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기업인 600여명 총출동… 李 “벽란도 정신으로 협력해야”
2026.01.06 00:56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5일 낮 베이징 조어대(釣魚臺)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고려와 송나라는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과 교류를 중단하지 않았다”며 “오늘날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 ‘벽란도 정신’”이라고 말했다. 고려와 송나라의 국제 무역항이었던 벽란도를 예로 들며,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서도 한·중 경제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당시 천하제일로 평가받은 고려의 종이 ‘고려지(高麗紙)’를 예로 들어 “제조업이라는 단단한 고려지 위에 서비스와 콘텐츠라는 색채와 서사를 담아 새로운 가치를 함께 써 내려가야 한다”며 “물을 건너는 데에는 배가 필요하지만, 배를 띄울지는 사람이 정한다는 말이 있다. 여러분이 한중 협력의 배를 띄워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약 2700억달러 수준에 정체돼 있는 한중 간 교역 규모를 늘리기 위해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 협력, 문화·콘텐츠 교류 등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생활용품, 뷰티, 식품 등 소비재 그리고 영화, 음악, 게임, 스포츠 등 문화 콘텐츠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래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 측 경제사절단 161개사와 중국 측 기업인 등 총 600여 명이 참석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국빈 방중 때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 이후 9년 만에 개최된 양국의 대규모 경제 행사다.
이 대통령은 “좋은 이웃은 천만금을 주고서라도 얻을 수 없을 만큼 귀하다고 하지 않냐”며 “좋은 친구를 저 멀리서 찾지 말고 시진핑 주석의 말씀대로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과 중국에서 서로 사귀십시오”라고 했다.
포럼에 앞서 열린 사전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와 함께 문화·콘텐츠 분야의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 11명이 한국 측 대표로 참석했다. 정 회장은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중국 내에서 생산과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국의 관계가 개선되면 현대차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중국 측에서는 런훙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을 비롯해 중국석유화공그룹(Sinopec), 중국에너지건설그룹, 중국공상은행(ICBC) 등 대형 국영 기업과 CATL, 텐센트, ZTE 등 첨단 산업 및 콘텐츠 분야 대표 기업인 11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텐센트, CATL 등 중국 첨단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의 4대 그룹 총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으며, 공급망 안정화와 신산업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축사를 통해 “중한 관계는 이사 갈 수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며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경제 유대를 강화해 중한 관계가 안정적으로 멀리 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국 기업인들에게 비즈니스 환경 최적화와 질적 생산력 공유를 약속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0년 지기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이 제조·서비스업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공고화를 위한 제조업 및 서비스·문화 분야 교류 비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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