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결국 홀릴 수밖에 없는 '살목지'
2026.03.28 00:03
이상민 감독의 첫 단독 장편 연출작…김혜윤·이종원·김준한 등 출연
| 4월 8일 스크린에 걸리는 '살목지'는 찍은 적 없는 형체가 로드뷰 화면에 포착되고 검고 깊은 물 속에 있는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운데 살목지에 들어서게 된 7명의 촬영팀이 맞닥뜨린 공포를 생생하게 그린 영화다. /쇼박스 |
[더팩트|박지윤 기자]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끝없이 의심해야 하는 스산한 공간부터 그곳에 들어간 배우들의 열연과 신선한 앙상블에 결국 홀릴 수밖에 없다.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전해지기에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살목지'다.
오는 4월 8일 개봉하는 '살목지'(감독 이상민)는 찍은 적 없는 형체가 로드뷰 화면에 포착되고 검고 깊은 물 속에 있는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운데 살목지에 들어서게 된 7명의 촬영팀이 맞닥뜨린 공포를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저수지 살목지에서 캠핑을 즐기던 커플이 물귀신에 홀리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해당 장소의 괴담을 짧고 굵게 보여준다. 이어 기이한 소문이 끊이질 않는 살목지의 로드뷰 화면에 촬영한 적 없는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되고, 이를 본 주민들과 지자체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로드뷰 업체 온로드미디어는 당장 해당 장소를 재촬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에 PD 수인(김혜윤 분)은 촬영팀 경태(김영성 분) 경준(오동민 분) 성빈(윤재찬 분) 세정(장다아 분)과 함께 살목지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병가를 내고 연락이 끊겼던 선배 교식(김준한 분)을 만난 수인은 반가움도 잠시 미묘하게 달라진 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지만, 촬영을 다 끝내고 그동안의 일을 묻기로 한다.
| 김혜윤(위쪽)은 감정을 죽이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인 인물을 눈빛과 호흡만으로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쇼박스 |
이후 촬영을 시작한 온로드미디어 팀은 의문의 형체가 보였다가 사라지는가 하면, 귀신과 소통할 수 있는 무전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물수제비가 다시 돌아오는 등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연달아 겪으면서 아비규환에 빠진다.
그런가 하면 PD 기태(이종원 분)는 전 여자친구 수인이 걱정되는 마음에 물에 빠진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걸 들고 살목지로 향한다. 검고 깊은 물 속의 무언가를 마주한 후 빠져나오려 할수록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는 공포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이들은 절대 살아서는 못 나온다는 살목지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살목지'는 단편 영화 '함진아비' '돌림총' 등을 통해 공포 장르에서 자신만의 색을 보여온 이상민 감독의 첫 단독 장편 연출작이다. 여러 괴담 프로그램에서 금기된 장소로 거론됐던, '생사를 넘나드는 길목'으로 부리는 살목지는 충남 예산에 있는 실제 장소이기도 하다.
생명력을 잃은 앙상한 가지부터 모호한 물의 색, 물과 땅의 애매한 경계 등은 해가 떠 있는 시간에도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공간 자체만으로 상당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또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점프스퀘어가 휘몰아치면서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긴장을 이어가게 한다.
공포 영화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분위기만으로 이쯤 되면 깜짝 놀랄만한 게 튀어나오겠다고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을 보여주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렬하고 기괴한 이미지와 전개가 등장해 알고도 당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4면이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SCREENX관은 왜곡감과 입체감을 더 극대화하며 마치 살목지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가운데 회사와 살목지 등 한정된 배경에서 차 몇 대와 카메라, 동작 감지기 등 최소한의 장비를 활용하며 시각적인 이미지와 음향만으로 공포를 극대화하고, 왜곡감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로드뷰 샷과 자동차 신 등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느낌을 주는 이상민 감독의 경제적이고 영리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 '살목지'는 단편 영화 '함진아비 '돌림총' 등을 통해 공포 장르에서 자신만의 색을 보여온 이상민 감독의 첫 단독 장편 연출작이다. /쇼박스 |
물론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센척하거나 자신의 유튜브를 위해 괴담의 실체를 밝히려는 등의 캐릭터 설정은 익숙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이들이 빚어내는 신선한 앙상블이 더해져 새로운 재미로 다가온다.
그동안 생기 있고 사랑스럽고 발랄한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던 김혜윤의 버석한 얼굴은 인상적이다. 감정을 죽이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인 인물의 내면을 눈빛과 호흡만으로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작품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한 김준한은 왠지 모르게 텅 빈 동공과 의미심장한 입꼬리 등으로 속내를 알 수 없는 싸한 느낌을 잘 살리며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목숨 걸고 전 여자친구를 구하러 가는 이종원과 김영성 오동민 윤재찬 장다아는 과하지 않은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받으면서 귀신을 믿지 않거나 귀신에 너무 흥미를 느끼는,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들로 존재한다.
물론 아쉬운 지점도 있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 장르적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물이겠지만, 수인의 죄책감과 트라우마 등 캐릭터의 서사와 살목지의 괴담이 지금보다 조금 더 자세하게 다뤄졌다면 더욱 몰입력 있고 탄탄한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호불호가 명확한 장르이고 각자의 기준에 따라 무서움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에 공포 레벨이 어떻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잘 만든 재밌는 작품인 건 확실하다. 옆에 앉은 관객을 의식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날것의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그 안에 빠지게 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가 잔상에 남아 장면을 자꾸 곱씹으면서 어디서부터 홀린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말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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