서울남부교도소 제공


이곳에서 학업 성적 1등은 이준영(가명·19)군이다. 지난해 12월 검정고시 모의고사에서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전 과목 평균 95.8점을 맞았다. 영어교사로 근무 중인 이모(43) 교도관은 "이군이 처음 왔을 때 영어 성적은 수능 8등급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수능에선 2등급을 간발의 차로 놓쳤다"고 귀띔했다.

이군은 초등학교 5학년에 접은 공부를 고등학생 나이에 교도소에서 다시 시작했다. 사회에서는 부모와 떨어져 연락도 거의 하지 않았던 그가 내려놓았던 펜을 다시 잡은 건 결국 가족 때문이었다. "여기서 공부하겠다"는 말에 기뻐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늘 아른거린다. 이군은 "공부가 하기 싫을 땐, 공부를 잘해서 돈을 잘 벌면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걸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군이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얻은 건 지식이 전부는 아니다. 성적이 오르고, 이해를 넓히고, 어른들에게 칭찬받는 경험은 성취의 기쁨을 알려줬다. 예전엔 미처 몰랐던 세계다. "너무 재미있어요." 이군의 목소리가 들떴다. 언젠가 대학에 진학한 뒤 공부를 이어가 석사,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사회에 유용한 기술을 연구하고 싶다는 꿈도 조심스럽게 품고 있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진 않는다. 전과라는 주홍글씨가 가벼울 리 없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이군은 '소년범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느냐'는 질문에 "평생 짊어질 제 행동에 대한 책임"이라고 답했다.

조진웅 사건으로 본 '사회적 낙인'

1월 23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형자 이준영(가명)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지난해 12월 소년범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있었다. 배우 조진웅은 소년범 전력이 폭로된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은퇴했다. 이곳 아이들도 신문이나 교도관, 가족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해 알고 있었다.

교도관들은 당시 소년수형자들과 조진웅 사건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비슷한 처지였던 조진웅을 옹호할 것이라 지레짐작했지만, 오히려 "조진웅의 범행이 심각한 흉악범죄였고 그 정도 범죄라면 조용히 지내면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을 선택했어야 한다"며 냉정하게 평가했다고 한다.

영어교사인 이 교도관은 "아이들이 조진웅에게 어느 정도 자신을 투영하는 것 같다"며 "사회에 드러나는 직업은 갖지 않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군 또한 "피해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 뒤편에서 받침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자신을 낮췄다.

1월 23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의 한 소년수형자 책상에 ‘중요한 건 꺾였지만 그냥 하는 마음, Just do it(그냥 하자)' 글귀와 '자수성가 개과천선 심사숙고' 등 사자성어가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다. 하상윤 기자


다만, 소년수형자들도 조진웅을 보며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군은 "대학에 갔는데 전과가 밝혀져 매장을 당하면 어쩌나 고민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긴 번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냥 열심히 살자'였다. 변명하기 힘든 과거와 잘 살아보고 싶은 미래 사이에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였다.

이군은 사회에서 새로 사귈 친구들이 그의 과거를 알게 돼 등을 돌리더라도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고 했다. "달라지려 노력했다고 항변하기엔 스스로 염치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군에게는 낙인을 수용하는 것도 반성의 일부인 듯했다.

"반성은 긴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시작하기는 쉽지만, 어떤 것들을 뉘우치고 바꿔야 하는지는 삶 속에서 계속 찾아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시선 바뀌기 쉽진 않겠지만…"

1월 23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형자 이준영(가명)씨가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군은 '색안경을 벗어달라'고 하지 않았다. 부당한 편견이 아니라, 잘못으로 인한 업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다. "되돌리지 못할 행동을 왜 했을까 항상 후회해요. 저 때문에 피해를 입은 분께 너무 죄송하고,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범죄 피해자분들이 쓴 책도 읽어보고 있어요. 많이 무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보를 짊어지고서라도 언젠가는 사회에 다시 나가 살아야 한다. 이군은 "시선이 바뀌긴 쉽지 않겠지만, 아주 조금씩이라도 색이 옅은 안경으로 꾸준히 바꿔 써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 색을 옅게 만드는 것은 본인 몫이라 생각하느냐고 마지막으로 묻자, 이군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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