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마디 없었다"…이근안 '전기 고문' 피해 납북어민 분노
2026.03.26 18:00
(서울=연합뉴스)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맡아 '고문 기술자'로 널리 알려진 이근안 전 경감이 25일 숨졌다. 향년 88세.
이 전 경감은 2023년 초 부인을 잃고 서울에서 홀로 지내왔으며 최근 건강이 악화해 요양병원에 입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2년 자서전 출판기념회 당시 이 전 경감. 2026.3.26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고문 기술자' 이근안(88) 전 경감의 대표적인 피해자인 김성학(76) 씨는 그의 사망 소식에 "이미 지난 일이지만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점에서 허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잠시 말을 멈추고 "이근안이가 사망했냐?"고 되물으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는 지난 일이지만 내 삶에 큰 상처를 남긴 사람이고 인생에 오점을 남긴 사람"이라며 "젊었을 때 정말 분노가 컸고 삶에 큰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피해자들에게 사과라도 했으면 인간적으로 평가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모습은 전혀 없었다"며 "7년간 복역한 뒤 목사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목회자의 길을 갔다면 피해자들을 먼저 찾아와 사과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사과했더라면 그래도 뒤늦게나마 달라졌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사망했다고 하니 이제는 더 할 말은 없다"고 착찹해했다.
김씨는 당시 수사받던 시기를 떠올리며 "솔직히 말해 살아서 나가면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다"며 "그만큼 당시 분노와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뿐만 아니라 함께 연루됐던 다른 사람도 간첩으로 조작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사람이 과연 반성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이 씨로부터 사과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며 "지금으로서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1971년 어로작업 중 납북됐던 김 씨는 1985년 12월 이씨에게 전기고문을 당한 뒤 척추 디스크가 녹아내려 장애인이 됐다.
한편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강압적 수사를 주도하며 '고문 기술자'로 널리 알려진 이근안 전 경감은 전날 숨졌다.
고인은 1970∼80년대 치안본부 대공 수사관으로 근무하며 각종 공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문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후 납북어부 김성학 씨 등을 불법 감금·고문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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