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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까지 위협 나섰다...AI 전쟁 발목잡은 이란 '지리장군'

2026.03.26 15:01

최초의 인공지능(AI) 전쟁으로 불리는 이란 전쟁이 해협이라는 지리적 요소 앞에서 갈 곳을 잃었다. 전쟁 초반 24시간 내 AI로 1000개 표적을 타격했다며 자신만만하게 개전을 알렸던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를 넘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인질의 범위를 넓히자 퇴로가 더욱 좁아졌다. 19세기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당시 동장군(추위·General Winter)에 막힌 것과 비유해 미국은 ‘지리 장군(General Geography)’에 막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아부 무사섬에서 훈련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EPA=연합뉴스
인질 해협 하나 더 추가한 이란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란 군 소식통은 반(半)관영 타스님통신에서 "적이 이란의 섬이나 영토에서 지상 작전을 시도하거나 페르시아만·오만해에서 해상 작전으로 이란에 피해를 주려 한다면 기습적으로 다른 전선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목한 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어리석은 조치를 취하려 한다면 감당해야 할 해협이 하나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예멘과 지부티 사이에 위치한 홍해 남단의 관문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12%와 상당량의 액화천연가스(LNG)가 이곳을 통과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우군인 예멘 후티 반군의 활동 영역인 만큼 전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및 바브엘만데브 해협
지리 장벽, 기술 꺾을 기세
이란이 전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미군의 최첨단 AI 전쟁이 고전적 개념인 ‘지리’ 앞에서 암초를 만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군은 지난달 28일 개전 초 AI의 힘을 빌려 48시간 이내 2000개의 표적을 때리는 전과를 올렸다.

이와 관련, 시암 상카르 팔란티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날 "이번 전쟁은 기술과 AI가 이끈 최초의 대규모 전투 작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팔란티어는 이란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위성 영상, 드론 촬영 영상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표적 식별, 우선순위 설정, 사후 평가를 실시하는 AI 기반 지휘통제 플랫폼이다.

그런데 전쟁은 한 달이 다 되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 압도적 기술 우위로 가능해 보였던 단기전 시나리오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포린폴리시(FP)는 23일 기사에서 "이란의 전시 최대 이점은 지리"라며 이유를 분석했다. "AI가 전술적 성공을 가져왔을지는 몰라도 산을 없앨 수는 없고 좁은 해협을 넓힐 수도 없다"면서다.

기원전 로마 군단도 멈춰 세운 이란의 지리 장벽
전쟁의 세부 논리가 기술이 아닌 지리에 있다는 FP의 평가는 자그로스 산맥과 알보르즈 산맥, 그리고 그 사이에 펼쳐진 이란 고원에서 구체화된다. 대규모 지상 침공을 막는 이란의 이 전략적 비대칭 방패가 역사에서 증명돼왔다고 FP는 짚었다. 기원전 36년 로마 군단은 이란 고원에 진입하지 못했고 1980~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군도 자그로스 전선에서 교착에 빠져 8년간 헤맸다.

공중전도 쉽지 않다. 이란 동부의 험난한 내륙으로 갈수록 기지와 멀어져 전투기 출격 빈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란이 핵시설과 군 자산을 산악지대와 동부 오지로 분산해 놓은 이유다. AI가 위치를 찾고 표적을 설정해도 정밀타격이 어렵다.

2400㎞ 해안선의 위력
육지에서 방어 요소로 작동한 이란의 지리적 요소는 해안에선 공격용으로 전환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대표적이다. 가장 좁은 지점이 약 21해리(39㎞)인데 실제 유조선 항로 폭은 수㎞에 불과하다.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 해상 원유 교역량의 27%가 이 좁은 수로를 통과한다. 개전 직후 IRGC가 봉쇄를 선언하자 유조선 통행량이 70% 급감하고, 브렌트유는 73달러에서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인질극을 방불케 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 없는 지리적 선택지다.

FP는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장악할 필요조차 없다고 봤다. 이란 해안선의 길이 때문이다.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따라 약 1500마일(2400㎞)의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하르그섬 등 해협의 요충지를 점령한다고 해도 이란은 넓은 수역에서 기뢰, 공격정 등을 투입해 기습이 얼마든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해협에 위협 인식을 심으면 선사들이 항로를 바꾸면서 봉쇄와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FP의 분석이다. FP는 "이란이 약 400㎏의 농축우라늄 비축분을 잃더라도 해협에 대한 실효적 통제를 유지하는 한 전략적 패배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해협 통제가 전쟁의 승패 기준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논리다.

이란이 바브엘만데브를 직접 거론한 건 해협 통제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바브엘만데브가 봉쇄되면 선박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야 해 운항 기간이 10~15일 늘어난다. 사실상 대안 항로가 없다는 점에서 호르무즈보다 더 취약한 병목 지점이다.

1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 인근 항구에서 유조선 2척이 이란 선박 추정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모습. AP=연합뉴스
이곳을 관리하는 후티 반군은 이란의 대리전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도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반복적으로 상선을 공격하며 해상 교역을 위협해 왔다.

나폴레옹의 동장군처럼... 미국 발목 잡은 '지리 장군'
이란의 지리적 규모도 미국이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와 전쟁에서 초반에만 30만 병력을 투입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2011년 기준 10만 명을 주둔시켰다. 이란 면적은 이라크의 약 4배다. 인구는 9000만 명이 넘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다.

FP는 "전쟁의 방법을 결정하는 건 기술이지만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지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1812년 러시아로 향하던 나폴레옹이 동장군을 마주한 것처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리 장군과 인내 장군(General Endurance)에 주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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