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개미, 겁먹지 않아도 될 이유
2026.03.27 05:30
메모리 가격 눈높이 꾸준히 상향
에이전틱 AI가 창출하는 신규 수요
국내 반도체 기업, 글로벌 리더십 확보
최근 구글이 발표한 AI 기술이 메모리 수요를 절감할 것이라는 소식에 반도체 주가가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시장의 흔들림과 달리 반도체 산업의 기초 체력은 공급 부족을 이유로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기술 효율화가 AI 대중화를 앞당겨 전체적인 반도체 사용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 구글 '터보퀀트' 충격과 제번스의 역설
미국 현지시간 25일 구글이 공개한 AI 메모리 압축 기술 '터보퀀트'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터보퀀트는 대규모언어모델의 임시 기억장치인 'KV 캐시'를 3비트 수준으로 압축해 메모리 사용량을 6배 줄이고 처리 속도는 8배 높이는 기술이다.
시장은 이를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해석했다. 효율이 높아지니 메모리 반도체가 덜 필요할 것이란 논리다. 실제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71% 하락한 18만100원, SK하이닉스는 6.23% 급락한 93만3000원을 기록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로 설명하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제번스의 역설이란 기술 발전으로 특정 자원의 효율이 개선됐을 때, 자원의 소비 비용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전체 사용량이 늘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딥시크 사례가 이같은 사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딥시크의 효율성 개선이 서비스 단가를 낮춰 AI 도입 문턱을 낮췄고, 결과적으로 전체 자원 사용량을 늘리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메모리 점유율이 낮아지면 여러 에이전트를 동시에 실행하고 확장할 수 있다"며 "고사양 메모리에 대한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트렌드포스, 파격적 반도체 가격 상향
시장의 심리적 위축과 달리 현재까지 나타나는 반도체 업황은 역대급 호황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가격 전망치를 기존 대비 대폭 상향 조정하고 있다.
먼저 1분기 D램의 평균 판매 단가 상승폭 전망치는 기존 55~60%에서 93~98%로 높여잡았다. PC용 D램의 경우 제조사들의 빠른 가격 인상 수용으로 인해 기존 50~55%에서 110~115%로 전망치가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낸드 평균 단가 역시 기존 33~38%에서 85~90%로 상향 조정됐다. 특히 내장 메모리(eMMC)는 공급 부족과 함께 95~100% 상승이 예견됐고, 개인용 보조 저장 장치(SSD) 또한 105~110%로 조정돼 강한 수요를 입증했다.
이러한 흐름은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분기 휴대폰에 들어가는 고성능 저전력 D램 전망치는 기존 18~23%에서 93~98%로 대폭 상향됐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중 내내 반도체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을 고려하면 추가 반도체 가격 상향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 '에이전틱 AI' 시대의 개막…반도체 호황 잇는다
AI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도 반도체 호황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27일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NVIDIA GTC 2026 참관기'를 통해 AI 산업의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실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올해 행사의 핵심 키워드인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스스로 계획하고 목표를 수행하는 능동적인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 챗봇형 AI 대비 훨씬 많은 추론 연산과 데이터 접근을 요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AI 칩 시장 규모 전망을 기존 0.5조달러에서 1조달러 이상으로 대폭 높여 잡았다. 컴퓨팅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에이전트 진화에 따른 토큰 소비량 증가가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핵심 동력이 되고 있어서다. 김 연구위원은 "가속기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연산 자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추론 시장에서도 고성능 GPU와 메모리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 하드웨어 혁신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AI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이를 뒷받침할 기계 장치의 혁신도 빨라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세대 제품 '베라 루빈(Vera Rubin)'은 10년 전과 비교해 연산을 처리하는 능력이 4000만배나 강력해졌다.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하나로 합쳐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GTC 행사에서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인 HBM4 관련 핵심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 주도권을 입증했다. 또한 엔비디아의 AI 연산 전용 칩인 '그록3'의 위탁생산을 맡는 등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새로운 메모리 규격인 'SOCAMM2' 시장이 열리는 점도 긍정적이라는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 장치는 한 개당 최대 2TB의 막대한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기업에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데이터가 오가는 길을 넓혀 전송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도입되면서 저장장치(낸드) 수요 또한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주가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차세대 기술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종의 튼튼한 기초체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리포트에서 "확실히 이곳은 전쟁도 유가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으로 보였다"며 "나는 여기서 AI의 미래를 보고 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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