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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는 건 힙하지 않잖아요”… 20대 절반 이상이 ‘월 1회 이하 음주’

2026.03.28 01:43

[위클리 리포트] 비주(酒)류가 주류인 첫 세대
조사 20년 만에 非음주층 최고치… 팬데믹 종료 후 오히려 금주 가속
캠퍼스선 MT-사발식 대신 대화… 학생회가 앞장서 ‘3잔 만취’ 단속
“근 손실 부르는 숙취보단 오운완”… 日 ‘시라후’-美 금욕 세계적 열풍
게티이미지뱅크

《‘비酒류’가 중심이 된 대학가 20대 절반 “월1회 이하 음주”

과거 대학가에서는 밤샘 술자리가 당연했지만, 이제는 술 대신 제로콜라 등 음료를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더 익숙해졌다. 캠퍼스에서 사발식 같은 ‘부어라 마셔라’ 관행은 자취를 감췄고, 학생회가 나서 “3잔 이상만 마셔도 위험군”이라며 음주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 마신다고 응답한 19∼29세 비율은 2024년 56.0%로,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더 높아졌다. ‘굳이 취할 필요 없다’는 ‘비주(酒)류’가 주류인 첫 세대가 된 것이다.》

연세대 2학년 배혜윤 씨(20)는 올해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며 학생회로부터 지침을 받았다. ‘술을 3잔 마신 신입생을 (만취) 위험군에 배정해 달라’고 사전 교육을 받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행사 참가자가 과음하지 않도록 학생회 차원에서 ‘술 단속’에 나선 것이다. 배 씨는 “(이런 교육을 할 만큼) 요즘 대학에선 술을 잘 마시지 않고, 한 학기를 통틀어 술자리는 한두 번뿐”이라며 “동기 사이에서도 ‘굳이 술자리를 왜 하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학 문화가 한 차례 격변을 겪으며 젊은 층에서 음주 문화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과거 주된 술 소비층이었던 이들은 비대면 수업을 거치며 일차적으로 기존 술 문화와 단절됐다. 여기에 술을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술을 굳이 마셔야 하냐는 의문에서 시작된 음주 기피 추세)와 규칙적인 삶과 건강을 추구하는 ‘갓생’ 열풍이 맞물리면서 ‘비주류(非酒流)’가 주류인 첫 세대가 된 것이다.

● 20대 절반 이상이 ‘월 1회 이하 음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29세 가운데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마시더라도 월 1회 이하라는 응답 비율은 2024년 56.0%로 절반이 넘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5년(37.9%) 이후 최고치다. 이 비율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51.7%로 처음 과반을 기록한 뒤 2022년 54.6%로 올랐는데, 2023년 52.6%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팬데믹이 완전히 종료된 2024년에 오히려 더 치솟았다. 술을 멀리하는 경향이 코로나19 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로 인한 일시적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20대는 30세 이상 청장년층과 비교해도 술을 더 멀리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4년 기준 ‘월 1회 이하’ 음주율은 30대에서 47.6%였고, 40대 44.4%, 50대 52.8% 등이었다. 60대(62.9%)와 70세 이상(78.2%) 등 고령층을 제외하면 19∼29세 젊은 층(56.0%)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론 술을 점차 덜 마시는 경향은 대다수 나이대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지만, 20대는 그중에서도 그 속도가 빠르다.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의 주점 소비 지수는 기준 연도인 2023년 대비 20.9% 줄었다. 30대(15.5%)나 50대(11.4%) 등 다른 나이대보다 감소 폭이 가장 컸다.

● 대학가에서 사라진 ‘애니콜’과 사발식

술이 매개였던 캠퍼스 행사도 크게 줄었다. 연세대 재학생 김은비 씨(21)는 최근 참여율 저조로 학과 MT를 취소했다. 김 씨는 “‘밤을 새워 술을 마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면서 신입생들이 참여를 꺼렸다”고 말했다.

학과나 동아리 차원의 음주 행사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신입생이 막걸리를 들이마시는 ‘사발식’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과 음주 기피 문화가 겹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 사발식 행사를 중단한 뒤 아예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학과 이태희 씨(25)는 “팬데믹이 관습을 끊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이제는 과 행사에서도 밤새 대화만 나눌 뿐 술잔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입학한 대학생은 차이를 크게 체감한다. 19학번 대학생 박인표 씨(26)는 “1학년 때만 해도 학과마다 사실상 공인된 단골 술집이 있었고 ‘언제든지 술 마시고 싶으면 연락하라’는 선배의 ‘애니콜’ 문화도 있었다”며 “그런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이후 ‘소버 큐리어스’ 주류돼

대학가에서 음주 문화가 사라진 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방역 조치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서 모여서 술을 마시는 대학 문화가 사라졌고, 엔데믹 이후에도 ‘굳이 마실 필요 없었구나’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았다는 설명이다. 한 20학번 대학생은 “후배들과 만나다 보면 술보다 재밌는 다른 취미를 즐긴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며 “술에 돈과 시간을 쓰고 건강을 잃느니 운동 등 다른 취미로 생활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19가 대학가의 개인주의를 촉진했다”고 말했다.

20, 30대 중심의 소버 큐리어스 유행도 비음주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해외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굳이 왜 마셔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 이 문화는 팬데믹 시기 국내에 급속히 확산했다.

‘헬시 플레저’(일상 속 건강함을 추구하는 트렌드) 유행도 대학생이 술을 멀리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운동에 몰입하는 젊은 층에 술은 ‘근 손실’을 유발하는 공공의 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의 ‘주 1회 운동’ 비율은 전년 대비 6.0%포인트 늘어난 65.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다른 조사에서는 20대가 음주를 줄인 사유를 ‘체중이나 혈당 조절’(44.3%)로 꼽았다. 술에 취해 시간을 버리기보다 러닝 크루에 참여하는 것이 더 ‘힙(Hip)’한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팬데믹 시기 운동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며 유행에 민감한 20대가 ‘운동하고 싶다’는 욕구를 받았다”며 “그 반대급부로 주류 소비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외에서도 “취한 건 힙하지 않아”

‘술 안 마시는 20대’는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성인 1명당 연간 술 소비량은 1995년 100L였지만 2020년 75L로 줄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의 ‘시라후(シラフ)’ 세대, 알코올을 떠나 멀리한다는 ‘알코올 바나레(アルコ―ル離れ)’ 등의 신조어도 생겼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20∼24세 일본인 중 80%가량이 ‘평소에 술을 먹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미국도 젊은 층의 주류 기피 성향이 뚜렷하다. 지난해 8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만 18∼34세의 미국인 중 ‘술을 마신다’는 응답률은 지난해 기준 50%로 2001∼2023년 평균인 72%보다 20%포인트 넘게 줄었다. 전체 음주율 자체도 1939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 수치인 54%를 기록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주류업계가 Z세대의 금욕주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주류 기피 문화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술 기피 현상은) 외국에서도 이미 주류가 된 전 세계적인 문화 변동”이라며 “우리나라도 점차 젊은 층의 주류 기피가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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