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불장 뒤에 가려진 'K자형 양극화'
2026.03.27 11:00
호황 속 내수 서민경제 안정 시급
올해 1분기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우리 증시는 유례 없는 기록을 썼다. 코스피 지수가 처음으로 6300선을 돌파하며 전 세계 주가 상승률 1위를 이뤘다. 나스닥이 인공지능(AI) 수익성 논란과 고평가 부담으로 지지부진한 사이, 우리나라는 반도체 초격차,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유도 등을 무기로 상승의 나래를 폈다. 하지만 한편으로 화려한 전광판 뒤에 가려진 'K자형 양극화'의 서늘한 실체도 목도하고 있다. 골목 경제의 온도가 영하권이다. 한국형 K자 양극화의 현실을 진단하면 대다수 서민의 고통을 체감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우선 '반도체 단독 질주'가 만든 산업 생태계의 비대칭성이 있다. 이번 '불장'의 주역은 명확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들이 전체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점유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올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최소 100~150% 이상 폭증한 수치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제조업 전체 가동률은 70% 초반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하다. 상단의 첨단 산업은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데, 하단의 기초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한 '성장 격차'의 전형이다.
'자산 소득'의 독주, 실질 임금의 역행도 있다. 서울 부동산과 코스피의 상승은 자산 보유 여부에 따라 국민의 삶을 두 갈래로 찢어놓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순자산 상위 10%는 전체 순자산의 46.1%를 보유하며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근로 소득에만 의존하는 가계의 실질 임금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할 때 오히려 2.3% 하락했다. 나스닥의 상대적 부진 속에 우리 증시로 쏠린 유동성은 자본가들에는 축복이었으나 무주택 서민과 월급쟁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선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AI 자동화'가 부른 고용 시장의 이중 구조화도 지적된다. 주가를 밀어 올린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은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였다. 이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 노동력의 자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테크 분야의 핵심 개발자들은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으며 상단으로 치솟는 반면, AI로 대체 가능한 사무직과 유통·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실업과 저임금의 늪으로 추락하고 있다.
'신용의 양극화'가 만든 부채의 질적 차이도 있다. 금리가 4~5%대의 고원 지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부채는 두 가지 얼굴을 띄게 됐다. 신용도가 높은 상층부는 저리 자금을 끌어다 증시의 기회를 포착해 부를 불렸으나 자영업자와 중기 근로자들은 연 12%가 넘는 고금리 대부업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현재 전체 자영업자 중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중이 70% 이상으로 이들 중 많은 수가 상환 불능 상태에 놓여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코스피의 상승은 분명 자랑스러운 성과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폐업 신고서를 작성하는 소상공인의 눈물과 취업을 포기한 청년들의 한숨이 있다. 정부는 이제 주식 시장 절대 상승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도체와 AI 산업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이 세제와 기금 등 정교한 환류 시스템을 통해 내수 시장과 사회 안전망으로 흘러들게 해야 한다. 'K'의 꺾인 꼬리를 들어 올리지 못하면, 주식 시장의 영광은 모래 위에 지은 성에 불과할 것이다. 주식 시장의 샴페인 기포가 꺼지기 전에 차가운 식탁을 마주한 이들의 그림자를 살피는 게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조원경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나스닥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