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란대사 “한국은 비적대국… 美 주도 호위 연합 불참해야”
2026.03.26 13:47
“트럼프 평화안은 시간 끌기 불과”
“지상전 확대 시 맞설 준비 완료”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느 조건으로 반미 노선을 내걸며, 한국을 향해 미국 주도 군사적 움직임에 동참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 20%가 지나는 핵심 길목을 틀어쥐고 우방국과 적대국을 갈라치는 이른바 인질 외교를 본격화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비적대 국가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미국이 제안한 합의에 들어가지 않는 것에 깊이 감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허용할 여지를 남기면서도, 앞으로 한국 정부가 보여주는 외교적 행보에 따라 통행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동맹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 전략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25일 쿠제치 대사는 현재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의 통행 재개와 관련해 “양국 외교장관과 대사관을 통해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양측이 긴밀히 협의한다면 한국 선박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단, 이란 정부에 철저한 사전 협조를 구하고 구체적인 선박 정보 제공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는 국적선 등 한국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78명이 대기 중이다. 쿠제치 대사가 선박 안전 보장과 동시에 사전 협조를 강조한 것은,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딜레마를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군사 작전이나 강력한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사전에 완전히 막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15개 조건의 평화협상안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 핵 활동은 철저히 평화적인 목적임에도 미국이 핵 활동 포기를 첫 번째 요구사항으로 제시한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꺼낸 평화 분위기 조성은 다시 이란을 대규모로 공습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속셈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이란 고위급은 물론 일반 시민들조차 미국 백악관 발언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쿠제치 대사는 “우리는 일시적 휴전이 아닌 확실한 종전을 원하며, 만약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상전 등으로 전쟁 규모를 확대할 경우 끝까지 맞설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무기화 전략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와 안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크 몽고메리 전 미 해군 소장은 로이터에 “이란은 값싼 드론과 부유식 기뢰 등 다양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폭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호송 작전을 방어하는 것은 과거 홍해 사태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고 진단했다.
미국 해군 분석 단체 CNA 역시 “호르무즈 해협 주변 위험 구역은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보다 5배나 넓어 동맹국 방어 작전에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며 이란의 지리적 우위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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